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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다 - 공감을 넘어선 상상력 '엠퍼시'의 발견
브래디 미카코 지음, 정수윤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3월
평점 :
내가 생각했던 책이 아니었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 다른 사람을 이해해보아야 한다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아니었다.
나로부터 시작하여 주변을, 사회를, 세계를 보는 눈을 갖게 하는 진정한 이야기였다.
저자가 영국생활을 하는 일본인이어서 그런지 어휘의 의미를 면밀하게 제시한다. ‘empathy’는 능력이고 ‘sympathy’는 감정이라는 것, ‘자립’은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는 것이고 ‘자조’는 자기 일은 어떻게든 자기가 알아서 해야만 하는 차이가 있다는 것, 폐를 끼친다는 의미들 등을 세심하게 구분지어 준다. 또한 엠퍼시의 종류도 인지적, 감정적, 신체적, 동정적 엠퍼시로 세분화하여 제시한다.
그리고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일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입장을 고려하는 하향적 엠퍼시이다. ‘뇌의 거울로 타인이 된 나를 그려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인과 같은 신발을 신고, 어쩌면 같은 옷을 입고 머리 모양이 똑같은 상태) 것이 아니라 타인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자기 신발을 벗고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이다.’(p137)
이러한 행위는 개인적인 노력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일이 가능한 사람들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에게 걸어놓은 저주를 풀 필요가 있다. 타인이 만들어 놓은 상자 속에 있으면서 타인이 멋대로 붙인 <이 상자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성향의 사람들입니다>라는 라벨이나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이러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같은 원료 목록이 붙는 것을, 그러한 저주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나 자신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p141)
재난 앞에서 우리는 이타적이고 아타키적인 모습이 된다. 코로나가 성행했을 시기에도 그랬고 얼마 전에 있었던 거대한 산불 앞에서도 우리는 아나키적 욕망에 근거한 상호부조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록다운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격렬한 의자 뺏기, 수건돌리기 게임을 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진정한 엠퍼시가 필요하다.
저자는 ‘기능을 상실한 장소, 즐거움과 활력이 사라진 조직, 쇠퇴하고 있는 나라 등이야말로 ’아나키‘의 사고가 필요하다. 그런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초록색 담요 주변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고안할 때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바로 ’엠퍼시‘ 라는 상상력일 것이다.’(p313)라고 책을 마무리 한다.
묵직한 울림으로 책을 덮으면서 나는 어느 정도의 아나키와 엠퍼시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이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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