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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ㅣ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3
예브게니 그리시코베츠 지음, 이보석.서유경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8년 4월
평점 :
작가는 모스크바에서는
어느방향에서 해가 뜨는 건지 알수도 없었고 가늠할 수도 없고
심지어 모든 것이 멀리
떨어져 있어 두렵기까지 하던 샤사라는 인물을 통해
그것과 친해지고 좋아져가는
모습들을 그려낸다.
삭막하기만 한 모스크바를 가장 행복하고 소중한 장소로 느끼게 끔 전환점을
마련해준
여인과 어떤 상황과 어떤 모습으로도 항상 스펀지와 같이 흡수하고 받아 들여주는 친구
막스와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완화 시키기도
한다.
글을 읽고 난 후 머리를 떠나지 않는 인물이 있다. 사샤가 이동 중에 만난
택시기사이다.
어딘가엔가 있을법한 그러나 자주 만나기 어려운 그런 인물. 가슴이 따뜻하며 깊은
속정과
여유로움까지 갖춘 인물. 넉넉함과 여유로움으로 마음이 상해있는 샤사를 감싸주며
유행가가 아닌 재즈를 즐기는 매력적인 인물.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다녔을
것임에도 나름의 품격마저 갖춘 그런 인물. 우리는 이런 인물을 "어르신"이라고 부르며
기다리는것
같다.
마치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는 그 아련함으로 말이다. 손님에게 당당하지만 결코
무례하지 않고, 세상을 사는 이치를 잘 알지만 결코 천박하지 않은 그런 인물. 손님의
필요에 적절히 반응하고 대응하는 기지와 순발력 등을 보면서 '이런 인물이 실존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것 그것은 분명 행복이다. 그냥 행복이 아니라 조금은 사치를
부려볼만한 그런 행복이다.
이 책에는 또 하나의 행복이 나온다. 샤사의 고향 친구인 막스이다.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 친구를 가장 적절하게 보여주는 인물이 막스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 줄 줄 아는 그러면서도 적절한 충고를 할 줄 아는
그런 존재가 막스다. 아픔에
대해 아픔 그대로 받아들이며 같이 아파하는, 기쁨과
행복에 대해 본인 보다도 더 기뻐 할 줄
아는, 말할때와 물러날때를 구별할 줄 아는
그런 인물이 막스이다. 친해지고, 가까워지고, 익숙해져가면서 딱
그만큼 미안함이
사소해지고, 고마움이 흐릿해제가가 마련인데 막스는 그렇지
않다.
언제나 그자리 그대로이다.
그런 친구가 있는 샤사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