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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닮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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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bsy
(
) l 2023-08-07 20:58
https://blog.aladin.co.kr/787218140/14812022
침묵을 닮은 음악
이활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7월
평점 :
깊고 복잡한 감정을 단순히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감정선을 따라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며 느끼는 세세한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쉽고 평범한 문장들로 그려내는 감정의 새로움에 대해
고독한 여행자의 시선에서 담담히 그러나 깊게 써 내려가며 메너리즘에
지쳤다면 화자의 이야기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길 권한다.
이 책 참 깔끔하다. 억지로 만들거나 뒤틀고 꼬아서 어렵게 하거나 하지
않는다. 날것 그대로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담백하다. 의도적 암시도
없고, 보이는대로, 생각하는대로 그대로 글로 옮겼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긴 것은 줄였고 어려운건 풀었다'라고 할 정도로 문장이 쉽다.
때론 남자의 섬세함이 돋보이기도 한다. 이 책이 그렇다. 글의 전개와
단어의 선택에서 혹 여자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글과 표현이
섬세하다. 섬세한 남성이 쓰는 침묵을 닮은 음악. 뭔가 새로운 느낌이다.
음악이 침묵을 닮을 수 있을까. 불현듯 봉쇄수도원 카르투시오가 생각났다.
일반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며 규율이 엄격한 이곳을 그린 '위대한 침묵'
이라는 영화에서 오직 하나님을 향한 기도와 침묵과 고독의 삶을 살아가는
수도사 분들의 침묵이 음악을 닮은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저자의 글을
통해 '침묵을 닮은 음악'을 만나니 새롭다. 분명 그 분들은 침묵이라는 삶을
통해 신을 향한 음악을 완성해내고 있다.
이별에 대한 작가의 생각 역시 담백하다. '시작할 때는 우리가 가난해서
구걸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찾았으나 끝날 때에는 서로에게 충분해서
각자에게 각자를 베푸는 자가 되리라'. 물론 희망을 이여기 하는 것이겠지만
강해진 이를 뿌듯한 뒷모습으로 떠나 보낼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진다면
헤어짐도 넉넉할 것 같다. 구구절절하지도 지지부진 하지도 않고 담백하게
헤어지는 그것 그렇게 할 수 있음이 내심 부럽기도 하다.
침묵은 소리없는 외침이고 침묵은 그 자체로 이미 자유로움이다. 그래서 저자는
스스로를 선장이 없는 배의 항해사라고 표현한다.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지도도 없지만 분명한 목적지가 있기에 결코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그런
항해사. 삶이라는 길에서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시선과 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정작 자신의 길마저 잃어 버리는 우리네 현실 앞에 저자의
고독한 항해는 오히려 축복이다. 그런 길을 가는 저자를 응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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