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도현 옮김 / 클로츠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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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으로 멋지게 나온 월든. 개인적으로 작가와 사상이 맞지 않아서 인생 책으로 등극하지 못했지만, 아름다운 문장들, 특히 그가 바라본 자연주의 삶에서의 풍경들이 많아서 좋았다. 번역은 읽기 좋았다. 딱딱하고 잔소리하듯 느껴지는 건 작가의 말투인 것 같다.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싶고, 지금 살고 있는 삶에 회의감이 느껴진다면 이 책을 열어보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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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신입 차윤슬,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김지혜 지음 / 한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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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생활을 다루면서 힘들면 아무래도 각박한 현실 생활에 더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책에서는 생각보다 큰 문제없는 직장 생활을 다루어 편안하게 봤습니다. 책 읽고 글 쓰는 이야기도 포함되어 즐겁게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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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책상이 뒤집혀 있었다
세이야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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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돌림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본인이나 친구가 겪었던 아픈 풍경이 떠오른다. 우리 삶에서 따돌림과 완전히 무관한 사람은 드물다. 우리는 때로 피해자였고, 가해자였으며, 혹은 방관자였다. 어린 시절의 치기로 누군가를 괴롭혔을 수도, 대응법을 모른 채 무너졌을 수도 있다. 혹은 타깃이 될까 두려워 타인의 슬픔을 외면하는 방관을 선택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이 비극적인 연극 속에서 어떤 역할이든 한 번쯤 거쳐 왔을 것이다.
​일본의 코미디언 세이야의 자전적 소설은 작가의 실제 경험을 담고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탈모를 겪으면서도 냉담한 교실 분위기와 폭력에 유머로 응수하는 그의 모습은 가엽고도 강인하다. 과연 나라면 그 상황을 견딜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 대다수는 회피를 선택했을 것이기에, 그 지옥 같은 공간에서 버텨낸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과거에 비해 직접적인 폭력은 줄었을지 모르나, 그 양상은 더욱 교묘해졌다.
​성인이 된 지금, 노골적인 폭력은 보기 힘들다. 폭력이 평판과 미래에 오점이 됨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태만 바뀌었을 뿐, 교묘한 따돌림은 성인 사회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가해자들은 늘 상대에게 원인을 돌리지만, 이는 갈등을 반복시킬 뿐이다. 과거의 자신을 보듬고 싶거나, 타인에게 받은 고통이 아물지 않았을 때, 혹은 누군가의 슬픔을 외면했던 과거가 후회될 때 이 책을 권한다. 우리 아이들의 세상에서는 이런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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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 우리가 외면한 또하나의 문화사 ㅣ 교유서가 어제의책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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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향유하는 역사의 기록은 대개 태양의 궤적을 따르는 '낮'의 서사다. 인류의 활동이 빛 아래로 집중되면서, 빛이 닿지 않는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오랫동안 학술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역사학자 로저 에커치의 저작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는 바로 그 외면받았던 시간, 즉 산업혁명 이전 인류가 마주했던 '어둠'의 일상을 20년이라는 집요한 연구 끝에 세밀하게 복원해 낸 기념비적인 노작이다.
​저자는 개인의 내밀한 일기장부터 법정 기록, 문학적 텍스트와 의학 서적에 이르는 방대한 사료를 종횡무진하며 밤에 관한 거대한 문화적 백과사전을 구축한다. 이 책이 조명하는 밤은 현대인이 스위치 하나로 얻는 안락한 밤과는 궤를 달리한다. 근대 이전의 인류에게 밤은 생존을 위협하는 묵시록적 공포 그 자체였다. 화재의 혼란을 틈탄 약탈과 밤거리의 무질서, 이성이 마비된 채 횡행하던 폭력의 일화들은 어둠이 투사하는 근원적인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는 에드먼드 버크의 통찰처럼,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인류 보편의 실존적 공포를 방증한다.
