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온도

소통의 온도 - 일, 관계, 삶을 바꾸는 따뜻한 말 한마디
김진이 지음 / 다른상상 / 2023년 4월

소통. 좋은 말이다. 그런데 대부분 소통을 할 줄 모르면서 마치 자신이 소통의 대가나 되는 마냥 착각을 한다. 소통은 말을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오고 가는 것인데 말만 번지르하게 하거나 장황하게 늘어 놓으면 소통이 되는 줄 안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에게 '다정한 말이 모든 말을 이긴다'고 말한다. 말에 따뜻함을 말에 친절함을 말에 진심을 담아 낼 줄 아는 것이 다정함이다. 진심은 강력한 힘을 가진다.

우리는 말하는 이가 될 수도, 듣는 이가 될 수도, 나가 될 수도 너가 될 수도 있다. 대화는 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해야 한다. 마음의 평정은 우리의 대화를 깊고 넓게 만들어 준다. 마음은 옮아가고 닮아 간다. 저자가 예로 드는 유재석의 '무릎'은 우리의 대화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초대 손님을 향해 마주하는 그의 무릎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상대로 하여금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경청의 자세이다. 허세나 권위가 아닌 편안하고 겸손한 자세가 경청의 자세이며 좋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바른 모습이다.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입이 열리기 마련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대화법 중 우리가 놀치는 것 하나가 있다. 바로'어휘력'이다. 말을 잘하려면 어휘력을 길러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처럼 아는 단어와 문장들이 그 사람의 말의 품격을 결정하기에 어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어휘력은 단번에 늘지 않는다. 꾸준하고 다양한 글을 통해 천천히 나아지는데 꽤 많은 인내를 요하기에 많은 이들이 중도에 포기하기도 한다. 영화 남한산성에 보면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현(김윤석)의 설전는 어휘력의 향연이다. 품격있으면서도 상대방의 허점을 노리고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날카로운 비수를 꽂는 그들의 설전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어휘력은 그렇게 표현되는 것 같다.

'당신이 하는 말이 곧 당신이다'는 문장에서 잠시 머물렀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무책임하고 무례하게 툭툭 내뱉었던 말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소통은 철저하게 다이얼로그(dialogue)가 되어야 하는데 모노로그(monologue)로 일관한 것은 아닌지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