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사이클을 탄 소크라테스 - 최정상급 철학자들이 참가한 투르 드 프랑스
기욤 마르탱 지음, 류재화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8월

매년 7월이면 세계 사이클 선수들이 열광하는 투르 드 프랑스가 열린다. 3주 동안 프랑스와 인근 국가들의 벌판과 산맥을 통과하며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약 3500킬로미터의 여정은 자전거와 인간이 한 몸이 되며 고통과 마주하고 극한에 도전하는 격렬한 경기로 유명한데 여기에 철학자들이 도전을 한다는 상상 에서 이 글은 시작된다. 실제 사이클 선수이자 철학 석사인 저자는 세계 권위의 사이클 경기에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니체, 파스칼 등이 초대받는다는 기발한 발상을 가진다. 저자는 벨로조프 (vélosophe,사이클 선수 철학자)라는 신조어로 불린다.

기대해보자. 위대한 철학자들이 쫄쫄이(이 표현이 제일 잘 어울릴듯 하다)를 입고 출발선에 서 있는 모습과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그 순간 뱉어낼 외마다들과 극한에 처했을 때 그들의 생각은 어떨지, 너른 벌판을 달리며 어떤 느낌을 가질지 모든것이 궁금해지는것을 보면 저자의 발상은 기발하다. 철학자들이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며 옐로저지(종합 순위 1위에게 수여하는 노란색 경기복)와 화이트 저지(최고의 젊은 선수에게 주는 경기복)를 욕망하는 이들, 경기의 순위와 관계 없이 풍경을 즐기며 저녁마다 일기를 쓰는 이, 몰려드는 공허감과 자괴감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등 다양한 철학자들의 모습이 위트있게 그려진다. 저자는 스포츠 세계에 대한 오류와 상투적 관념들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스포츠 선수들도 사색하고 성찰하는 능력이 있음을 밝히며 물질과 정신을 위계화하고 몸을 정신에 종속된 것으로 보는 시각과 지성은 오로자 정신의 영역이라는 편견을 거부하고 '머리'와 '두 다리는 결코 분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모습과 적용에선 감탄이 나온다. 철학에 혹은 철학가들에 능통하지 않으면 결코 끄집어 낼 수 없는 그 적절함은 저자의 이력을 다시 찾아보게 한다. 오르막을 오르는 헬레네인을 통해 느끼는 전율은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완벽한 행복감'이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의 입을 빌려 철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전한다. '철학은 '시간을 내서 하는' 활동이 아니야. 생각한다는 건 선언되는게 아니야. 철학은 솟구치는거지. 그건 삶의 예술이야. 생각은 내용만이 아니라 양식이기도 하지.' 베르그송의 말처럼 인간은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행동해야 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해야 하는' 존재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행 스페인어

여행 스페인어 - 스페인 여행 제대로 즐기는
장선이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8월

여행은 좋다. 특별히 처음 가보는 곳으로의 여행은 출발 전부터 기대와 설래임을 가진다. 스페인은 오래전 하루동안 스쳐 지나간 것이 전부이기에 늘 다시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이다. 여행에선 당연히 언어가 제일 문제다. 요즘 어플이나 도구들이 많이 좋아져서 그나마 다행인데 여전히 언어의 장벽은 결정을 주저하게 한다. 사실 스페인어는사용 인구도 많고 세계적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는 언어이다.

역시 시원스쿨이다. 필수적인 회화와 단어는 물론이고 스페인의 문화와 현지 상황까지 알기 쉽게 설명이 되어 있다. 그뿐아니라 각 지역별로 공항 이용과 숙소, 이동 수단과 식사, 관광과 쇼핑까지 설명이 되어 있어 책의 소개처럼 이 책 한권만 들고 떠나도 될 것 같다.

스페인 관광 스팟 베스트7은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유용할 것 같다. 입장료 55000원이 아깝지 않을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의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familia)과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에우세비 구엘이 설계를 의뢰해 지은 구엘공원(Parc Guell)은 꼭 가봐야 할 장소들이다. 스페인 여행시 필요한 어플들도 QR코드와 함께 모아 놓아 편리성을 더한다. 필수 회화에는 스페인어와 뜻 그리고 한글로 발음까지 표기해 놓아 보고 읽기만 해도 어느정도 소통이 가능하다. 해외 여행시 우리를 당황케 하는 것 중 하나가 각종 표지판들이다. 나라 마다 특색이 있어서 기본적인 정보를 알지 못하면 해독이 불가한데 이 책에서는 이것마저 챙겨준다.

