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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족이 되었습니다
사쿠라이 미나 지음, 현승희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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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지극히 주관적인 소감을 남깁니다.

가난한 17살 소녀가장 가에가 외할머니의 상속을 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총 4장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각 주인공의 시점에서 한 챕터씩 이야기를 풀어낸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고 싫어하는 쪽에 가까웠던 가에. 고양이 리넨도 눈치를 챘는지 다가오지 않고 하악질을 하며 거리를 둔다. 늘 사치를 일삼다가 빚쟁이에 쫓기는 이복이모 리사코. 성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삼촌 고타로. 그리고 유언집행자인 할머니의 육촌 자매 다마키.
유산 상속의 조건은 상속이 완료될 때까지 상속인 모두가 한 집에 함께 사는 것. 처음 본 돌아가신 엄마의 형제들과 함께 살며, 할머니가 키우던 고양이를 길들여야 하는 미션이지만, 오갈 곳 없는 가에는 선택지가 없다. 가에도 고타로도 리사코도 각자의 상황에 따라 상속을 거부하기 어렵고, 누구라도 상속을 포기한다면 모든 재산은 자선단체에 기부된다는 조건.

표지가 이뻐서 눈에 확 들어왔고, 소재도 신선했고 무엇보다 책이 술술 읽혔다. 일본 소설 특유의 분위기와 문체가 있었고, 사람이나 장소를 묘사하는 것도 눈에 그려지듯 선명했다. 받은 지 하루만에 다 읽고 빠른 서평을 남길 수 있었던 것도 책이 가진 흡입력 덕분이다.

가족이 무엇인가는 여러 매체를 통해 다뤄졌지만, 함께 일상을 공유하는 것에 가장 큰 방점이 찍혀있지 않을까. 아버지보다 연한 피가 흐르지만, 또는 아예 피도 섞이지 않은 분도 있지만, 그들이 행패를 부리는 아버지에게서 가에를 보호하는 보호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충분히 설득력있게 그려졌다.

죽기까지 외로웠던 마사코의 삶이 안타까웠다. 모두가 떠나고 가에를 데려와 또 다시 실패를 마주할까 두려워 이런 유언장만 남기고 세상을 떠난 가에의 할머니 마사코. 보수적이고 단정한 마사코에게 여성스러운 아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그녀가 고타로에게 상속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보다 아들의 가치관을 인정해주고자 하는 마지막 마음 아니었을까.

결국은 대화다. 가족은 대화를 해야한다. 마사코가 남긴 마지막 편지가 나올 줄 알았는데, 마지막까지도 유언장을 통해서만.. 다마키의 시선을 통해서만 마사코의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어 그런 부분은 좀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그들이 서로 함께 어울리며 마음을 터놓고 진정한 가족으로 나아가는 그림은 참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추천 대상
가족애가 느껴지는 따뜻한 소설을 읽고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난 결코 남들에게 칭찬받을 만한 행동만은 하지 않았어. 용서받지 못할 짓도, 꼬인 부분도, 틀린 점도 많지. 하지만 그때마다 반성해. 잘못된 일을 하면 또 후회하게 되니까. 늦잠을 많이 잤을 때라든가, 말리던 빨래를 비에 적셨을 때라든가, 장을 보러 갔는데 살 물건을 깜박했을 때라든가. 그런 작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매일 점점 더 딱딱해졌는지도 몰라.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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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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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즐거운 기억이 가득 차 있었는데, 이게 꿈이란 걸 자면서 느끼게 되었다. 꿈에서 '이게 꿈이구나'라고 인지하니 곧 깨게 되었다. 동도 트기 전이고 즐거운 꿈이었기에 다시 그 꿈을 꾸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시 꾸고 싶다고 그 꿈속으로 이어서 들어간 적은 없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다. 그게 꿈이고, 꿈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다. 진입하는 방법도 알 수 없을 만큼 꿈이란 것은 우리에게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그런 꿈을 주제로 하루키가 돌아왔다. 한 번 발표한 소설을 40년 만에 다시 수정해서 761페이지나 되는 두툼한 책을 냈다. 하루키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17세 소년과 16세 소녀가 에세이 시상식에서 만난다. 각자의 삶에서 섬처럼 부유하며 살아가던 그 둘이 서로 통하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게 되었고, 견고한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풋풋한 학생으로서의 연애도 짧고 아쉬울 텐데 그들은 만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불확실한 벽에 둘러싸인 도시를 조금 더 내밀하게 건설하는 것에 집중한다. 주인공의 시선에서는 사실 그 도시가 현실인지 꿈인지조차 알 수 없도록 몽환적이다. 그저 한창 왕성한 소년이 청순한 소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래서 더 믿었던 것 아닐까. 주인공조차도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알지 못했던 것 같다. 진정한 사랑은 몇 살에 완성되는 것일까? 육체적으로 하나가 되어야 사랑의 완성이 되는 것일까? 

