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 드링크

걸리 드링크 - 인류사 뒤편에 존재했던 위대한 여성 술꾼들의 연대기
맬러리 오마라 지음, 정영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책을 소개하는 글이 멋지다. '알코올을 발견하고, 지켜내고, 찬양해온 모든 취한 여자들의 역사'. 궁금해진다. 과연 어떤 인물들과 이야기가 등장할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었다. 술과 얽힌 이야기들 그것도 일상적인 남자의 이야기가 아닌 술이 등장하는 모든 상황 속에 함께 한 낮은 술상의 주인공들인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자는 여자, 술, 역사라는 키워드를 가진 책을 찾아 볼 수 없어서 스스로 이 책 걸리 드링크(Girly Drinks)를 저술하였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 세계 알코올 역사의 중심에 드디어 여자들을 세웠다!”

편집자의 글에서도 나와 있지만 이 책 재미있다. 상당한 분량의 책임에도 빠르고 통쾌하고 박력과 유머 그리고 분노를 동시에 서술한 이 책 상당히 재미있다. 이 책 한권만 재대로 정독하면 평생 술자리에서 고상한척 떠들어댈 이야기 거리를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도 방대하다. 각기 다른 시간을 살았던 여성들의 시대 속 흔적들과 그 흔적들의 이면에 깔린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일예로 선술집 면허나 주점 면허를 신청하는 대부분의 여성은 미혼이거나 과부 였으며 마을 주민들은 이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 보다는 술과 몸을 팔게 하는 편이 경제적으로나 생리적으로 이익이었다는 글은 일견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우연히 발효된 과일이나 벌꿀에서 유래된 술은 농경과 정착을 통해 판매가 시작됐고 대부분은 가정에서 여성에 의해 만들어졌다. 함무라비 법전이 등장하면서 술의 재조와 판매가 남성에게 넘어가면서 여성에 대한 술의 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어 여성의 음주에 대헤 금기시 하던 시대도 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술을 판매하는 곳이라는 표시로 문 앞에 둔 빗자루와 여성의 옷차림이 우리가 아는 그 마녀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저자가 여성들에 대해 쓴 글 중 눈에 들어 오는 구절이 있다. '여자들은여전히 싸움과 승리, 패배와 싸움을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녀들의 회복력이다.'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문화적 위치도 상승한 반면 여전히 사회와 문화의 장벽과 싸우는 이들이 존재한다.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다. 현재를 가장 잘 대변해주고 객관화 시킨다. 그리고그 역사는 후대로 이어진다.

​이 책에는 술의 기원에서 부터 현재의 술에 이른는 다양한 소개와

각 시대를 상징하는 술의 제조 과정과 이에 따른 문화 이야기

등이 풍부하게 들어 있고 저잣거리나 뒷골목 선술집에서나 들어

볼법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술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