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 - 장애, 세상을 재설계하다
사라 헨드렌 지음,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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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몸이 세상과 만나는 다른 많은 이야기는 누구에게나, 또 모두에게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과 함께 우리 자신의 확장된 몸을 생각하게 한다.'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의 목적은 몸을 '정상'이라고 불리는 개념에 맞게 고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세상과 더 편리하고 나은 방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 책은 장애인의 일상에서 등장하는 실용적인 디자인과 공학을 담고 있다. 장애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기술과 도구는 무엇일까? 대개는 최첨단 기능을 탑재한 의수라든지 진짜처럼 보이는 의족과 같은 보조 기술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치면 케이블 타이, 골판지 의자와 같은 단순한 기술이 상상도 못할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책에서 설명하는 다른 몸들을 위한 바람직한 기술은 이렇다. '정상' 기능을 복원하는 대신 현재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더 편리하게 확장시켜주는 기술. 즉, 정상성을 요구하는 사회에 맞춰 개발된, 복원에 중점을 둔 기술과는 달리 몸과 세상이 좀 더 부드럽게 맞닿을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책은 평범하지 않은 몸을 허락지 않고 사람의 신체성을 상실시키는 디자인을 비판한다. 따라서, 저자가 추구하는 다른 몸들을 위한 디자인은 정상성 개념에 잠식된 기존의 세계를 해체하고 모두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재조립하는 과정이다. 책을 읽어나가며 정상성 개념이 만연한 세계가 지닌 폭력성을 인식하게 되었고, 모든 몸들을 더 나은 세계로 이끌어줄 진정한 디자인의 이야기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이 책은 독자에게 기존의 세계를 파괴하고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새로운 세계를 함께 만들어나갈 기회를 제공한다. 장애를 손상이 아닌 변화로 인식할 때, 복원과 회복에 중점을 둔 기술은 사라지고 몸의 개별성에 의한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적응형 기술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한 사람만을 위한 디자인은 결국 세상을 밝히는 디자인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디자인을 하려면 몸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 둘이 맞닿는 방식을 확장된 관점에서 면밀히 고려할 때 비로소 적절한 디자인이 탄생한다는 사실까지. 장애의 보편성을 인식하고 유용성과 유의성에 중점을 둔 디자인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우리의 몸이 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몸의 언어에 귀기울여야 한다. 가장 유용한 디자인이 어디에서든지 가장 멋지게 빛난다.

p.31 사회적 모델에서 장애를 살아 있는 경험으로 만드는 것은 몸의 조건과 세상의 형태 사이의 상호작용이다. 따라서 장애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의 문제이다.

p.32 장애는 극복해야 할 비극의 멜로드라마도 아니고 단순한 몸뚱이의 '결함'도 아닌, 그저 맞지 않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몸에서 세상으로, 세상에서 몸으로 흐르는 부조화이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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