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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제니 로슨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 제니 로슨지음 / 이주혜 옮김 / 김영사
저자가 정신질환(우울증)을 앓으면서 겪은 일들을 블로그에 옮겨 적은 내용을 모아서 출간한 책.
프롤로그에서 " 누구나 옷장 속에 잘린 사람 머리 하나는 넣어두고 산다."는 표현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심적 고통을 받고 살며, 그 깊이와 넓이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저자가 말하는 그 머리는 때론 비밀이고 때론 말하지 못한 고백일 것이며, 때론 조용한 공포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물론 저자는 이 책 또한 잘린 머리 중 하나라고 정의한다.
소득은 오르고 낳아지고 통장에 잔액은 늘어났으나 삶의 퀄리티는 올라가지 않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 요즘이다.
더 나은 보건, 의료환경, 적어도 기본은 만족시키는 기초 생활, 대중들의 높아진 시민의식 등은 종전의 상황보다 훨씬 객관적으로 진보했으나, 예전보다 불면증, 우울증, 공황 장해 등을 앓는 사람들은 내 주위에 늘어가는 추세.
성장은 육체와 정신이 같이 발을 맞춰갈 때 미래를 향해 간다고 배웠다.
물질적인 만족에 집중하다 보면 도덕성을 육체와 정신 둘 다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니....
아무튼 저자는 우울증을 직접적으로 겪은 내용을 1차원적으로 설면하고 그냥 상황을 있는 그대로 써나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
일본을 여행하며 변좌가 따뜻한 좌변기 커버에서 지옥을 맛보고, 소변시 물 내리는 여성의 성향에 따른 음악이 나오는 것을 자장가를 떠올리고 버튼들에서 공포를 닌자가 난입한 상황에 비길 정도로 무서움을 느꼈다는 글도 있다.
누구나 아플 수 있지만, 그 아픈 사람을 정확하게 변별하고 배려하고 치유하는 노력을 함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병원에 가는 것을 장례시장에 들어가는 것으로 느끼고, 피부의 연약한 곳을 후벼파서 자살을 시도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서 피가 나야 가려움이 없어지는 것으로 인지하는 것 등에 대한 배려를 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자신의 신체에 가학행위를 하는 것과 사회에 대해서 가학하는 행위를 통제하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아픈 사람을 과학적인 치료에 이르게 하는, 그것도 빨리 캐치해서 적합한 의사에게 정확하게 데려가는 것은 육체적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유 과정이 합치하는 듯.
물론 이 과정에서 환자는 의사를 의심하고, 심지어는 의사라 부르기 싫어하기도 하고 남편이 의사에게 속아넘어가고 있다고 망상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저자의 남편은 저자의 의견을 좇아서 상담을 중단하고 부부가 해결점을 찾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 당연히 그런 과정은 새 정신과 의사에게 새로운 상담 거리가 되었지만...
단순하게 쓰레기와 차 키 둘 중에 버려야 할 것은 쓰레기인데, 어느 순간 차 키를 버리고 쓰레기를 들고 있다는 정확한 판단이 들면 쓰레기통에 있는 차 키를 찾아서 뒤적거리고 있을 때 환자는 두번 아프다고 한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림과 쓰레기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쓰레기가 늘면 차 키 찾기가 더 어려위지니까) 한 손에 들고 차 키를 찾으려 쓰레기통을 뒤지는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뒤섞이면서, 날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겠지? 나는 미친 거 맞나? 라는 식의 다중, 다면의 심리 상태에서 길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저자가 겪은 일들을 액면 그대로, 마음 그대로 갔던 길의 발자국을 엮은 책이다.
그리고....
가끔은 술마시고 어찌 썼는지도 모르는 글도 있고, 고민하다 올리며 "술취한 그 여자는 정말이지 악당이다."라는 덧글을 남기기도 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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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빠른 시간에 한 장소에서 수많은 개자식을 찾아보고 싶다며 공항으로 가보라. 일반적인 환경이라면 주변 인구의 대략 5%는 개자식이다. 참고로 또 다른 2%는 완전 개새끼이다.
_ 죽기는 쉽다. 코미디는 어렵다. 일상 우울증은 빌어먹을 소풍이 아니다.
_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소재는 햇빛, 항우울성 진정제, 항불안 장애 약, 비타민 B 주사, 산책, 필요할 땐 그냥 우울하게 내버려 두기, 물 마시기 <닥터 후> 감상, 책 읽기, 날 지켜볼 사람이 필요하면 남편에게 말하기,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 모음 테이프 만들기, 듣고 싶기는 하지만 들으면 나빠질 거슬 아는 것은 듣지 않기.
_ 우울할 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은 신(神) 처방, "그냥 힘내"라고 말하는 것. 요점은 정신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고통받는다는 말이에요.
_ 사람들이 우울증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옆 사람이 이틀 굶은 것을 못 알아보는 것과 같은 원리.
_ 수술 불신은 "마취에서 깨어났는데 남자 성기가 생겨 있으면 어쩌죠?"라는 질문과 수술하지 않아야 하는 다리에 "이 다리 아님"이라고 써 놓거나 "개수작 부리지 마시오"라고 쓰기도 한다.
_ 솔직히 이 세상에는 파슬리가 1,000 조각만 존재하며, 셰프들이 계속 재활용하고 있지 않나 의심스럽기도 하다.
_ "저는 지금 죽어가는 게 아니에요, 단지 정상적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거죠, '노화'라고도 하지요, 그리고 그건 지극히 좋은 일이에요, 하루하루가 인생을 즐길 또 다른 기회이니까요.
_ 비교는 기쁨의 죽음이다.
_ 나의 내면을 타인의 외면과 비교하지 마라.
_ 나의 무대 뒤의 모습을 타인의 무대 위 최고의 모습과 비교하지 마라.
_ 내가 비교해서 더 나아져야 하는 유일한 사람은 어제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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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 제니 로슨 지음 / 이주혜 옮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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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우울증을 겪은 저자가 본인이 느끼고 겪고,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들 등의 일상을 그대로 적은 일기 같은 일상생활기를 블로그에 기록하고 그 누적된 내용을 책으로 엮은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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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출판사와 인연이 깊어지다보면 가끔씩 이렇게 따끈따끈한 출판전 가제본 책을 만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불판에서 갓 건져올린 뜨거운 붕어빵을 오른손 왼손으로 옮겨가며 호호 불어가며 먹는 맛이라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