갑자기 사라진 소녀를 잊지 못한 주인공은 몇 번의 연애를 더 해보지만 계속 실패한 채 다시 섬처럼 떠돌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지만 연결되지 못한 것이 아닐까? 그들의 사랑이 정말 견고했기에 소녀를 그리던 그가 그곳에 들어갈 수 있었을까?


소녀와의 기억이 있던 과거와 도시를 헤매는 현재의 내가 혼재하던 1부를 지나 고야쓰씨를 만나는 2부부터 소설은 속도감이 붙기 시작하며 재밌어진다. 시골마을의 도서관장으로 보내는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한 걸 보면 내가 정말 부러워하고 있고, 시골에 가서 살고 싶구나라는 생각이 미칠 정도였다. 도서관과 1부의 벽에 둘러싸인 도시가 맞닿아있는 장면을 볼 때마다 털이 쭈뼛 서는 소름을 여러 번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한 작가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소설을 계속 AS 하면서 끝까지 이야기를 마치고자 마무리하고자 노력한 하루키 작가는 진정한 이야기꾼이란 생각이 들어 박수를 쳐드리고 싶었다. 모호하면서도 추상적인 내용이 많아 다 이해하지 못한 내용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긴 호흡의 책을 함께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4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꿈에서 딱 한 번 뵈었다. 먼발치에서 얼굴만 뵈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소녀를 만난 소년처럼 나 역시 아빠를 만나고 싶다. 아빠가 날 못 알아볼 수도 있지만, 건강하신 모습으로 다시 한번 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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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4 -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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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이어진 그의 트렌드서 집필은 2020년 이후 더욱 더 탄력을 받은 듯 하다. 


" 시간은 금(돈)이다 "

오래된 격언이지만,  요즘 시대를 관통하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경험(시간)을 파는 사람들이 늘고 노하우를 파는 사람이 늘어난 시대가 코로나 이후의 시대로 점철되니 말이다. 


이해되는 내용이 많은걸 보면서 내가 그리 뒤처진건 아니구나 싶어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했고,

과연 이게 트렌드가 될 것인가 긴가민가하며 보게된 내용도 있었다. 

제시된 여러 키워드에서 내가 가장 와닿았다고 느낀 키워드는 "분초사회"였다.

앞서 적은 경험이 돈이되는 내용은 요즘 시대를 관통하니까..


그럼에도 조금 아쉬웠던건 책 전반에 걸쳐 너무 했던 얘기 또하고 앞서 나온 내용이 또 나오고 중복되는 듯한 부분이 내 시간을 뺏은 것 같아 이렇게 두껍게 출판될 내용이었나 조금 의문이 들기도 했다. 서문에 적은 AI 가 쓴것과 비교해봤다는 부분이 있었는데, 진짜 AI가 썼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내용이 계속 중첩되서 조금은 지루하기도 했다. 2006년의 맥모닝 성공사례를 2024년의 트렌드 예시로 붙인건 '예시가 그리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 지경..


그럼에도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트렌드서를 읽는건 트렌드가 됐다. 날이 추워지면 독감예방주사를 맞듯 그 해의 키워드를 정리하고 다가올 트렌드를 알아보는 시간은 한해의 연말정산 같은 느낌이니까...


