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둥글고 땅은 사방으로 평평하니 하늘 아래 내가 앉아 있는 자리보다 높은 곳은 없다. 그러나 백성중에는 곤륜산에 올라가고, 형산과 곽산에 올라가며 높은 것을추구하는 자가 있다. 이미 가버린 것은 뒤쫓을 수 없고 앞으로 올일은 기약할 수 없으니, 하늘 아래 지금 누리고 있는 처지처럼 즐거운 것이 없다. 그런데도 백성들 중에는 가마와 말을 다 없애고전답을 탕진하며 즐거움을 구하는 자가 있다. 땀을 흘리고 숨을헐떡이며 평생 동안 미혹되어 오직 ‘저것‘만을 바라보고 ‘이것‘을누릴 줄 모르는 지가 오래다." (정약용, 박무영 옮김, 『뜬세상의 아름다움』, 태학사, 2001년.)이 글은 정약용이 청해(현재 전남 완도) 절도사인 이민수의 서재 이름에 설명을 붙인 글이다. 지금 여기의 행복, 즉 먼 곳을 바라보고 머나먼 그리고 불확실한 기대에 매달리지 않고 현재에 충실한 삶에 대해 정약용은 이야기한다. 지금에 만족하고 현실을 긍정하며,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새해의 다짐이기도 하다.

어사재기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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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모였지만 어느 순간 그런 지식이 좀 공허하다는 느낌이들었다. 그리고 그 관점이나 대상이 달라졌다. 오래된 집문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면 코로 스르르 들어오는 오래된 문의 창호지냄새, 뚫어진 창호지 구멍에서 새어나오는 집 냄새와 흙벽 냄새, 마룻바닥이나 기둥을 손으로 쓸어볼 때 느껴지는 매끈하면서도 눅진한 오래된 나무의 결, 집의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소리,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 소리 등 
오감을 자극하는 그 자극들이 주는 안온함, 마루에 
햇살이 슬그머니 들어서 기둥에 빛을 비춰주며 
나뭇결이 선명하게 드러날 때 가득 번지는 온기......

오래된 집이 나에게 주는 진정한 가르침은 
그런 것들이었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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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이 집을 떠나거나 그 집이 여러 가지 이유로 사라지게 되더라도, 그 집에 쌓인 시간과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남긴 생각은그대로 남게 됩니다. 그렇게 집은 생명력을 얻고 영원히 기억됩니다. 이 책은 그동안 우리가 만났던, 좋아하는, 함께 지었던 집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의 이야기입니다.
2019년 가을
노은주. 임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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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우리의 일상과 정신이 담긴 곳이자, 
우리의 삶을 담는 아주 소중한 곳인데 말이다. 
다시 말해 집은 개인이나 집단이 담고
공유한 특정한 기억이나 정서를 뛰어넘는 한 개인의 우주다.

집이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낮에 아무리 힘든 일이 있고 사람들하고 
부대끼고 피곤했어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집은 무릎 나온 트레이닝복처럼 
헐렁하고 편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추억이들어 있는 집, 
기억이 묻어 있는 집,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집, 
가족이 함께 머무는 집이 
정말 좋은 집이 아닐까? 
집은 사람이 사는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민족이나 문화적인 공동체가 살아온 역사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집은 사람이 들어감으로써 이야기가 완성된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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