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백운숙 옮김 / 서사원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승은 '나'에 대해 빌린 몸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잠시 빌린 몸이기에 억지로 주인행세 할 필요도 없고 잠시 머물다 가면 되는 것이다. 존재를 발견할 이유도 그것에 목을 맬 이유도 없다. 죽음을 향해 걸어 가는 매일의 삶에 우리의 존재는 그저 먼지에 불과할진데 굳이 그 의미를 찾아서 무얼하겠냐는 선승의 말은 무언가를 찾기에 급급한 우리에게 작은 울림이 된다. 삶을 살아가며 겪게 될 많은 일들 중 하나에 불과한 것에 연연하지 말고 그냥 그대로 갈 길을 걸어가라는 조언도 더해지고 나면 뭔가 짐이나 무게가 확 줄어 든 느낌이다. 결국 '나'라는 존재는 기억과 타인과의 관계가 쌓아 올린 허상에 불과할 뿐이다. 내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방법은 다른이가 '나'를 인정해 줄 때와 '나' 스스로를 인식할 때 뿐이기에 둘의 부재는 존재 근거의 상실이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린 그 상실을 쫒는다. 힘빼고 살기. 참 어려운 주문이다.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힘을 빼라는 말은 왠지 허무와 패배로 들리기 쉽다. 하지만 선승의 글은 우리를 허무로도 패배로도 인도하지 않는다. 물 흐르는 대로 두는 것, 바람이 부는대로 흔들리는 것, 이 모든 것이 삶의 이치요 방법이기에 삶은 이어지고 만들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그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산다는 것은 생각대로 풀리지도 결과가 항상 보장되지도 보상이 정확하게 지급되지도 않는다. 선승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