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렘
영화 저편, 길을 나서다 -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여행이야기
안홍기 지음 / 부표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영화는 여행과 같다. 아주 짧은 시간에 아주 짧은 여행을 실컷 하고 돌아올 수 있는 기분이 된다.
때로는 유럽 한복판에 있기도 하고,
때로는 남미의 땅끝 이과수 폭포수를 콸콸 맞고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끝이 난다. 고작 두어 시간일 뿐이다.
여행도 끝이 난다. 어떻게든 끝이 나고야 만다.
             - 여행의 끝 p256 -


   

 
20대 초반에 영화를 혼자서도 볼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듯 유난히 혼자서 극장을 들락거렸다.
토요일 오후에 극장에 들어가 같은 영화를 두번씩 보고 나온적도 많았다.
영화 저편의 표지를 보는 순간 저 지평선을 같이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마음속으로 갈망하는 자유인지 한장한장 읽어갈때마다 몸속 깊은 곳에서
"너도 떠나고 싶지? 하고 물음을 던진다.
"그래, 나도 그녀처럼 떠나고 싶어. 용기가 없을 뿐이야. 단지 그것뿐이야."
 
20대에 가졌던 꿈도 좋아했던 것도 지금은 무엇인지 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삶을 꾸려가면서 어느새 하나둘 사라지더니 지금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것 같아 보인다.
이렇게 사는 건가?
그냥 별로라고 생각해 넘겨버렸던 영화를 다른 사람은 이렇게도 깊이 마음속을 저며가면서 느끼고 있었구나!
내가 너무 생각없이 흘려버린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굿윌 헌팅, 바그다드 카페, 비포 선 라이즈, 쇼생크 탈출, 웰컴투 동막골...
영화와 함께 안홍기 그녀만의 영화에 대한 생각들이 들어있다.
이처럼 섬세하고 절제된 느낌을 누가 적을수 있을까
그녀는 영화속으로 들어가 주인공이 거닐었던 도시를 거닐고 주인공이 바라봤던 야경을 보며 영화속의
주인공이 느꼈던 무언가를 생각하곤 한다.
그러다 그건 영화였지 자신의 생각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또다시 여행은 계속된다.
 
프라하의 봄을 동경하며 떠났던 프라하의 거리를 거닐던 여행은 이스탄불을 지나 바그다드 카페의 배경이었던 사막에 이르게 되고
사막에서 끝도 없이 이어진 모래밭에서 한장의 사진을 남긴다.
사막의 어느 카페에서 들었던 몽롱한 콜링유, 그녀는 너무도 반가워 감상에 젖고

      
 
 
내가 좋아했던 비포 선라이즈의 배경이 되었던 비엔나를 거닌 그녀가 난 너무도 부러웠다.
한편한편 읽어가면서 난 영화속에 이미 들어가 함께 숨쉬고 있었다.
영화속으로 여행을 떠난 그녀와 같은 시선으로 영화를 만나고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들정도였다.
책을 다 읽고난 후에도 며칠동안 난 이상한 행복감에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하고 있는 듯했고
언젠간 나도 이렇게 떠나봐야지.
마음속으로 몇번이나 되뇌어보며 다시금 흘러간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늙은 행상이 창가로 다가와 바나나 더미를 올려 보인다.
"사드릴 수가 없어요, 우리는 원숭이처럼 가난해요.
그럼 원숭이를 위해서. 그러면서 건넨 바나나 한개  그리고 또다시 초원."
가난한 원숭이라니 너무도 절묘한 여행자를 가리키는 말인것 같아 머리속에 남아있다. 


    

 
한 사람이 기억하는 것을 다른 사람은 기억하지 못한다.
제시와 델피의 비포 선셋을 생각하며 저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을 다른 사람은 기억하지 못한다면 누구나 자신의 관점으로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을
보는 버릇이 있어서 서로 다른걸 기억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것을 그는 느끼지 못한다면 더이상 같은 곳을 바라보고 살아가야할 의미가 없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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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격정 2007-07-12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와 여행이라니! 너무 좋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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