특이하게 저자는 영어를 전공하고 가르치시다가 마흔에 독학으로 스페인어를 시작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독학이라는 단어에 눈이 확 뜨인다. 아 나도 독학인데. 나도 잘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웬지모를 기대감이 생긴다. 언어를 가르치던 분이기에 구조와 쉽게 익히는 방법등에 노하우가 있을 것이고 그 노하우가 이 책에 담겨 있다면 더 쉽고 편하고 빠르게 익힐수 있을 것 같다.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는 치순마찰음인 f와 연구대마찰음인 j와 g를 발음할 때 가래침을 뱉듯이 터프하게 'ㅎ'을 발음하라고 알려준다. 대부분의 언어가 그렇지만 몇번의 고비가 지나면 익숙해 진다. 정도는 늘 그렇듯이 꾸준한 반복과 연습이다. 어쩌면 이번 겨울엔 스페인 여행을 위한 가방을 꾸리고 있지 않을까 한다.

[100자평] 완전한 인간

완전한 인간 - 인생을 단단하게 살아내는 25가지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강민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8월

지혜의 철학자가 전하는 통찰과 재치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인간

완전한 인간 - 인생을 단단하게 살아내는 25가지 지혜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강민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8월

시간의 흐름은 미처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흐른다. 그렇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인간이 추구해야하는 가치와 덕목은 분명 존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이 책은 쇼펜하우어와 니체가 사랑한 철학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Baltasar Gracián)이 나를 지키고 완전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갖춰야 할 25가지 덕목을 에세이, 우화, 편지, 대화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한다. 삶에 속지 않고 완전한 내가 되는 방법이 궁금해진다.

인간의 본성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그라시안은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자신을 낮추면서도 뒤로 물러나 자신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용기도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단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단점을 가지기 마련이고 이를 인정하느냐 마느냐는 그의

인간됨을 결정한다. 단점을 숨기기 위해 장점을 과장하거나 단점을

축소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 온다. 대부분은

여기에서 우리의 한계를 느낀다.

잘난척. 혹은 과시(誇示). 지금의 세태를 표현하는 단어들이다. 뭔가 뛰어나 보이고 특별해 보이고 잘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저마다 인스타 그램등의 SNS를 사용하며 누군가의 좋아요와 구독을 구걸한다. 물론 자신의 삶의 중요한 순간을 남기고 공유하고 공감받길 원하는 마음은 인정한다. 다만 그섯을 넘어서 과시가 되었을때 타인의 시선과 이목의 대상이 되며 대부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다. 저자는 과시에 대해 적절히 사용하여 은근히 드러내며 상대가 눈치채도록 유도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고 말한다. 무심코 드러나는 탁월함이나 이를 위한 신중한 위장은 충분히 가치있는 과시라고 말한다.

국내에 소개된 전작인 <사람을 얻는 지혜>와는 조금 결이 다른 이 책은 불확실성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신을 찾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주체적 주인이 되라고 말한다. 그런 그는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선택할지의 문제'라고. 사실 주체적 주인이 되는 것마저도 선택의 문제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사람이 생각났다. 간디는 '완전함(perfection)은 하느님의 배타적 속성이다. 사람의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옮길 수 없는 무엇이다. 나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이 완전하신 만큼, 완전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 그 완전함을 동경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 복된 상태에 도달하면 그것을 말로 표현하거나 정의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도달하지 못할 무언가에 도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또 한사람은 사르트르가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칭했던 사회부조리와 불평등에 저항했던 혁명가이자 라틴 아메리카 예수의 재림이라 불리는 체 게바라(Che Guevara)가 생각난다. 그는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보다 아 세계의 모순을 치료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인간에 의해 완전함을 이루었다고 칭함을 받는 이들이지만 결국 그들도 인간일 뿐이다. 여전히 완전함은 요원한 일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100자평] 에이든 오사카/간사이 여행지도

에이든 오사카/간사이 여행지도 - 수만 시간 노력해 지도의 형태로 만든 오사카/교토/고베/나라/간사이 여행 가이드북, 2024-2025 개정판 ㅣ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이정기 지음 / 타블라라사 / 2023년 8월

아날로그로의 환원이 두렵지 않은 여행지도의 끝판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