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한다 - 게임이론이 알려주는 인간 행동 설명서
모시 호프먼.에레즈 요엘리 지음, 김태훈 옮김 / 김영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게임이론은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반응을 충분히 고려하고 최선의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이론이다. 즉 사람들은 상대방의 반응을 고려한 후 전략을 짜서 의사결정을 내린다는 것인데,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칠 수 있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게임을 한다>는 사소한 행동에서부터 중대한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세상의 매커니즘을 흥미롭게 분석한 책이다. 분석의 도구는 물론 게임이론이다. 이는 불확실하고 복잡한 현실을 명확하게 이해하게 해주는 도구함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저 사람은 왜 저럴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의 이면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며 친절하게 분석해주는 책이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타인의 일관성 없고 때로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에 답답함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 모두 사실은 전략적으로 고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의식적 합리성에 어긋난 것처럼 보이는 많은 유형의 인간 행동들 이면에 게임이론이라는 힘이 작용한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론을 설명한다.


-이득을 기대하지 않고 낯선 사람을 돕는 이유
-돈벌이와 상관없는 취미에 열정을 보이는 이유
-특정한 차별과 혐오에 빠지는 이유
-비싼 과시보다 소박한 겸손에 더 호감이 가는 이유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인간은 왜 이타심을 발휘하는지


이 책은 내시균형, 값비싼 신호 효과, 처벌 게임, 최후통첩 게임, 죄수의 딜레마 등 게임이론의 핵심 내용을 통해 이러한 인간 행동에 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질문들의 해답을 제시한다. 돈벌이도 되지 않는 것에 열정을 가지는 이유는, '열정은 나중에 물질적, 사회적 편익을 얻을 가능성이 큰 기술과 전문성 개발에 투자할 동기를 부여하도록 설계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우리는 항상 게임을 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합리적이고 치밀한 전략으로 원하는 가치를 충분히 얻어내는 최선의 전략인 게임이론을 통해 모든 것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즉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명백한 이유가 존재한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상대방을 좀 더 이해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필요한 도구가 바로 게임이론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의 행동을 해석할 때, 우리는 타인의 엉뚱해보이는 수 속에 숨은 의미를 밝혀내고, 삶 속 수많은 게임에서 승리할 방안을 찾게 된다.


사람들의 비합리적 행동을 주로 감정적 원인으로 해석하려 하던 내게 이 책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 모든 행동들이 결국 살아남기 위한 치밀한 전략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설마 그렇겠어 싶다가도 납득이 되는 것이다. 다만 또 너무 이런 식으로만 생각하면 안 그래도 답답한 삶이 더 팍팍하게 느껴질 것만 같아서,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또 다른 인문학적 도구와 함께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비합리성을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이니, 합리성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와닿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도대체 왜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지 그 명확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꽤나 명쾌하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조금 덧붙이자면, 게임이론이나 다양한 경제 원리에 대한 배경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나..)이라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이니 주의하기 바란다.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다가 일 주일을 붙잡고 머리를 싸맬 수 있다. 다만 게임이론에 흥미가 있거나 경제 원리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재미있게 읽힐 만한 책이다. 특히 게임이론과 관련된 경제학 수업을 들어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관련 지식이 없지만 흥미롭다는 이유로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에게 말하자면, 이 책을 입문서로 여기지 말고 전공서적으로 생각하며 읽기를 바란다. 어렵지만 흥미로운 책이니 시간이 여유로울 때 한번쯤 도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분 고전 (합본 뉴에디션) - 인생의 내공이 쌓이는 시간
박재희 지음 / 김영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은 지나치게 무겁고 딱딱해보이는 말들이 가장 가볍고 단순한 형태로 일상 속에 찾아올 때가 있다. <3분 고전>의 오래된 지혜가 그렇다. 책에 가득히 담긴 옛 학자들의 가르침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충분한 위로와 힘이 되어준다. 읽다 보면 삶의 요령을 터득하고 지름길을 찾아낼 수 있는 마법 같은 책이다. 순서대로 한 장씩 넘겨가며 읽어도 좋고, 지혜가 필요한 어느 날 내키는 곳을 아무데나 펼쳐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마치 '해결의 책'을 펼치듯이, 아무 곳이나 펼쳤을 때 문득 만나게 되는 오래된 말씀이 어쩌면 현실 속 걱정을 누그러뜨릴 힘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

일반적인, 즉 아주 작고 평범하지만 그러나 그 속에서 찾는 맑고 의미 있는 것들을 말한다. 한 마디로 작은 것 속에서 느끼는 행복. 너무나 사소하지만 모든 게 비쳐 보일 정도로 맑고 의미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흔하고 사소한 것들로부터 가치를 찾아내는 건 얼마나 행복해지는 일인지.

