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이어준 다섯 가지 기적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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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사랑이 담겨 있는지,
그리고 책이 얼마나 커다란 기적을 선사할 수 있는지.

편집자, 소설가, 북디자이너, 서점 직원, 독자까지—
책 한 권에 얽힌 이들의 이야기가 서로의 삶을 물들이고, 또 이어진다.

줄거리를 짧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편집자 쓰야마 나오미는 작가 스즈모토 마사미의 작품에 구원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의 새로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북디자이너 아오야마 데쓰야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아내와 함께 자신의 마지막 책을 디자인하며 진심을 담는다.
서점 직원 시라카와 코코미는 책을 통해 가라타 겐타로를 만나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가라타 가즈나리는 아들에게서 책을 선물받고, 그 책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처럼 책은 그 안에 담긴 문장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책을 사랑한다.
작가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고,
그 마음은 책을 통해 독자에게 닿는다.
한 권의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이 녹아 있고,
독자는 그 안에서 자신의 삶과 감정을 비추며
위로받고, 공감하며, 스스로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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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 - 세상 가장 다정하고 복잡한 관계에 대하여
릴리 댄시거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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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오래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책은 사비나라는 사촌이자 친구를 애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스무 살의 나이에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비나, 그 비극적인 죽음 이후 저자는 오랫동안 그 슬픔을 꺼내지 못한 채 살아갔다. 그리고 13년이 지나서야 이 책을 써냈다고 한다. 애도와 회고, 그리고 사랑과 미안함이 뒤엉킨 채로.

저자는 우정이 때로는 자매였고, 엄마였으며 연인이었다고 말한다. ‘엄마 노릇’이라는 표현이 참 인상 깊었다. 나도 어떤 친구에게 그렇게 굴었던 적이 있다.

책 초반에 등장하는 ‘화재 비상구’라는 공간은 너무 부러웠다. 세상에서 조금 비껴선 곳. 그 장소는 피난처였고, 우정의 상징이었으며, 불운한 일을 털어내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우정을 나눈 친구가 옆에 있었다는 것. 그 자체로 부러웠다.

가장 공감한 곳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나랑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비슷해서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다른 대륙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아이는 낳아서 사랑을 가득 주고 싶은 존재다. 하지만 내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사랑을 온전히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모순된 감정에 혼란을 느끼고, 내가 '정상' 범주에 드는 '여성'이 아닌 건 아닌가 의심할 때도 있다. 엄마가 된다는 것, 아이를 낳는다는 것. 하지만 내 존재 그대로 나로 사는 것, 누군가의 친구로 옆에 있는 것, 친구 아이의 이모가 되어주는 것. 미지의 세계로 당당하게 나아가는 나를 꿈꾼다.

이 책은 한 사람의 회고록이면서 동시에 문화 비평이기도 하다. 여성 예술가들의 문장과 삶, ‘슬픈 소녀’ 이미지에 덧씌워진 사회적 시선, 여성 간 우정에 내재된 욕망과 애증, 그리고 경계 너머의 감정들. 여자들의 우정은 언제나 단정한 언어로는 담기지 않았다. 질투하고, 상처 주고, 안아 주고, 외면하고, 이내 사랑하고, 끝내 곁에 남는 감정. ‘동성애도 아니고, 연애도 아닌’ 그런 복합적인 관계.

읽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잃었을 때, 그 죽음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나는 아직 가까운 사람을 잃어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은 애도의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했다.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끝까지 기억하는 일일까? 그 사람의 마지막 사건을 똑바로 바라보며 어떤 모습으로 생을 마감했는지 똑바로 마주해야 할까?
아니면 사랑하던 그 상태 그대로 놓아주는 일일까? 그 상태로 사랑하고 사랑하는 이를 기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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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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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기진 날, 지치고 숨막힐 것 같은 날,
그럴 때 김밥천국 간판을 보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은 10편의 단편을 담았다.
각각의 이야기 속엔 각자 살아낸 인물들이 있고,
그들의 식판 위엔 김밥, 돈가스, 떡라면, 새우튀김, 오므라이스 같은 익숙한 음식들이 놓여 있다.
단단한 위로는 고급스러운 말이 아니라, 따뜻한 한 그릇에서 온다는 것.

김밥천국은 누군가에겐 잠깐의 피난처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다시 걸어 나가는 힘이 될 것 같다.
읽고 나면 문득 그곳으로 향해 원하는 음식 한끼 골라먹고 싶다.
그렇게 괜찮지 않은 하루에도, 나를 위로해줄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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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도둑 - 자기비난, 완벽주의에 무너지지 않는 건강한 자기애 처방전
이준용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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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도둑』은 우리 마음속에 오랫동안 숨어 있던 목소리의 정체를 밝힌다.
요구형, 처벌형, 죄의식형.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된 자존감 도둑은 어릴 적 기억과 상처, 주변의 말들로부터 만들어진다. 문제는 그 목소리가 너무 오래, 너무 익숙해서 내 생각인 줄 알고 살아왔다는 점이다.

책에서는 각 유형의 특징을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설명하고, 그 목소리를 구분하는 법부터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도 새롭다. 머릿속에 떠오른 자기 비난의 말들을 적고, 그중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판단’인지 구별하는 연습에 대한 내용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반복되는 감정과 신체 반응을 함께 관찰하며, 자존감 도둑이 어떻게 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나선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보는 파트도 흥미로웠다.
내 마음속에서 나를 방해하는 목소리가 더는 주인이 아니도록, 마음의 숨통이 트일 수 있게 파악하고, 분석하고, 노력해 보자.
책의 마지막 사례처럼 자존감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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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용의자
찬호께이 지음, 허유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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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소재들은 충분히 자극적이나,
흘러가는 이야기는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아서
정신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

일단 표지.
알록달록 나름 예쁘다고 생각했다.
잘 보면 기괴하지만 상징적인 것일 테지 하고 책장을 넘겼는데,
왠걸. 시작부터 시체가 토막나 통에 '보존'되어 있다.
뒷면만 읽었어도 알았을 텐데! 나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아무것도 안 보려고 해서 혼자 통수 맞고 시작.

간략한 줄거리는 자살한 시체가 있던 방에 유리병에 보존 중인 토막난 시체가 나타났고, 이를 추적해 나간다. 형사와 추리소설 작가의 두뇌싸움을 볼 수 있다.

책 덮으면서 얼마나 많은 반전에 놀랐는지!
미쳤다. 미쳤다. 미쳤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똑똑한 자들의 추리 대결, 선입견을 주는 서술 방식과 망자의 일기와 소설이 중간중간 들어 있는 구성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따라가 보면 아주 지당하고 납득이 갔다.

인물들이 모두 입체적이다.
그리고 번역도 매우 잘 된 것 같다.
읽기에 아주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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