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혼을 내실 때도 즉시 하시죠. 
그런데 마음 다치게 혼내시는 건 아녜요.
 한두 번 잘못한 것을 길게 기억하시는 것 같지도 않아요. 

바쁜 여자들이 대체로 그렇잖아요.
 기억할 것만기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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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직공들을 매일매일 
이끌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목소리 쓰는 방식이 보통 사람들과는 달라요. 
목이 아니라 온몸으로 목소리를 내시는데, 
그걸 또 아주 편안하게 전혀 힘들이지 않고 하세요.
 대단히 크게 말하지 않아도, 
부인의 목소리는흩어지지 않고 
뻗어나가는 거예요. 
어떻게 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울림이 있으면서도 명확해서 
아무도 도철 부인의지시를 놓치지 않아요. 
게다가 듣기 좋은, 즐거운 목소리고요.
도철 부인이 걸어오면 모두의 손이 빨라지죠. 
그리고 칭찬을하실 땐 
비어 있는 칭찬을 하지 않으세요. 
공을 정확히 짚어 칭찬해주시고, 상도 후하셔요."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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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군 어른을 일으키기 위해, 
집안 모두의 기원문이 필요하다고 하십시오.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의 것도요. 
그래서 우리가 쓴 기원문을 
각자 베끼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기원문에는 
모양이 비슷하여 사람들이 
잘못 쓰곤 하는 글자들이 섞여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천과 부, 우와 석石, 
미와 말末, 토와 사±, 
오와우, 이와 기. 
일단은 기원문에 쓰여도 이상하지 않은 글자들로 골라봤습니다만."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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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건잔재도 참지 못했으며, 
가진 자들의 횡포도 참지 못했다. 
물론 두시간의 노동도 참지 못했다. 
그런데 얼어 죽을 것 같은 고통은, 
굶어 죽을 뻔한 고통은,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은 동료들이 
바로 곁에서 죽어가는 고통은 어떻게 견뎠을까? 
신념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내려와봤자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뿐이라는 지극히 절망적인 현실 인식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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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자은의 낡고 장식 없는 상자들 안에는 
경전과 다른 책들이 들어 있었다. 
짐을싸는 동안 고작 이 종이 묶음들을 위해 
목숨을 걸었나 싶을 때도 있었고,
 한 권 한 권이 소중해서 품에 품고 
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상자 틈을 풀로 메우긴 했지만 그래도 
바닷물이 닿지 않도록 적당한 곳에 두었다.
"무겁네요. 뭐가 들었습니까?"
나르는 걸 도와준 선원이 허리를 펴며 물었다.
"다 책이오."
젊고 쾌활해 보이는 짐꾼에게 다른 의도는 없어 보였지만,
자은은 한 손으로 아직 잠그지 않은 상자를 열어 안을 보여주었다.
"귀중한 사람에게만 귀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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