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말씀만 하소서 - 출간 20주년 특별 개정판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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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어른들은 자녀를 먼저 떠나 보낸 부모의 마음을 '간장이 녹아

내린다'라는 말로 표현했을 정도로 큰 아픔과 상처를 남긴다.

저자도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며 형언할 수 없는 고통과

절망을 겪었고 그 과정을 일기로 써 내려갔다.


죽음은 신이 인간에게 허락한 공평함이다. 어느누구도 비켜갈수도

벗어날수도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우린 너무 깊게 상실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종교인들이 하는 '신의 섭리'라는 말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죽음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익숙한 광경이지만

늘 어렵고 부담스럽다.


책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들어 있는 책의 표지 앞과 뒤, 작가의

육필로 재현한 제목 글자등은 저자의 참담함과 안타까움이 동시에

드러나며 공감하게 된다. 때문에 저자의 “이건 소설도 아니고

수필도 아니고 일기입니다. 훗날 활자가 될 것을 염두에 두거나

누가 읽게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같은 것을 할 만한 처지가 아닌

극한 상황에서 통곡 대신 쓴 것입니다.”라는 고백이 더 처절하고

처연하다. 나아지는것 같다가도 불현듯 고통과 아픔과 상실에

몸서리 쳐지기도 하고 목 놓아 부르는 신에게선 아무런 대답이

없자 '한 말씀만 하소서'라고 매일을 애원을 한다.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다. 수없는 밤을 목 놓아

부르며 울다 지쳐 쓰러졌던 밤들이..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것마저도 신의 자비로운 은혜였을을 깨달았다.


삶은 어느누구에게나 준비할 시간이 없이 다가 온다. 때론 너무

느리게 혹은 너무 이르게 다가오는 삶의 시간들을 마주하기에

우리의 준비는 턱 없이 부족하다. 가족의 죽음은 더욱 그렇다.

떄문에 저자의 '통곡하다 지치면 설마 이런 일이 나에게 정말

일어났을라구, 꿈이겠지 하는 희망으로 깜박깜박 잠이 들곤 했던

게 어렴풋이 생각납니다.'라는 고백 앞에 숙연해 진다.


겪어 본 이가 가장 마음을 잘 알고 이해한다. 그렇다. 그렇기에

이 책이 아픔과 상실을 겪으며 고통의 강을 건너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통해 '희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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