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은의 낡고 장식 없는 상자들 안에는
경전과 다른 책들이 들어 있었다.
짐을싸는 동안 고작 이 종이 묶음들을 위해
목숨을 걸었나 싶을 때도 있었고,
한 권 한 권이 소중해서 품에 품고
가고 싶을 때도 있었다.
상자 틈을 풀로 메우긴 했지만 그래도
바닷물이 닿지 않도록 적당한 곳에 두었다.
"무겁네요. 뭐가 들었습니까?"
나르는 걸 도와준 선원이 허리를 펴며 물었다.
"다 책이오."
젊고 쾌활해 보이는 짐꾼에게 다른 의도는 없어 보였지만,
자은은 한 손으로 아직 잠그지 않은 상자를 열어 안을 보여주었다.
"귀중한 사람에게만 귀중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