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가 - 개정판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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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안전해야 할 것 같은 집이 가장 불길해지는 순간.
읽는 내내 불안한 기운과 오싹함을 선사한다.
실존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 현실감 있는 공포를 완성했다.

유난히 감이 좋은 쇼타는 가족이 위험에 처하기 전에,
어떤 두려운 감각을 느끼곤 했다. 이런 쇼타가 이사를 가는 기차 안에서 매우 불길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이사가는 집은 도도 산 중턱, 굽이치는 뱀의 형상을 닮은 능선 아래 낯선 단독주택이다. 음침한 기운이 맴도는 이곳에서, 쇼타는 오래전부터 땅에 스며든 저주와, 알 수 없는 존재가 깃든 흉가의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쇼타의 등 뒤로 조용히 내려앉는 한기,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어떤 존재. 작가는 장면마다 생생한 감각과 치밀한 연출로 마치 정성껏 만들어진 공포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이끌어낸다.

불운을 품은 채 숨죽인 집, 그 안에서 기이하게 뒤틀린 형상들이 어른거리고, 오직 쇼타에게만 전해지는 소름 돋는 기척. 과연 이 공포의 실체는 무엇이며, 그 집은 왜 쇼타 가족들응 불러들인 걸까?

미스터리 호러 장르 책을 찾고 있다면 읽어보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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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스 랩 - 내 삶을 바꾸는 오늘의 지식 연구소
조니 톰슨 지음, 최다인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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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옥스퍼드에서 철학을 가르친 조니 톰슨 작가는 『인텔리전스 랩』에서 133개의 키워드를 통해 세상을 움직인 순간들을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생물학, 화학, 물리학, 의학, 사회, 정치, 기술, 문화, 종교와 신앙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아우르며 방대한 지식을 전달하죠.

책의 '들어가며'에서는 "이 책에 나오는 요소가 단 하나도 없는 일상을 상상해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보면, 떠오르는 장면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우리 삶은 이 키워드들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검색만 하면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말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조차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가 진실인지 확신하지 못할 때도 있죠. 그런 고민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특히 몇몇 부분이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그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해보려 합니다.

- 경구피임약 : 생물학적 관점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을 함유하여 배란을 막도록 설계가 되었습니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여성에게 선택권을 선사했습니다. 이 세상의 사회적.경제적 체계를 뒤집은 발명품을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이 책에서 피임약 보다 앞에 놓일 항목은 없을 겁니다.

-지구: 다들 삽 꺼내세요! 이제부터 땅을 팔 겁니다. 지구 표면에서 중심까지는 대략 6400킬로미터입니다. 인간이 가장 깊이 내려간 거리가 약 11킬로미터라는(잠수정을 탄 채로)점을 생각하면 이 숫자가 체감될 겁니다. 모든 행성 가운데 유리한 패를 전부 쥔 것은 지구뿐이라는(우리가 아는 한)사실이 왠지 뿌듯하기도 하네요.

-바퀴: 때는 2022년,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군 논쟁이 일어났습니다. 주제는 다음과 같았죠. "세상에는 문이 많을까, 바퀴가 많을까?". 바퀴는 좋은 발명품 하나가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한 주제의 글이 두 쪽으로 구성되어있어요. 길지 않은 분량에다, 문체가 유쾌하기 때문에 즐거운 이야기 듣는다 생각하고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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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되고 싶었던 것은
고정욱 지음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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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나서, 이런 따뜻한 마음과 깊은 통찰을 가진 작가라면 믿고 내 아이에게 그의 그림책을 건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장애를 이유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발견하며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특히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고, 끊임없이 행동하는 그의 태도에 감탄했다.

작가는 의사나 교수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단지 직업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마음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결국 그는 그 꿈을 반드시 특정 직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방식 즉, 글쓰기로 실현해나가고 있으시다.
그 점이 나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삶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더라도,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롭게 나가보자는 다짐을 하였다.

장애라는 한계를 넘어서 ‘함께 사는 사회’를 향해 꾸준히 걸어가는 작가의 여정은, 그 자체로 희망이고 용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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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피크닉 저스트YA 8
강석희 지음 / 책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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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과 수안은 같은 보육원 출신이며,
해연은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할머니와 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점으로 친구가 되었다.
싸우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지만, 항상 마음을 터놓는 친구였다.

연의 죽음.
여러 원인이 있었겠지만,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유는
자기 혐오와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방관자로 지낸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회가 얼마나 매정한지, 나만 아니면 된다는 태도와 주변인을 보살피는 마음이 없는 각박한 현실에 마음이 쓰리다. 콜센터,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인간답게 살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느꼈다.

이들의 선생님과 함께 연을 위로하고 보내주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수인과 강아지 도도, 혜원, 그리고 미주 선생님의 평안한 하루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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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트리플 31
장아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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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했을 땐 내가 잠깐 졸고 있던 건가 싶었다. 지금 읽고 있는 게 맞나, 하는 몽롱한 기분. 이야기의 윤곽은 끝까지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잡혔다. 마치 창가에서 햇살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던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순간과도 닮았다 생각했다. 책 제목과 내용이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첫 번째 이야기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에는 은비라는 인물이 나온다. 오랜만에 재희와 다시 만나고, 금줄 너머의 낯선 세계로 들어가 끝내 고양이로 변한다. 겨우 탈출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 과정은 현실이라기보다 꿈을 헤매다 깬 것 같은 느낌에 가깝다. 나는 줄거리보다는 그때의 감각, 그 어딘가 비어 있는데 충만한 듯한 몽롱함이 더 또렷하게 남아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산중호걸」에는 백운의 생일을 기념해 선녀 뜨개방에 모인 신들이 등장한다. 오랜 친구의 부고 소식을 듣고, 사라져 가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며 감정이 요동친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금세 잔치로 이어진다. 선물을 주고받고, 먹고 마시며 즐거움이 피어난다. 조금 슬프고 애도가 깃든 생일잔치였다.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세 번째 이야기 「능금」은 세 편 중 가장 고요하고 외로운 이야기였다. 능금은 낯선 남자 해수와 가까워지지만, 해수는 점점 인간의 형체에서 멀어진다. 두려우면서도 놓지 못하고, 무섭지만 끝내 곁에 머문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늘 이해되고 안전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가득하다. 이름 붙이기 애매한 마음, 끝내 입 밖에 꺼내지 못한 감정 같은 것들. 그걸 글로 풀어내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니 마치 방금 잠에서 깬 듯한, 꿈의 내용이 지워질 듯 말 듯한 그 순간의 기분이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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