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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유물에 있다 - 고고학자, 시공을 넘어 인연을 발굴하는 사람들 ㅣ 아우름 27
강인욱 지음 / 샘터사 / 2017년 12월
평점 :
고고학이라는 분야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미지의 영역이자 호기심의 영역에 있다. 유물을 캐거나 살펴보고 하는 행위를 발굴이라고 한다. 이러한 행위가 고고학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고고학자는 현장에서 느끼는 생각들을 각 영역에 잘 구분하여 고고학의 세계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나 역시도 고고학에 대해서는 흥미롭게 살펴 볼 수 있는 분야이기에 관심있게 하나씩 천천히 살펴보았다. 누군가는 이러한 오래 공을 들여서 발굴하는 것이 정말 유물을 발굴하거나 새로운 역사에 대한 의미를 발견하는 것에 좋은 과정으로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과는 반대로 건물을 짓는 데 유물이 발굴되어 중단되는 경우에는 고고학에 대해서 별로 좋지 않는 인상을 갖게 된다. 이렇듯 양날의 검처럼 고고학은 정말 새로운 역사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많은 역할을 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유학을 했던 1990년대 중반 러시아는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었다. 무법천지였고 모든 생필품이 궁했다. 바라바를 발굴할 때는 우리도 러시아과학원의 재정난 때문에 해를 넘긴 감자와 메밀을 먹어 가며 거의 맨손으로 고분을 발굴해야 했다.
쉬는 날이면 교수님은 너구리나 오리 사냥으로 단백질을 보충했고, 우리는 주변 농가에서 감자를 캐주고 대신 달걀이나 보드카를 얻어먹곤 했다. 보드카도 구하기 어려워 97도짜리 알코올 주정을 사 와서 물에 희석해 수제(手製) 보드카를 먹는 팀원도 있었다. 심지어 현장 안전을 감독하러 온 마을 경찰이 우리 발굴단의 딱한 사정을 보곤 가끔 들러서 통조림이며 맥주를 놓고 갔다. 그래도 발굴단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서로 도우며 지냈기에 내게 시베리아 발굴의 시간은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아 있다.”
책 속에서 읽어보면 저자의 유학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관심을 갖게 해 주었다. 러시아라는 지역 특성상 발굴을 하는 데 추위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어떻게 이렇게 혹독한 시절에 발굴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도 담겨 있었다. 그렇게 힘든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충분히 우리 독자로 하여금 녹이게 하는 모습 속에 수고하는 모든 고고학자들이 존경스러웠다. 모든 일에서는 즐기게 하는 과정에서 내가 바라보는 직업은 정말 좋은 직업이 아닐까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은 허투루 이뤄지는 과정은 없다. 역사는 사람이 창조하고 과거는 그것을 발굴하는 고고학자가 있기에 세상의 숨겨진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렇기에 고고학의 분야는 모두가 손사래를 치며 저걸 과연 어떻게 하나라고 물어볼 수 있겠지만 저자는 충분히 이 일에 대해서 자신감을 갖고 자부심을 보여준다.
“흉노에서 시작된 꼬치구이는 한나라 때 중국 북방에서만 유행했지만, 이것이 전 중국으로 확대된 때는 고구려가 발흥하던 시기로, 고구려의 꼬치구이가 중국 전역에서 크게 히트를 쳤다. 심지어 서진에서는 고구려의 꼬치구이로 나라가 망한다는 상소문마저 등장할 정도였다(실제로 그 상소문이 나오고 10년 뒤에 서진은 망했다). 고구려의 꼬치구이인 맥적은 고기에 된장 양념을 해서 특유의 노린내를 없애 정착 농경민의 입에도 맞는 음식으로 승화시킨 것이니, 진정한 고대 음식의 ‘한류’를 일구어 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음식의 한류는 위의 책의 본문처럼 꼬치구이가 그 시작임을 잘 제시하고 있다. 특히 북방의 음식이 한류의 원조라는 점은 실상 놀랍게 받아졌다. 천하를 호령하였던 고구려의 음식 문화는 중국을 넘어 전역으로 확대되었던 것이 그만큼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졌음을 알려주는 표지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어느 시점의 역사로만 기록되는 것이 아닌 세상을 향한 넓은 의미에서 찬란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반영하기도 한다. 역사는 고고학과 많은 관련을 지니면서 세상을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유물을 통해서 발견하게 되는 과거의 기록을 이해하는 바탕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고고학을 통해서 무엇을 이해하고 역사의 과거를 더 가깝게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세상은 그래서 더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고, 역사를 좀 더 아름답고 밝혀가는 작업이 바로 고고학이 가진 진정한 의미에서 깊이 우리로 하여금 더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