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라면 간신히 짝맞추기밖에 할 줄 모르는 내가 화투만화를 읽게 되었다. 줄기차게 나오는 화투판과 낯선 용어들.. 점수가 나고, 패를 열고,인물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장면에서 대충 상황눈치로 때려잡으면서 계속 읽어나갔다. 처음 주인공이 누나의 전재산까지 훔쳐내 화투판에서 날리는 모습, 실컷 딴 돈을 화폐개혁 때문에 바꾸지 못하는 장면 등에서는 정말 짜증이 나서 그만 읽으려 했지만(복선도 부족했고, 스토리전개가 돌출적이여서였던 것 같다), 만화특유의 중독성 때문에 계속 읽게 되었다. 다행히도 주인공은 우여곡절끝에 화투판에서 절제를 터득하는 사람이 된다. 만화를 읽는 내내 느꼈던 찜찜함을 떨쳐버릴 수 있어서 좋았다.
아기들 그림책을 보다보면, 읽는 엄마가 자존심이 상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뻔한 오류, 최선을 다하지 않은 그림, 무성의에 대한 아쉬움.. 마치 내 아이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뜬금없는 불쾌감. 헌데 이책을 읽으면서는 두번 세번 볼 때마다 더욱 유쾌하다. 그림이나 글에 공들인 흔적이 정말 역력하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적절하게 선택된 언어들은 거의 감탄의 수준. 다음페이지에 넘어가기에 전에 있는 앞선 페이지에는 있는 다음페이지에 대한 암시도 무리없이 녹아있다. 아이들은 똑같은 반복을 좋아한다고 한다. 매번 단일한 어조로 읽어줄 수 있게 글자의 크기와 높낮이도 조절해놓아서 마음에 쏘옥 든다.
부모가 자식을 낳았으면 언제까지나 사랑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의무다. 인간의 본성이라고 하는 모성애 이전에 사람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책임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이것에 버금가게 중요한 것은, 자식은 크면 떠나보내야 하는 것! 자식을 키우는 과정은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떠나보낼 것인지에 고민의 과정이라 해도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가 되면 아이 스스로 홀로 설 수 있도록 부모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랑하기 보다 몇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책은 '엄마가 이렇게 너를 사랑하니까.. 너도 엄마를 그만큼 사랑해주어야 해' 라고 은근히 강요하는 것 같다...이기적인 부모의 사랑을 들킨 것 같아 씁쓸하다.2분중 0분께서 이 리뷰를 추천하셨습니다.
같은 저자의 <손이 나왔네>와 세트같은 책이다. 이 책의 바탕색, 스프색인 주황색이 같은 색감 그대로 <손이 나왔네>의 보자기 색이다. 아기 그림도 거의 같다. 각각 낱권마다 다른풍의 그림을 접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만큼, 통일감있는 두 권의 책도 나름대로의 즐거움이 있다. 특히, 토끼랑, 곰인형, 아기, 생쥐가 나란히 앉아 수저를 들고 있는 페이지를 관심있게 보는것 같다. 이유식 먹이기 전에 좀 더 많이 먹여보려는 잔머리로 부지런히 읽어주곤 했는데.. 효과는 영 아니올시다다. 오히려 내 잔머리 때문에 아기가 가질수 있는 책자체의 즐거움을 반감시킨 것만 같다. (아기가 이책은 덜 좋아한다.)하지만 아직도 교육적인 의도를 완전히 배제하고 그림책을 골라줄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은 여전히 안생기는데...고민이다.
딸아이에게 손,발,눈,코,입 등 신체명칭을 가르쳐주려고 구입한 책입니다. 8개월된 딸의 반응은 처음엔 신통치 않았습니다. 두 페이지 넘길 때 벌써 딴짓을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직접 커다란 이불보자기를 쓰고, 아이아빠가 대신 책을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페이지마다 나타난 그림을 넘길 때마다 그대로 따라하면서요.. 근데 역시 반응은 별로. 하지만, 9개월된 지금은 제법 웃으며 좋아합니다. 저도 별로 읽어주지 못한책인데..대여섯번정도만으로도 아기관심을 끌기엔 충분한 모양입니다. 처음에 무관심하던 책도 계속 읽어주다보면 반응이 나온다는 걸 알게된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