​그러나 에커치는 밤을 단순히 공포의 대상으로만 규정하지 않는다. 그는 밤이 품고 있던 역설적인 해방의 얼굴에 주목한다. 밤은 자메이카의 노예나 유럽의 농민들에게 가혹한 노동이 연장되는 고통의 시간이었으나, 동시에 억압적인 주류 사회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은신처이기도 했다. 빈민과 소수자, 그리고 이단아들은 짙은 어둠을 방패 삼아 낮에는 허락되지 않았던 평등과 자유, 그리고 은밀한 사교의 연대를 구축했다. 어둠은 질서의 결핍인 동시에, 새로운 질서가 태동하는 자궁이었던 셈이다.
​방대한 에피소드들이 철저히 서구의 기록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동양적 맥락에서의 밤을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일말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부터 근대까지 이어지는 수면의 의식과 밤의 방비책을 촘촘히 따라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압도적인 지적 충만함을 선사한다. 소위 '벽돌책'이라 불리는 이 두꺼운 저작을 완독한 후 밀려오는 쾌감은 그만큼 이 책이 다루는 사유의 밀도가 높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기술을 통해 어둠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책의 말미에 언급된 '우주 거울 실험'처럼 밤을 낮으로 치환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내 관철된 듯 보인다. 그러나 빛 공해로 얼룩진 24시간의 사회 속에서 우리는 캄캄한 밤하늘이 주던 경외감과, 고요한 어둠 속에서 오롯이 스스로를 성찰하던 내면의 시간마저 상실한 것은 아닌지 자문하게 된다. 가벼운 글보다는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미시사에 갈증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그 깊고도 푸른 밤의 시간을 다시금 조우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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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맨션 - 교유서가 소설
방우리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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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펴낸 곳에서는 이 소설의 뼈대를 '상실'이라 부른다. 하지만 활자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볼수록, 내게는 그저 무언가를 잃어 슬프다는 보편적인 감정보다, 퍽퍽한 현실에 지쳐 스스로를 자꾸만 축소하고 덜어내려는 지독한 '자기 지움'의 과정처럼 다가왔다.
​「최소화의 순간」을 읽어 내려갈 때는 정곡을 찔린 듯 뜨끔했다. 모니터 속 웹 브라우저 창을 접어두듯, 내 인생의 크기도 버튼 하나로 쏙 숨겨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몸과 마음이 닳고 닳아 바닥을 드러낼 때면, 누구의 시선도 닿지 않는 곳으로 나의 존재감을 한없이 쪼그라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하니까.
​표제작 「낙원맨션」의 결도 이와 맞닿아 있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기를 쓰며 잊으려 하는 대신, 아예 기억이라는 전구를 꺼버리는 방식을 택한다. 어차피 우리의 기억은 언제나 왜곡되고 편집되기 마련 아닌가. 덜 다치고 살아남기 위해 기꺼이 감정의 차단기를 내려버리는 그 서글픈 생존 본능에 먹먹한 공감이 일었다.
​그런데 그렇게 나를 웅크리고 마음의 빗장을 지른 채 버티다 보면, 문득 가슴 한가운데 서늘한 구멍이 나 있다는 걸 깨닫는다. 「행갈이」 속 인물이 겪는, 도대체 뭘 흘리고 왔는지조차 몰라 길을 잃어버린 그 아득함. 늘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문득문득 우리를 덮치는 정체불명의 헛헛함이 바로 그 감정일 것이다.
​「ㅂ의 유실」은 'ㅂ'이라는 낱자의 증발을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너무 무거워서 내다 버리고 싶었던 일상의 굴레, 회피하고 싶었던 관계망을 비춘다. 있는 듯 없는 듯 무채색으로 살아가던 '병'이라는 인물과 그에게 색을 입혀준 '평'의 이야기를 통해,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에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빈자리의 먹먹함을 그려낸 듯했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두 손을 털어버리고 싶은 순간,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토록 떼어내려 안간힘을 썼던 그 짐짝 같은 것들이 실은 나를 쓰러지지 않게 붙잡아준 기둥이었음을 일깨워준다. 서늘할 만큼 날카로우면서도, 결국엔 뭉클한 온기를 쥐여주는 여운 깊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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