무용지유용(無用之有用)

쓸모없는 것이 오히려 쓸모 있는 것이라는 뜻의 옛말이다. 저자는 무용 속에서 유용함을 발견해내는 힘이 바로 경쟁력이라고 덧붙인다. 유용과 무용의 경계는 절대적이지 않아 흐릿해보이기도 한다. 쓸모없음의 무용과 쓸모 있음의 유용 사이 경계를 허무는 무용지유용의 철학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장자 철학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과연 어떤 게 유용한 것이고 어떤 게 무용한 것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어쩌면 모두 저마다의 쓸모를 지니고 있으리라는 생각.

독처무자기(獨處毋自欺)

홀로 있는 곳에서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나를 속이지 않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홀로 있을 때 더욱 삼가야 한다는 가르침은 누구보다 자신에게 떳떳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자신에게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해지는 것은 스스로를 있는 힘껏 사랑하기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 아닐까.

비필충천(飛必沖天)

한번 날기 시작하면 반드시 저 하늘 높이 날아오르리라는 뜻이다. 높이 날기 위해서는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도약을 준비하는 충분한 시간, 즉 더 높이 솟아오르기 위해 내공을 쌓는 시간을 소중히 하는 법에 대해 가르쳐주는 옛말이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조급하고 답답할 때에도 '비필충천'임을 기억하고 사유한다면 좀 더 여유로운 마음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고전은 어쩌면 '오래된 미래'로도 정의될 수 있으므로, 이토록 불확실하고 비가시적인 미래에 나타나 옳은 길로 통하는 방향을 제시해줄 수 았다. 우리는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보며 눈 부시도록 찰나인 현재를 살아간다.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깨닫게 된다. 알 수 없는 미래에도 분명 길이 존재한다고 귀띔해주는 고전은, 나아갈 방향을 비추어줄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스스로 빛나는 가치라는 것을.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 신기하고 매혹적인 구름의 세계 관찰자 시리즈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밤하늘에 뜨는 별이나 달을 제대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구름은 어떨까? 일단 하늘이 밝기만 하면 맨눈으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고, 보이는 모양에 따라 어떤 구름인지도 분류할 수 있다. 구름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평등한 자연이다. 따라서 누구든 차분하게 구름을 바라보며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전문적 지식도, 최고급 장비도 필요하지 않은 고마운 취미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구름이 보여주는 별나고 즐거운 온갖 특성들을 안내해주는 길잡이'이자, '아무런 걱정도, 목적도 없이 그저 끊임없이 삶을 긍정하며 즐기는 취미 활동인 구름관찰에 바치는 찬사'이다. 책은 구름을 종류별로 설명하고 각각의 특징에 대해 관련 있는 예시나 일화를 곁들여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중간중간 피식 웃게 만드는 저자의 유머도 즐거운 요소가 된다. 아무런 걱정 없이 그저 구름만을 생각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책이다.

구름은 수없이 많은 물방울의 표면이 빛을 사방으로 산란하기 때문에 하얗고 넓게 흩어진 모양으로 보인다고 한다. 빛을 사방으로 산란하며 희게 떠있는 구름이라니,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정해진 내 '최애 구름'은 역시나 적운(뭉게구름)이었다. 쉽게 볼 수 있을뿐더러 늘 풍성한 모양새로 반겨주는 모습이 듬직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모닝글로리' 구름에도 매료되었다. 구름이 지나가며 불러일으키는 들뜨고 기쁜 마음을 전하는 이름이라고 한다. 모닝글로리를 보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간 저자의 열정도 인상적이었고, 마침내 만난 모닝글로리에 관한 아름다운 묘사에는 경탄이 절로 나왔다. 구름을 타고 솟아오르는 비행이라니, 이만한 낭만이 또 있을까.

'클라우드나인'의 유래도 알게 되었다. 연구자들이 구름을 분류할 때 아홉 번째로 분류된 적란운에게 붙여진 이름으로, 가장 높은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좋은 기분, 행복의 절정을 뜻하는 말이었다. 원래는 그저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 정도로 해석했었는데, 적란운에 대해 알고 나니 더 매력 있는 어휘로 느껴졌다.

