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예술
이선아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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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만 중시하다가는 우리 도시는 자칫 삭막해지기 십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의무적으로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하는 법규가 존재한다. 물론 최근에는 기금 출연으로 대체되는 등 제도의 취지가 다소 퇴색되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 주변에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예술품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존재를 모르고 무심코 지나칠 뿐이다.
​이선아 기자의 『걷다가 예술』은 바로 그 '무심코 지나쳤던 순간'을 '예술적인 순간'으로 바꿔주는 책이다. 저자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라는 문턱을 넘지 않고도, 출퇴근길이나 백화점, 공원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23명 거장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우고 론디노네, 이우환, 안도 다다오 같은 거장들의 작품이 내 생활 반경 안에 있었다니, 책을 읽으며 새삼 놀라움을 느꼈다.
​사실 나는 예술적 감각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다. 남편과 여행을 다닐 때도 같은 풍경을 보지만 서로 느끼는 바가 다를 때가 많았다. 남편이 감탄하며 찍은 사진을 나중에 보면,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그 프레임 안에 담겨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실감하는 순간들이었다. 이 책은 나처럼 예술이 낯선 이들에게 바로 그 '아는 만큼 보이는' 눈을 뜨게 해준다. 작품의 기원과 의미, 작가의 의도를 알고 나서 다시 보는 거리의 조형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예술의 공평함'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고가의 입장료를 내야 하는 미술관이 아니라, 뻥 뚫린 하늘 아래 누구나 지나다니는 길 위에 명작들이 서 있다. 이는 예술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거리를 걷는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위로와 영감을 건네고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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