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나사의 회전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6
헨리 제임스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나사의 회전은 헨리 제임스의 나이 55세*1898)에 발표된 소설로 여자의 심리와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 드러나는 갈등과 심리적 묘사가 탁월한 심리 소설이다. 당시 유럽은 브람 스토커(BramStoker)의 『드라큘라』(Dracula, 1897)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1886) 등 고딕 장르의 전통이 현대적으로 부흥하던 시기였다. 당시 이성적 가치들에 의문을 제기하던 세기말의 분위기와 어욿려 초자연적인 현상,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주제에 과감하게 접근한다. 인간의 어리로 만들어 낸 환상, 인간의 감각이 직접 경합한 것들, 객관적인 실체에 대한 믿음등을 주제로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소설은 중세의 건축물이 주는 분위기에서 소설적 상상력을 끌어 냈다하여 고딕소설이라 불린다. 등장인물은 딱 네명, 그리고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를(소설에선 유령이라 부름) 존재 둘이 전부인데도 구성이 워낙에 탄탄하여 빈틈을 찾기 어렵고 분위기는 충분히 압도된다. 여기에 가정교사와 아이들간의 신경전은 접입가경. 가히 전쟁이다. 소설의 전개 대부분이 가정교사에 의해 진술된 내용들이기에 유령의 존재에 대해서도 사실 단정짓기가 어렵고 모호한 마일스의 퇴학사유, 삼촌의 냉소적인 반응과 대응, 묘하게 그려가는 마일스와 가정교사간의 이성 구도등 어느것 하나 명확하지 않다. 다른 번역에 나오는 '만약에 어린아이 한 명이 나사를 한 번 더 죄는 효과를 가져온다면, 어린아이가 두 명일 때는 어떻게 되겠어요?'라는 말을 통해 짐작할 뿐이다.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하다. 나사의 회전은 장르개척 소설이다. 당싱에는 생소하고 낯선 배경과 전개인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익히 아는 여러 공포물들이 제작되었고 무수히 많은 영화로 만들어 졌다. 물론 지금의 것들이 더 많이 세련되고 다듬어졌다. 100년이나 지났으니 말이다. 우리가 달나라에 토끼가 살고 토끼는 떡방아를 찧고 있다고 생각하던 그 시절이 벌써 이런 종류의 소설이 등장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책이 왜 시카고 플랜 고전 문학 시리즈에 들어가는지 충분히 납득이 된다. 또한 당시의 책들과는 다르게 개방형 결말을 가진다. 가정교사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말을 유추할 수 있는 결말을 가지고 있는 시대적으로 상당히 실험적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