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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 신기하고 매혹적인 구름의 세계 ㅣ 관찰자 시리즈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3년 3월
평점 :
밤하늘에 뜨는 별이나 달을 제대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구름은 어떨까? 일단 하늘이 밝기만 하면 맨눈으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고, 보이는 모양에 따라 어떤 구름인지도 분류할 수 있다. 구름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평등한 자연이다. 따라서 누구든 차분하게 구름을 바라보며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전문적 지식도, 최고급 장비도 필요하지 않은 고마운 취미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구름이 보여주는 별나고 즐거운 온갖 특성들을 안내해주는 길잡이'이자, '아무런 걱정도, 목적도 없이 그저 끊임없이 삶을 긍정하며 즐기는 취미 활동인 구름관찰에 바치는 찬사'이다. 책은 구름을 종류별로 설명하고 각각의 특징에 대해 관련 있는 예시나 일화를 곁들여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중간중간 피식 웃게 만드는 저자의 유머도 즐거운 요소가 된다. 아무런 걱정 없이 그저 구름만을 생각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책이다.
구름은 수없이 많은 물방울의 표면이 빛을 사방으로 산란하기 때문에 하얗고 넓게 흩어진 모양으로 보인다고 한다. 빛을 사방으로 산란하며 희게 떠있는 구름이라니,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정해진 내 '최애 구름'은 역시나 적운(뭉게구름)이었다. 쉽게 볼 수 있을뿐더러 늘 풍성한 모양새로 반겨주는 모습이 듬직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모닝글로리' 구름에도 매료되었다. 구름이 지나가며 불러일으키는 들뜨고 기쁜 마음을 전하는 이름이라고 한다. 모닝글로리를 보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간 저자의 열정도 인상적이었고, 마침내 만난 모닝글로리에 관한 아름다운 묘사에는 경탄이 절로 나왔다. 구름을 타고 솟아오르는 비행이라니, 이만한 낭만이 또 있을까.
'클라우드나인'의 유래도 알게 되었다. 연구자들이 구름을 분류할 때 아홉 번째로 분류된 적란운에게 붙여진 이름으로, 가장 높은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좋은 기분, 행복의 절정을 뜻하는 말이었다. 원래는 그저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 정도로 해석했었는데, 적란운에 대해 알고 나니 더 매력 있는 어휘로 느껴졌다.
읽는 내내 구름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믿음이 느껴져 행복했다. 어떤 존재를 사랑하는 일은 이토록 아름답다. 저자는 구름에 대한 사랑으로 '구름감상협회'를 만들었고, 수많은 회원들은 각자 찍은 구름 사진들을 올리며 구름관찰을 계속하고 있다. 책에는 저자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찍은 구름 사진도 가득하다. 구름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애정을 대신 받은 것처럼 충만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책에 실린 구름감상협회 선언문의 마지막 부분과 함께 글을 마무리짓고자 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그 덧없는 아름다움에 경탄하라.
그리고 구름 위에 머리를 두고 사는 듯,
공상을 즐기며 인생을 살라."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