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쨰 챕터에서 잠시 멈췄다. '어쩌면, 어쩌면, 어쩌면'. 우리는
삶의 순간에서 수없이 '어쩌면'을 반복한다. 오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으면, 아니면 했었으면 하면서 곱씹는다. 정점에 선 이들에게는
더 그렇다. 자신이 이루어 놓은 것들이 있기에 더 많은 '어쩌면'을
반복한다. 25년 이상을 뉴욕타임즈의 간판 칼럼니스트등으로 일한
저자에게 '치료법은 없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은 청천벽력이었을
것이다. 그동안에 쌓아 올린 모든것이 무너지는 순간이었고
상실이었을 것이다. 이순간 그에게 '어쩌면'은 유일한 희망이었고
놓고 싶지 않은 끈이었다. 그러나 그에겐 '하지만 언제나 최악을
준비하는 것은 특이하고 그리 자랑스럽지 않은 나의 타고난
성벽이었다'라는 의지와 저력이 존재한다.
상실은 잃어버림이다.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 버린 순간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미 건너버린 강 건너를 바라보며 '어쩌면'을
반복한다. 상실 자체의 무게에 눌려 자신의 인생을 허비하고
소모한다. 저자는 자신의 굳은 성벽을 의지하며 잃어버린 것이
아닌 남아 있는 것에 주목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 걸음이 비록
느리고 힘겨울지라도 앞으로 한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이 그에게는
새로운 희망이고 희열이 된다. 남의 불행을 보며 그렇지 않은 나에
대한 안도와 위안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하고 단단한
마음으로 굳게 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살아 있음에 감사하는
하루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삶의 후반전에서 깊이를 다 알수 없는 능력의 발달, 새로운
근육의 발달, 유연성 성장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 된다. Werner(1989)가 처음 소개한 회복탄력성(resilience,
회복탄력성이란 인생의 바닥에서 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
밑바닥까지 떨어져도 꿋꿋하게 다시 튀어오르는 비인지능력 혹은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