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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의 회고록 - 환상문학전집 5 ㅣ 환상문학전집 34
도리스 레싱 지음, 이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드러나 있는 줄거리는 너무 간단하다못해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마지막엔 대부분의 주인공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끝이 나는데 어이가 없어서, 혹시 몇페이지 더 있지 않을까 몇번을 뒤적였습니다.
'그래도 무슨 주제가 있겠지.. 인정받은 작가라는데..' 인내하며 마지막까지 읽어낸 내 미련스러움을 탓해야 하는지.. 무딘 아줌마의 감성을 탓해야 하는지.. 여러모로 독자를 힘들게 하는 책입니다.
독자리뷰의 몇분의 지적대로 나도 초반엔 번역자를 무지 욕하면서 읽었는데, 역자라는 분의 해명에, 원래 도리스 레싱이라는 작가 문체가 그렇다고 하니..일개 미천한 독자는 믿을 수 밖에 없을테죠. 하지만, 이렇게 난해한 소설에 역자후기 한장 없다는 것은 번역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황금가지의 '환상문학전집을 내며'라는 덧붙여진 글은 이미 화가 나 있는 독자에겐 용어장난 이상으로 읽혀지지 않습니다.
소설 그 자체만 보면, 사실 평균평점 이상은 되는 것 같습니다. 간간히 보이는 여성성에 대한 작가의 준엄한 통찰과, 특히 모성의 신화를 허무는 냉정한 시선은 저에게도 순간 뜨끔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소개하는데에는 훨씬 더 성의있어야 하는데, 출판사의 무모함 때문에 이 작가가, 이나라 독자에게, 이대로 묻혀 버리지 않을까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