나는 이 책을 12월 초에 샀는데.. 10월 중순에 발행된 책이 12월 초에 이미 20쇄를 찍었다고 하니 다른 무엇보다 요즘같은 시기에 이런 트렌드를 만든 것 자체가 그저 부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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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 소중한 꿈이 있는 희망 이야기, 초등논술 세계명작 41
카를로 콜로디 원작, 유영진 지음, 김연정 그림 / 킨더랜드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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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전 명작일수록 구전으로만 전해 들은 경우도 많아서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원작의 플롯과 주인공 이름만 같을 뿐 책에 따라  많게는 수십 또는 수가지의 버전으로 나뉘어 출판되기에  나중엔 당췌 뭐가 원작인지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내게는 이 책이 그랬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이야기의 맥락을 통해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권선징악적 결말로 이어지니 다들 이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나처럼 딱 저만큼만 알았던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이와 함께 읽어본 피노키오는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처음' 읽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여러가지로 놀라웠다. 

‘등장인물이 이렇게 많았던가’ 한번 놀라고

‘이렇게 내용이 길었던가’ 싶어 놀랐다. 

심지어 ‘이게 피노키오의 내용이었나’ 싶은 -피노키오 줄거리라고 상상하지 못한 완전 처음 듣는- 내용도 있다는 것에서 또 놀랐다.


약 150여년전에 씌여진 이야기라 요즘의 시대 분위기에서 보기에 사뭇 불편한 ‘착한아이증후군’이 연상되게 가스라이팅하는 내용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아이들에게 사기치는 사람을 골라낼 수 있는 방법이나 습관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어른들에게는 아이의 노력을 칭찬해줘야 한다는 칭찬 기법들을 소개하고 있기에 시대의 유무와 상관없이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버전이야 뭐 워낙 많으므로 재 출간을 고려하는 출판사들이라면 요즘 시대에 맞게 일부 수정이 들어가면 호불호없이 읽을 수 있어 더 좋을 것 같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와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진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좋은 습관을 길러야해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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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지은 집 - 구십 동갑내기 이어령 강인숙 부부의 주택 연대기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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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를 이룬 일가의 길고 두툼한 에세이를 읽었다. 이어령, 강인숙 부부가 결혼해서 어떤 집에서 살아왔는지, 어떤 집에서 어떤 글을 써왔는지, 한국의 현대사의 살아있는 내용들을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 묘사된 셋방 이라는 곳은 우리가 생각하는 집의 형태라고 보기 어려워보였다. 노출이 된 곳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아이의 입원으로 인해 다인실에서 경험했는데, 아래의 내용이 고스란히 전해져 ‘입원’ 이라는 이름은 나에겐 ‘사생활 침해 스트레스’와 거의 동급일 정도로 느껴져 저자의 심리가 와닿았다.
우리가 마지막까지 살고 싶은집 이라는 부분은 굉장히 크게 와닿았다. 우리집도 투룸 빌라에서 시작을 했다. 거실과 주방이 합쳐진 투룸 빌라에서 투룸 아파트로 투룸 아파트에서 쓰리룸 아파트로 옮겨가면서 고단한 서울살이를 그만두고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는데, 많은 집을 거쳐다니며 두 부부가 고군분투를 한 장면들을 보며 나름의 위로를 많이 받았다. 내가 꿈꾸는 마지막 집은 어떤 집일까?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고, 그 꿈을 위해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에 살고 있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절약을 하며 살아야겠구나를 다짐하게 되었다. 봄이 되면 영인문학관에 방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서서평
출판사를 통해 제공된 도서를 읽고 주관적 내용을 담아 작성되었습니다.

나는 방이 작은 것이나 한데 부엌의 추위 같은 것보다 사생활이 침해되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다. 사 년 동안에 네 번이나 셋방을 바꾸면서, 같은 공간에서 남과 같이 사는 것이 얼마나 불편하고 복잡한 것인가를 실감했기 때문에, 자기만의 공간을 가지게 된 것이 무조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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