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 지브리 음악감독과 뇌과학자의 이토록 감각적인 대화
히사이시 조.요로 다케시 저자, 이정미 역자 / 현익출판 / 2023년 11월

월령공주 이후 보게 된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움직이는 성은 작지않은 충격이었고 그 안에 담긴 음악은 환상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그리고 그 음악의 작곡가가 히사이시 조라는 것을 알고 열광했던 적도 있다. 그리고 시간이 많아 흘러 뇌과학 권위자인 요로 다케시와 나눈대담집을 만난다. 이 책에서 우리는 음악과 인간 그리고 삶과 사고의 틀을 느낀다.

일단 음악가와 뇌과학자이자 해부학자와의 조합이 특이하다. 과연 이들이 합을 이룰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생겼다. 물론 전반적으로 요로 다케시가 이끌고 히사이시 조는 자신의 경험이나 현상을 이야기하긴 하지만 거장들의 대화는 사고의 영역을 확장시킨다. 둘의 대화를 보면 공감과 존중이 느껴진다. 마치 남한산성에서 격렬한 토론을 나누는 최명길과 김상현을 연상케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단어의 선택에서도 두드러지며 덕분에 수월하게 읽혀진다. 머리에 커다란 도서관이 얹혀있는 듯한 요로다케시를 향해 '그 어떤 영화보다 재미 있고 감동과 설렘을 느꼈다'고 말하며, 좋은 음악은 오래들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히사이시 조를 향해 그와의 대화는 마치 좋은 음악을 듣는 것 같아 음악과 언어가 깊은 차원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절대음감. 힌때 참 부러워했던 재능 중 하나이다. 음을 골라내는 탁월함과 음에 대한 지배력을 가진것 같아 동경도 하고 가지고도 싶었었다. 그러나 절대음감을 가진 분의 고백(조금이라도 틀린 연주를 들으면 견딜 수 없다고 한다)을 들은 후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는데 이 책에서 다시 만났다. 그것도 절대음감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를 걷어내는 반박은 충격적이었다. 절대음감은 모두가 타고 나고 개발시키기 나름이며 만3세 전후로 훈련하면 가질수 있다고 한다. 청각이 시각보다 앞서며 동시에 주어지는 자극에 대해 청각이 시각보다 더 빨리 뇌에 전달되며 귀가 신체운동에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눈을 통해 전달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감동을 가져온다. 사람들은 감정이 각자만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알고보면 상황과 타이밍이 서로 다를 뿐이다. 원래 감정이란 공감하는 것이다.

이밖에 두 거장의 대화는 음악에서 출발해 과학, 철학, 인문학등을지나 인간의 몸과 마음은 어떻게 음악을 듣느지, 어떤 것이 좋은 음악인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감각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두 거장을 소개하는 출판사의 카피도 마음에 쏙 든다. '사유하는 작곡가 히사이시 조'와 '행동하는 과학자 요로 다케시' 이 두 거장이 전하는 담담한 대화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진솔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