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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덴마크 선생님 - 불안과 우울의 시대에 서로 의지하는 법 배우기
정혜선 지음 / 민음사 / 2022년 1월
평점 :
새로운 시도를 위해 낯선 곳으로 향하는 용기를 가진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나의덴마크선생님>
과거에 알던 어떤 사람을 생각나게 한다.
지금은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을 그 아이는 늘 세상의 다른 면을 발견했다. 대학 때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후에 신선하고 개척적인 시선이 한층 깊어졌었다. 정혜선작가가 그러했듯이 나도 그 아이에게서 오딘의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모자를 깊이 눌러 쓴 채 근심어린 표정으로 세계를 내려다보는 오딘에게 끌린다. 북유럽 신화 최고의 신으로 꼽히는 전쟁과 지혜의 신 오딘은 혼란한 세상을 다스릴 지혜를 얻기 위해 자신의 눈 한쪽을 떼어 지혜의 샘에 재물로 바쳤다. 스스로 옆구리에 창을 찌른 채 세계나무 위그드라실에 꼬박 아홉 날을 매달려 아득한 심연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다가올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얻었다고 한다.’(p24)
표지가 너무 좋았다.
덴마크 스카겐 출신의 인상주의 여류화가 #안나_앙케 의 그림은 책의 메시지 전달에 한몫하고 있었다.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주로 화폭에 담은 그는 화가인 남편 미카엘 앙케와 덴마크 화폐 1000크로네 지폐에 모습이 실려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겪었던 일화를 나의 이야기처럼 함께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내 기억속의 그 아이의 모습을 작가와 오버랩하고 있던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살면서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걸어가며 만나는 우연들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너무 좋아보였다. 지금은 그런 우연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삶의 어느 순간에 방긋 얼굴을 드러낼 것이다. 작가도 덴마크의 학교 안과 밖에서의 만남들이 어떤 울림을 만들고 있었다고 느꼈던 것처럼.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퇴학에 관한 부분이었다. 유동적이고 자유스러운 덴마크의 학교도 결석을 반복하거나 정해진 규칙을 어기는 경우 퇴학이 있다고 한다. 학생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교생과 함께 대화를 나누며 해결책을 모색하지만 결정된 사항을 바꾸지는 않는다. 다만 학생이 학교를 떠나게 되면 그 학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 학교의 행정절차일 뿐이지 네 삶의 실패가 아니라고.
이것이 우리와 다른 부분이다. 우리는 실패하게 되면 자신의 잘못이고 부족이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자신의 실패 앞에서 부모에게 미안함을 표현한다. “엄마(아빠), 열심히 하지 못해서 미안해요.” 자신의 실패 앞에서 제일 미안한 것은 그 자신인데...:(
담담한 이야기들 속에 많은 울림이 있었다. 이 책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땅에 배수관을 묻고 나중에 묻힌 자리를 다시 찾으려면 그 자리에 표시를 해 놔야 해. 그런데 옥수수 씨앗을 심으면 따로 표시를 해 놓을 필요가 없어. 씨앗이 알아서 올라올 테니까. 수업 시간에 재미있게 들은 이야기는 언젠가 필요할 때 바로 떠오를 거야.’(p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