읽는 내내 구름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믿음이 느껴져 행복했다. 어떤 존재를 사랑하는 일은 이토록 아름답다. 저자는 구름에 대한 사랑으로 '구름감상협회'를 만들었고, 수많은 회원들은 각자 찍은 구름 사진들을 올리며 구름관찰을 계속하고 있다. 책에는 저자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찍은 구름 사진도 가득하다. 구름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애정을 대신 받은 것처럼 충만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책에 실린 구름감상협회 선언문의 마지막 부분과 함께 글을 마무리짓고자 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그 덧없는 아름다움에 경탄하라.
그리고 구름 위에 머리를 두고 사는 듯,
공상을 즐기며 인생을 살라."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마이클 슈어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간단히 말하자면 지금껏 접해온 비문학 중 가장 즐겁게 읽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철학 책이 어떻게 즐거울 수 있을까 싶지만 정말 그랬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문제들도 자신만의 재치와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통해 가볍게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책이다. 작가는 미국 NBC의 프로듀서로,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굿 플레이스>의 제작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마치 실제로 독자와 대화하는 듯한 문장을 쓰고 그 밑에는 주석으로 자신의 여담(tmi에 가까운)을 늘어놓으면서 책이 말하고 있는 주제에 완벽히 빠져들게 한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이라도 피식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가볍고 얕은 내용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부터 공리주의, 의무론, 실존주의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철학의 이론들을 적당한 깊이로 파고든다. '아무 이유 없이 친구의 얼굴을 후려쳐도 될까?' 라든지, '친구의 이상한 셔츠를 예쁘다고 해야 할까?'와 같은 일상적인(각자만의 일상이 있으니까) 질문을 제시한 뒤 특정 이론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는지 설명하는 식이다. 어려운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종종 '뭔 소리야?' 하게 되는데 작가도 함께 '뭔 소리야?' 라고 해줘서 힘이 난다.

책은 사소한 문제들의 철학적 해답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삶을 어떻게 잘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다만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귀띔해주는 식이다. 어떻게 하면 나와 주변 사람들이 지혜롭게 인생을 살 수 있을지 거듭 고민한 끝에 내린 해결책과 같다. 선한 행위라고 생각해서 뿌듯하게 해낸 일이 결국에는 나쁜 결과를 만들어낸 경험이 다들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작가는 이 물음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그래도 '그나마'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말한다. '완벽히 선한 사람이 되는 방법'과 같은 말만 번지르르한 법칙보다 훨씬 와닿는 듯하다. 설사 이것이 정답이 아니거나 내가 원하던 답이 아니더라도, 삶을 살아가며 쉴새없이 윤리적 고민을 거쳐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 든다.

p.59
다른 사람의 삶을 배우고 이해하려 할수록, 다시 말해 공감의 중용을 찾으려 할수록 그들을 잔인하게 대하기는 어려워진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 장애, 세상을 재설계하다
사라 헨드렌 지음,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에서 몸이 세상과 만나는 다른 많은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또 모두에게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과 함께 우리 자신의 확장된 몸을 생각하게 한다.'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의 목적은 몸을 '정상'이라고 불리는 개념에 맞게 고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세상과 더 편리하고 나은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책은 장애인의 일상에서 등장하는 실용적인 디자인과 공학을 담고 있다. 장애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기술과 도구는 무엇일까? 대개는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의수라든지 진짜처럼 보이는 의족과 같은 보조 기술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면 케이블 타이, 골판지 의자와 같은 단순한 기술이 상상도 못할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책에서 설명하는 다른 몸들을 위한 바람직한 기술은 이렇다. '정상' 기능을 복원하는 대신 현재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더 편리하게 확장시켜주는 기술. 즉, 정상성을 요구하는 사회에 맞춰 개발된, 복원에 중점을 둔 기술과는 달리 몸과 세상이 좀 더 부드럽게 맞닿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책은 평범하지 않은 몸을 허락지 않고 사람의 신체성을 상실시키는 디자인을 비판한다. 따라서, 저자가 추구하는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은 정상성 개념에 잠식된 기존의 세계를 해체하고 모두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재조립하는 과정이다. 책을 읽어나가며 정상성 개념이 만연한 세계가 지닌 폭력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모든 몸들을 더 나은 세계로 이끌어줄 진정한 디자인의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 책은 독자에게 기존의 세계를 파괴하고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새로운 세계를 함께 만들어나갈 기회를 제공한다. 장애를 손상이 아닌 변화로 인식할 때, 복원과 회복에 중점을 둔 기술은 사라지고 몸의 개별성에 의한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적응형 기술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한 사람만을 위한 디자인은 결국 세상을 밝히는 디자인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디자인을 하려면 몸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둘이 맞닿는 방식을 확장된 관점에서 면밀히 고려할 때 비로소 적절한 디자인이 탄생한다는 사실까지. 장애의 보편성을 인식하고 유용성과 유의성에 중점을 둔 디자인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우리의 몸이 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몸의 언어에 귀기울여야 한다. 가장 유용한 디자인이 어디에서든지 가장 멋지게 빛난다.

p.31 사회적 모델에서 장애를 살아 있는 경험으로 만드는 것은 몸의 조건과 세상의 형태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따라서 장애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의 문제이다.

p.32 장애는 극복해야 할 비극의 멜로드라마도 아니고 단순한 몸뚱이의 '결함'도 아닌, 그저 맞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몸에서 세상으로, 세상에서 몸으로 흐르는 부조화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