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제 갈길을 가고, 자네는 자네의 길을 가는 거지.지금껏 그 두 길이 서로 교차하는 걸 난 한번도 본 적이 없어.
달걀은 자신을 신중히 다루어야 하는 사물이다. 그런 까닭에달걀은 닭으로 변장했다. 닭은 달걀이 시대를 가로지르기 위해서존재한다. 그것은 어머니의 존재 이유이다. 달걀은 시대를 멀찌감치 앞서가므로, 항상 달아나는 존재이다. 하나의 달걀이란, 일시적으로는 늘 혁명이다.
현대의 영국 작가 루시안 프로이트는 자신의 초상화 모델이 되어주었던 마틴 게이퍼드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그림이 완성에 가까워졌을 때 가장 확신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여기서 멈출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그림이 다 그려졌는지 확신할 방법이 없다." 그림의 완성에 관한 피카소의 "그림이 벽에 걸리는 순간 죽음을 맞는다." 라는 말이 루시안 프로이트의말에 대한 동의가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림의 완성을 결정짓는 것은작가의 결단이며, 작가가 끝내기 전에는 그림은 계속해서 완성을 향해 진행 중이다.
빨래를 너는 것, 이것은 더없이 일상적이면서도 비일상적인 행동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렇다. 후자는 말없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작업이다. 모든 것을 환기하면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기, 특정한 의미에 고정되지않은 채 의미를 불러들이기, 대답을 주는 게 아니라 답이정해지지 않은 질문을 던지기. 여기 아나 떼레사 페르난데스(Ana Teresa Fernández)의 그림에서, 여자는 존재하는동시에 말소되었다.
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