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말하자면 지금껏 접해온 비문학 중 가장 즐겁게 읽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철학 책이 어떻게 즐거울 수 있을까 싶지만 정말 그랬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문제들도 자신만의 재치와 이해하기 쉬운 예시를 통해 가볍게 풀어낸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책이다. 작가는 미국 NBC의 프로듀서로,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굿 플레이스>의 제작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마치 실제로 독자와 대화하는 듯한 문장을 쓰고 그 밑에는 주석으로 자신의 여담(tmi에 가까운)을 늘어놓으면서 책이 말하고 있는 주제에 완벽히 빠져들게 한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이라도 피식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마냥 가볍고 얕은 내용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덕 윤리부터 공리주의, 의무론, 실존주의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철학의 이론들을 적당한 깊이로 파고든다. '아무 이유 없이 친구의 얼굴을 후려쳐도 될까?' 라든지, '친구의 이상한 셔츠를 예쁘다고 해야 할까?'와 같은 일상적인(각자만의 일상이 있으니까) 질문을 제시한 뒤 특정 이론에서는 이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는지 설명하는 식이다. 어려운 이론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종종 '뭔 소리야?' 하게 되는데 작가도 함께 '뭔 소리야?' 라고 해줘서 힘이 난다. 책은 사소한 문제들의 철학적 해답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삶을 어떻게 잘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말한다. 다만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귀띔해주는 식이다. 어떻게 하면 나와 주변 사람들이 지혜롭게 인생을 살 수 있을지 거듭 고민한 끝에 내린 해결책과 같다. 선한 행위라고 생각해서 뿌듯하게 해낸 일이 결국에는 나쁜 결과를 만들어낸 경험이 다들 한번쯤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작가는 이 물음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며 그래도 '그나마'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말한다. '완벽히 선한 사람이 되는 방법'과 같은 말만 번지르르한 법칙보다 훨씬 와닿는 듯하다. 설사 이것이 정답이 아니거나 내가 원하던 답이 아니더라도, 삶을 살아가며 쉴새없이 윤리적 고민을 거쳐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 든다. p.59 다른 사람의 삶을 배우고 이해하려 할수록, 다시 말해 공감의 중용을 찾으려 할수록 그들을 잔인하게 대하기는 어려워진다.*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