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고비의 시간 - 생명 사랑으로 이어진 17년의 기록
김성호 지음 / 지성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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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동고비를 잘 모른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몸길이 10센티미터

남짓의 몸집이 아주 작고 무척 빠른 데다 겉으로 보기에 암수의 구별조차

까다로운 부지런하고 바지런한 그리고 알뜰하고 살뜰한, 무엇보다도

당차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동고비. 막상 이랗게 들어도 잘 모르겠다.

인터넷을 찾아 보니 참새목 동고비과에 속하는 조류로 주로 산지 숲이나

도시 공원에 산다고 한다. 울음소리가 크고 금속성을 내며 박새나

쇠박새의 무리 속에 섞여 살며 한배에 7개의 알을 낳는 우리나라 텃새로

등이 활처럼 굽었다 해서 동고비라고 부른다.


이 책은 생물학자의 눈으로 마음으로 살핀 공고비의 ‘같음이라는 바탕’에

‘다름’을 알 수 있는 여러 사례를 담은 기록집이다. 17년이라는 긴 세월을

동고비에 매달렸으니 찍은 사진만해도 어마어마할 것인데 그 중 고르고

고른 600여장은 한편의 서사이며 다큐멘타리다. 태어남과 죽음, 살아있음과

생존, 영역을 향한 무한한 침입과 버텨냄, 그리고 새로운 탄생과 죽음,

이 모든 것이 오롯이 담겨 있는 이 책은 그야말로 보고다.


동고비의 둥지를 만드는 모습은 마치 끊임없이 커다란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생각하게 한다. 딱따구리의 둥지를

고쳐쓰기 위해 청소부터 시작하고 입구를 좁히기 위해 부지런히 진흙을

날라 입구를 메우고 굳히기까지 한달여를 비가 와도 줄기차게 진흙을 물고

나르는 모습과 입구가 무너져 내리면 다시 쌓고 다시 물어오고 하는 모습을

연상해 보았다. 저자는 이런 동고비를 '당차다'라고 표현한다.


2010년에 출간된 <동고비와 함께한 80일>의 후속작 격인 이 책은 한 생명을

향한 생눌학자의 17년의 진심과 시링이 담겨 있다. 저고리 고름 말아쥐고서의

주인공 소쩍새가 이렇게 귀여운줄 새삼느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정독 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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