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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은 중국의 한나라 이후 꽤 시간이 지난 어느 왕조를 가정하고 출발한다. 나는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 책은 그보다는 조금 더 판타지스럽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렇다고 역사적 개연성의 요소를 무시할 수 만은 없다. 돌궐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돌궐은 서기 600년부터 중국 역사에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중국이 가장 존경한다는 당태종(고려 침공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후유증으로 죽은)도 돌궐에 의해 위협을 겪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당나라를 염두에 두었다. 수나라는 왕권 쟁탈을 둘러싼 암투가 벌어지기는...너무 짧은 역사고. 당나라가 아니라면 부패하기가 극에 달했던 명나라가 적당한데...시대가 너무 뒤로 가는 듯하다. 송나라도 염두에 두지만 그때는 북방에 거란이 있었다. 여하튼 당나라 쯤으로 시대적 배경을 삼고 읽자.
당나라 역사를 되짚어 보면 당은 고구려 멸망 후 22년 있다가 망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앞서 한나라도 전한과 후한으로 나뉘듯이 "전당"이라고 부른다면 690년에 망한 것이다. 당태종 사후에 망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당을 망하게 한 장본인이 그 유명한 "측천무후"다. 중국 역사 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 드문 첫 여성 리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본인이 직접 국가도 세웠을 뿐 아니라 자신의 정치 색깔이라고 할까 통치철학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다. 측천무후의 국가도 중국사에 정사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본다.
제왕업의 주인공 왕현이 측천무후의 다른 버전이 아닐까 조심스레 정의해 본다.
1권은 왕현의 어린시절을 얘기하면서 남평 소기를 만나면서 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운명처럼 황제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암투의 한 복판에 서게 된다. 죽을 뻔한 위기를 겪기도 하고 가족들과 척을 지게 되고 주변 사람들이 돌아서고 반목하고 또는 죽어나가는 영웅서사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공식을 따라간다.
1권만 읽은 상태에서 사실 난 장쯔이가 나온 드라마를 보지 않은 상태인데 X세대 아재 감성으로 내가 Starring 담당자로 감정이입해서 캐릭터라인을 잡아 보고 싶었다.
우선 주인공 "왕현"은 난 왕조현으로 하겠다. 청초하고 여리여리한 이미지에 fatal beauty를 왕조현이 아니면 누가 가능할까?
위대한 장군이자 정치가로서 야심도 갖춘 '소기'는 누가 맡아야 할까? 양조위나 주윤발은 너무 곱상하구 유덕화가 제격이지 싶다 유덕화가 너무 나이 먹었다면 견자단?이 맞지 않나 생각해 본다. 그간 쌓은 견자단 이미지에도 어울리는 것 같다.
왕현의 첫사랑 '자담'은 누가 맡으면 좋을까? 요절한 '장국영'이 제격이지 않을까? 고귀한 외모에 담백한 마음가짐...2권에서 웬지 황제로 옹립될 것도 같은데...그런 다음에 요절할 것으로 보여진다.
왕현 고모는 권력의 화신인데 '공리'가 딱이다. '황후화'에서 그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줬다. 참고로 황후화에서 제왕업처럼 천자를 둘러싼 암투가 잘 묘사되었고 당시 지구 최강국 중 하나였던 당나라의 화려한 복색이 잘 드려난다. 이 책을 읽으며 황후화를 다시 보고 싶어졌다.
왜 지금 역사의 현장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할까도 생각해 보았다. 시대는 다르고 시간은 많이 지났고 권력은 국민에서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권력의 맛을 보려는 사람은 여전하다. 가짜 뉴스가 버젓이 활개치는 이 땅에서 책 제목 "제왕업"은 현대어로 킹메이킹으로 번역되겠다. 지금 이순간도 이 대한민국 어느 구석에서 대통령만들기 공작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2019년 총선을 앞둔 지금, 나랏돈을 수십조 헤먹은 이명박이 나와 있고 탄핵당한 박근혜도 나와 있다. 심지어 박근혜를 간판으로 여전히 정치하려는 무리도 있다. 최순실은 킹메이커이자 본인이 킹이었다. 현대판 대한민국 측전무후로 박정희 사후를 전후로 쭉 박근혜를 통제해 왔다. 우리 민중 다수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 당여들에게 표를 줬고 개돼지처럼 속고 살았다.
권력를 추종하는 세력은 정의란 것은 뒷간에 갖다 버린지 오래다. 그들과 정정당당한 싸움을 하려고 했다. DJ는 아닐지 모르겠는데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고, 노회찬도 그랬다. 그들과는 진창싸움이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 역사는 정의의 편에 서고 억울한 사람을 한참 후에 제대로 평가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부정의가 득세하는 시대를 견뎌낸 민중들의 삶은 피폐했고 실패와 오욕의 역사를 오롯이 받아내야 했다. 이제 그런 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 촛불혁명은 아직 진행중이여야 한다.
대통령 하나만 바뀌었을 뿐이고 4대강의 부역자들은 버젓이 살아남아 파생된 이익을 누리고 있으며 세월호참사 주역들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호위호식하고 살며 있다 최근 전두환은 치매라며 골프라운딩을 즐기고 있다. 이들 권력에 부역했고 이런 부당한 권력을 계속 재생산하려는 콘트롤 타워는 풀가동중이다.
나는 제왕업 책에서 벌어지는 권력을 두고 벌어지는 냉혹한 싸움이 결코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정치와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싶다. 깨어있는 시민은 소설을 읽어도 그냥 읽고 넘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