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와중에 사랑은 여전히 존재한다. 누군가를 마음에 둔다는 것, 그 대상의
아픔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물과 가진 것을 이용해 무엇이든 해 보려는 인물,
그 사이에서 갈등하며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인물들이 어김 없이 등장하여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각자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간다. 물론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 아닌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감이 섞인 선택이지만 그렇게 선택된 삶은 그리
평탄하진 않고 자신은 없고 딸이자 누나이자 아내이자 엄마였던 해미의 삶이
펼쳐진다. 격차는 지금도 그때고 분명 존재한다. 가진자는 가진자의 삶을 못 가진자는
못 가진 자의 삶을 살고 아둥바둥 거려 보지만 그 격차는 여전히 넓고 깊다. 저자는
자신의 글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인생의 허망함과 안타까움을 ‘집’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대로 표현하는데 마음이 먹먹해진다. 이 와중에 여자라는 이유로 해미에게
가해지는 헌신과 생산이라는 압박은 사회적 굴레였고 상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