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책
안나 마촐라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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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내를 ‘교육한다’는 명목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남자들,
그걸 참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들,
그리고 남성의 폭력과 지배를 당연시하는 사회와 종교를 보며 깊은 분노를 느꼈다.
여성이 자신의 몸과 삶을 지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독이었던 시대.
끝없는 학대 속에 놓인 여성들은 결국 독을 선택하게 된다.
객관적인 사실만 놓고 보면 그녀들은 분명 범죄자다.
무색무취의 독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밖에 할 수 없도록 몰아붙인 세상과 남자들이, 정작 그녀들을 심판하려 드는 모습은 너무도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읽는 내내 화가 나고 억울했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된 이야기다. 실제 역사 속에서도 수많은 여성들이 학대를 당했고, 더 억울하게는 ‘마녀’로 몰려 이유도 모른 채 죽임을 당했다.
스테파노라는 인물 역시 인상 깊다. 그는 끊임없이 동요하고 망설이지만, 결국 자신의 출세와 안위를 위해 선택을 감행하고 많은 여성들을 불행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의 행동이 옳다고 되뇌며 자신을 정당화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비극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우리 역시 욕망과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린 채, 무엇이 진실로 그릇된 일인지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학대받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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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담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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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어떤 느낌인지 읽고 밝을 때 봐야겠다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오들오들 무서워하며 밤새 봤다. 엄청난 흡입력과 가독성, 그리고 색다른 공포. 억지로 만들어낸 어색한 공포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생생했다. 으스스한 분위기의 책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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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나라 1 (양장)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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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란 나라의 뿌리요. 뿌리가 남의 흙에 심기면 나무가 자랄 수는 있겠지만 향기를 잃는 법 아니겠소?"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쓰고 있는 ‘한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다룬 소설, <세종의 나라 1>이다. 이 책은 단순히 ‘한글 창제’라는 결과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왜 우리에게 우리만의 글자가 필요했는지, 그 절실한 이유를 꽤 집요하게, 그리고 아프게 짚어내며 시작한다. 그래서 그런지 역사 소설이어서 결말을 다 알고 있지만서도, 색다르고 더 몰입하게 되었다.

1편은 이야기의 시작답게 사건을 밀어붙이기보다 먼저 시대의 배경과 결핍을 보여준다. 가상의 인물인 숙현과 석리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통해 ‘글이 없다는 것’이 어떤 슬픔으로 이어지는지를 드러낸다.
숙현은 기백이 있고 학식도 뛰어난 인물이다. 하지만 여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 결국 사랑하는 이를 두고 명나라에 공물로 바쳐지게 되는 그녀의 운명은 개인의 비극이면서 동시에 나라의 처지를 그대로 닮아 있다. 마음을 전할 글조차 없다는 사실이 겹치면서, 그 장면은 더 오래 남는다.

이와 대비되는 것이 선비들의 모습이다. 경학이라는 이름 아래 겉모습과 명분만을 붙잡고 있는 태도,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욕망들. 하영번과 윤교찬은 그 왜곡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두 사람은 숙현을 향한 감정과 질투에 눈이 멀어, 결국 그녀가 공물로 선택되도록 흘려버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학문이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망가뜨리는 데 쓰이는 순간이라서, 더 씁쓸하게 다가온다.

자연스럽게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석리와 장영실은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단순히 외우는 배움이 아니라, 직접 보고 오래 들여다보는 ‘관찰’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려 한다. 실용적이지 못한 학문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들의 시선에서 다른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반화요설’을 피하기 위한 은밀한 수사가 진행되며 이야기의 긴장감을 끌고 간다. 사라진 기록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서책들,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던 걸까 하는 궁금증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역사적 흐름 위에 얹힌 이 미스터리 요소가 생각보다 큰 역할을 한다.

주변 나라들은 모두 저마다의 문자를 가지고 있는데, 왜 조선에는 그것이 없었을까. 이 질문은 결국 세종에게로 향한다. 힘이 없는 나라의 왕으로서, 그리고 백성을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가 짊어졌을 고민이 깊게 전해진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영실아, 목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있겠느냐?"
이 한 문장이 1권 전체를 묶는다. 소리를 눈으로 본다는 것. 불가능해 보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절실한 시도. 그 명령과 함께 이야기는 비로소 시작선에 선다.

역사적 무게감 위에 애절한 감정선, 그리고 은근히 이어지는 긴장감까지 겹쳐서 술술 읽힌다. 무엇보다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과 ‘글’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 뿌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장영실의 활약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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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민에 관하여 -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 프랭크 카프리오 이야기
프랭크 카프리오 지음, 이혜진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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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 위반을 했다면 벌금을 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법의 상식이다. 하지만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의 재판 영상을 보고 있으면 그 상식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그곳에는 범법자가 아니라,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버텨온 '사람'들이 서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교통 위반 딱지를 떼인 사람들이 판사 앞에 서서 자신의 구차하고도 간절한 일상을 고백하는 장면들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아픈 아이 때문에, 누군가는 지독한 가난 때문에 법을 어겼다. 예전 같았으면 "사연 없는 사람 어디 있나, 법은 지켜야지"라며 냉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판사님이 보여주는 따뜻한 경청과 공감은 그것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를 일깨워준다.
​진정성 있는 어른의 태도가 한 사람을 어떻게 구원하는지, 그리고 그 광경이 지켜보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인류애를 선사하는지 깨닫게 된다. 타인에 대한 차별적인 시선이나 스스로의 완벽함에 갇혀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법의 목적은 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눈물겹게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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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은 내 빈 심장에 끼워둘게 교유서가 시집 5
송하얀 지음 / 교유서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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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산문 시로 이루어진 시집은 여성의 억압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밝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시구들이 많았던 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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