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독한 별처럼
이케자와 하루나 지음, 서하나 옮김 / 퍼블리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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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자와 하루나의 『나는 고독한 별처럼』은 SF라는 장르적 틀 안에서 '변하지 않는 인간의 보편성'을 탐구한다. 비일상이 일상이 되어버린 기묘한 세계관을 제시하면서도, 독자를 흡인력 있게 끌어당기는 힘은 결국 인물들이 공유하는 '감정'에 있다.
​작품집의 포문을 여는 첫 번째 수록작은 버섯과의 공생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을 취하지만, 그 이면에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서툰 설렘과 애틋함이 밀도 있게 담겨 있다. 소통의 매개체가 균근과 포자로 대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에피소드에서 보여주는 특유의 서사 방식은 일본 SF만이 가진 개성과 재미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심해에서 우주까지, 작가는 기술과 비일상이 뒤섞인 공간 곳곳에 인간적인 온기를 심어두었다. 죽음과 상실이라는 무거운 주제 앞에서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애틋함은 퇴색되지 않는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이 소설집이 결국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어떤 극한의 환경에서도 인류는 여전히 '느끼는 존재'로 살아갈 것이라는 기분 좋은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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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최의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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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칭 시점으로 시작하는 독특한 소설. 당신은 기억을 잃었다는 문장을 읽는 순간,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른 채 2045년의 천안역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설정부터 무겁게 다가온다. 9년 전, 장애인들의 이동을 위해 만든 열차가 개통식 날 무너졌다니. 폐허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계 몸을 한 사람들과 그들을 쫓아내려는 세력의 대립은 읽는 내내 긴장감을 준다. 특히 이곳의 사이보그가 강함이 아닌 생존과 결핍을 상징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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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예술
이선아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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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만 중시하다가는 우리 도시는 자칫 삭막해지기 십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하는 법규가 존재한다. 물론 최근에는 기금 출연으로 대체되는 등 제도의 취지가 다소 퇴색되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예술품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존재를 모르고 무심코 지나칠 뿐이다.
​이선아 기자의 『걷다가 예술』은 바로 그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을 '예술적인 순간'으로 바꿔주는 책이다. 저자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라는 문턱을 넘지 않고도, 출퇴근길이나 백화점, 공원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23명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우고 론디노네, 이우환, 안도 다다오 같은 거장들의 작품이 내 생활 반경 안에 있었다니, 책을 읽으며 새삼 놀라움을 느꼈다.
​사실 나는 예술적 감각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남편과 여행을 다닐 때도 같은 풍경을 보지만 서로 느끼는 바가 다를 때가 많았다. 남편이 감탄하며 찍은 사진을 나중에 보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그 프레임 안에 담겨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하는 순간들이었다. 이 책은 나처럼 예술이 낯선 이들에게 바로 그 '아는 만큼 보이는' 눈을 뜨게 해준다. 작품의 기원과 의미, 작가의 의도를 알고 나서 다시 보는 거리의 조형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예술의 공평함'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고가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 미술관이 아니라, 뻥 뚫린 하늘 아래 누구나 지나다니는 길 위에 명작들이 서 있다. 이는 예술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거리를 걷는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위로와 영감을 건네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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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와이프
어설라 패럿 지음, 정해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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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책으로 이혼한 여성의 이야기를 집어 든 건 묘한 우연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덮을 때쯤, 이 텍스트가 신년을 맞아 되새길 만한, 분명한 목소리를 지닌 주제임을 깨달았다.
​서사는 꽤 파격적이다. 친구의 친구와의 불륜, 상간녀, 수많은 연인, 술과 파티 문화. 1920년대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오늘날의 시선으로 보아도 고자극이다.

​읽는 내내 밑줄을 긋게 된 건, 100년 전의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과 소름 끼치게 닮아있기 때문이다. 남성은 자유롭되 여성은 순결해야 한다는 모순, 이혼 후에도 남자의 비위를 맞추는 '전처 A등급'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책 속의 문장들은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막론하고 관계가 끝났을 때 왜 여성만 더 가혹한 검열의 대상이 되는가. 남성의 방황은 '잠깐의 실수'로 용인되면서, 왜 여성의 방황은 '타락'으로 규정되는가.
​이혼 후에도 파티를 즐기고 욕망을 인정하는 여성의 모습은 당시에는 혐오스러울 정도로 파격적이었겠으나, 지금의 시선으로는 비로소 온전한 자아를 찾아가는 치열한 투쟁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백미는 여성들의 연대다. 이별을 먼저 겪은 '언니'가 주인공에게 동거를 제안하며 기꺼이 곁을 내어주고, 훗날 주인공 역시 후배에게 똑같이 손을 내민다. 심지어 진정한 사랑이라 믿었던 남자의 본처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도 분노 대신 침착하게 돕는 모습은, 이 서사 속에 단순한 '악역'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숨기고 싶었던 삶을 드러냄으로써 우리는 편견 너머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성적인 잣대로 평가받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 같은 관계로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말.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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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슬픔은 전문적이고 아름다워 교유서가 시집 3
리산 지음 / 교유서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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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은 다 읽어내는 마음보다 한 줄이라도 시인의 시선으로 마음을 울리면 되는 것 같다.
이 시집을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했던 시도는 실패했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제목처럼 뭔가 전문적이어 보이는 이 시집은 읽어내면 성취감을 불러올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좀 난해하고 어렵게 느껴졌지만 도전 정신을 가지고 계속 들여다볼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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