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펜을 무기로 시대를 기록하고 갈등을 풍자하며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이러한 까닭에 권력은 작가의 붓 끝을 예의 주시하며 자신들의 상황이나 의지에 맞춰 작가의 활동에 금서라는 재갈을 씌워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방패로 삼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은밀히 혹은 공공연하게 그 글들을 읽고 기록하고 나누며 또다른 가치관과 사고의 틀을 만들어 낸다. 이 책은 그러한 책들을 모아놓은 글이다.
특별히 먼저 영화를 통해 접하고 사실적 묘사가 궁금해져서 읽게 됐던 "북회귀선"이 그러하다.
정직하고 윤리적인 미국인들이 사회의 근간을 뒤 흔드는 홍수와도 같다고 생각했던 영어로 쓰여졌지만 프랑스에서만 출간되었고 사탄의 사주를 받은 악마라고까지 지탄을 받았던 헨리 밀러의 작품인 "북회귀선"은 작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처럼 자연주의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1인칭 서술의 방식으로 자신의 관점을 직접 서술하여 당시 사람들이 마음속에 꾹꾹 눌러 놓았던 외침을 토해낸다.
노골적인 섹스 묘사와 등장인물들의 입에서 나오는 '저속한 말' 들은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당시 본인도 "좀 센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짙은 성적 농담과 사실적인 섹스 장면의 묘사 역시 당시에는 충격이었던 기억이다. 또한 현세대를 향한 독백과도 같았던 "멋대로 해. 즐거울 수만 있다면.네 멋대로 해. 기쁠수만 있다면"이라는 주인공의 독백은 당시의 젊은이들에게 유행과도 같이 번졌던 문구이기도 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저자가 주목했던것은 너저분한 섹스도 거룩을 가장한 종교도 아닌 인간해방 그 자체였다. 무엇에도 종속될 수 없으며 어떤것에도 얽매일수 없다라는 저자의 자유작가 주의가 탄생 시킨 역작인 "북회귀선"은 금서로 지정되어 판매도 불가하고 출판도 불가했지만 전쟁 이후 사상이 초토화된 미국 땅에 새로운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가 되었으며 비평가들이 어떻게 평을 하든 그의 작품이 동시대 그리고 다음시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책 이외에 수없이 많은 책들이 권력의 입맛에 따라 금서로 지정되어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나게 만들었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러한 조치 덕분에 더 유명세를 타게 되고 오히려 "어둠의 바이블"이 되어 지성인들의 필독서가 되어 버린것은 역사의 아이러니 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