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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사는 게 전부가 아닌 날도 있어서 - 14년 차 번역가 노지양의 마음 번역 에세이
노지양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는 아직 쓰는 중이고 엔딩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전문 번역가 답게 자신이 번역현장에서 만나는 단어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색다른
만남을 선사하고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장소에서 건져낸 보물과도 같은 단어들의
향연에 눈과 머리가 행복해지는 경험을 선사한다.
여행을 떠난다라고 쉽게 해석되어지는 'go places'가 그렇다. 구어라서 책 보다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 단어가 '성공하다 혹은 성취하다'는 의미로
사용되어진다는 설명은 신선하다. 여행을 떠나다와 성공하다는 별로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닌듯 하면서도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진다. 물론 여행이 성공한 자만의 특권은
아니지만 더 여유롭고, 더 풍부하고, 더 좋은 퀄리티를 얻기 위해 어쩌면 성공이라는
상황은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세상은
한발씩 때로는 성큼성큼 넓어진다는 저자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신분의 상승은
그 만큼 누릴 수 있는 더 많은 것이 생기는 것이고 누릴 수 있는 퀄리티가 그만큼 좋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옛말에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있나 보다.
'Embrace myself"
저자는 이 문장을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다'라고 번역하지 않고 '나 자신을 끌어 안다'라고
사용한다. 끌어안다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좋다. 무언가를 놓고 싶지 않아서 꼭 쥐고 있는
간절함이 뭍어나고, 무언가를 얻고 싶은 마음에 기대하고 소망하는 절박함이 드러나고,
사랑하는 이를 생각하는 아련함이 떠오른다. 이렇게 끌어 안다 보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는 나로 바뀌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도 가져 본다.
책의 말미에 들어 있는 에릭 테임즈(전 nc다이노스 선수)의 실패에 관한 인터뷰는 이 책을
쌈빡하게 정리해 준다. '야구는 나에게 실패를 가르쳐줬고 실패 앞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배웠고 야구를 한다는 것은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고 수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은 끝에 나는
현명해졌고 또 다시 실패를 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이 글에 현재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자. 만약 당신이 실패했다면 당신은 그것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삶이 단지 먹고 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살아 낼 가치가 있는
삶이라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