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피크닉 저스트YA 8
강석희 지음 / 책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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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과 수안은 같은 보육원 출신이며,
해연은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할머니와 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점으로 친구가 되었다.
싸우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지만, 항상 마음을 터놓는 친구였다.

연의 죽음.
여러 원인이 있었겠지만,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유는
자기 혐오와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방관자로 지낸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회가 얼마나 매정한지, 나만 아니면 된다는 태도와 주변인을 보살피는 마음이 없는 각박한 현실에 마음이 쓰리다. 콜센터,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인간답게 살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느꼈다.

이들의 선생님과 함께 연을 위로하고 보내주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수인과 강아지 도도, 혜원, 그리고 미주 선생님의 평안한 하루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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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트리플 31
장아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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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시작했을 땐 내가 잠깐 졸고 있던 건가 싶었다. 지금 읽고 있는 게 맞나, 하는 몽롱한 기분. 이야기의 윤곽은 끝까지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잡혔다. 마치 창가에서 햇살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던 고양이가 기지개를 켜는 순간과도 닮았다 생각했다. 책 제목과 내용이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첫 번째 이야기 「고양이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에는 은비라는 인물이 나온다. 오랜만에 재희와 다시 만나고, 금줄 너머의 낯선 세계로 들어가 끝내 고양이로 변한다. 겨우 탈출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그 과정은 현실이라기보다 꿈을 헤매다 깬 것 같은 느낌에 가깝다. 나는 줄거리보다는 그때의 감각, 그 어딘가 비어 있는데 충만한 듯한 몽롱함이 더 또렷하게 남아 있다.

두 번째 이야기 「산중호걸」에는 백운의 생일을 기념해 선녀 뜨개방에 모인 신들이 등장한다. 오랜 친구의 부고 소식을 듣고, 사라져 가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돌아보며 감정이 요동친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금세 잔치로 이어진다. 선물을 주고받고, 먹고 마시며 즐거움이 피어난다. 조금 슬프고 애도가 깃든 생일잔치였다.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느껴졌다.

세 번째 이야기 「능금」은 세 편 중 가장 고요하고 외로운 이야기였다. 능금은 낯선 남자 해수와 가까워지지만, 해수는 점점 인간의 형체에서 멀어진다. 두려우면서도 놓지 못하고, 무섭지만 끝내 곁에 머문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늘 이해되고 안전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말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가득하다. 이름 붙이기 애매한 마음, 끝내 입 밖에 꺼내지 못한 감정 같은 것들. 그걸 글로 풀어내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 읽고 나니 마치 방금 잠에서 깬 듯한, 꿈의 내용이 지워질 듯 말 듯한 그 순간의 기분이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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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이어준 다섯 가지 기적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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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에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사랑이 담겨 있는지,
그리고 책이 얼마나 커다란 기적을 선사할 수 있는지.

편집자, 소설가, 북디자이너, 서점 직원, 독자까지—
책 한 권에 얽힌 이들의 이야기가 서로의 삶을 물들이고, 또 이어진다.

줄거리를 짧게 소개하자면 이렇다.
편집자 쓰야마 나오미는 작가 스즈모토 마사미의 작품에 구원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의 새로운 책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북디자이너 아오야마 데쓰야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아내와 함께 자신의 마지막 책을 디자인하며 진심을 담는다.
서점 직원 시라카와 코코미는 책을 통해 가라타 겐타로를 만나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가라타 가즈나리는 아들에게서 책을 선물받고, 그 책을 계기로 새로운 삶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이처럼 책은 그 안에 담긴 문장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다시 살아갈 힘이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책을 사랑한다.
작가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고,
그 마음은 책을 통해 독자에게 닿는다.
한 권의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사랑이 녹아 있고,
독자는 그 안에서 자신의 삶과 감정을 비추며
위로받고, 공감하며, 스스로를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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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우정은 첫사랑이다 - 세상 가장 다정하고 복잡한 관계에 대하여
릴리 댄시거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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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오래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책은 사비나라는 사촌이자 친구를 애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스무 살의 나이에 남성에게 살해당한 사비나, 그 비극적인 죽음 이후 저자는 오랫동안 그 슬픔을 꺼내지 못한 채 살아갔다. 그리고 13년이 지나서야 이 책을 써냈다고 한다. 애도와 회고, 그리고 사랑과 미안함이 뒤엉킨 채로.

저자는 우정이 때로는 자매였고, 엄마였으며 연인이었다고 말한다. ‘엄마 노릇’이라는 표현이 참 인상 깊었다. 나도 어떤 친구에게 그렇게 굴었던 적이 있다.

책 초반에 등장하는 ‘화재 비상구’라는 공간은 너무 부러웠다. 세상에서 조금 비껴선 곳. 그 장소는 피난처였고, 우정의 상징이었으며, 불운한 일을 털어내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우정을 나눈 친구가 옆에 있었다는 것. 그 자체로 부러웠다.

가장 공감한 곳은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나랑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 비슷해서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다른 대륙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위안이 되었다. 아이는 낳아서 사랑을 가득 주고 싶은 존재다. 하지만 내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사랑을 온전히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모순된 감정에 혼란을 느끼고, 내가 '정상' 범주에 드는 '여성'이 아닌 건 아닌가 의심할 때도 있다. 엄마가 된다는 것, 아이를 낳는다는 것. 하지만 내 존재 그대로 나로 사는 것, 누군가의 친구로 옆에 있는 것, 친구 아이의 이모가 되어주는 것. 미지의 세계로 당당하게 나아가는 나를 꿈꾼다.

이 책은 한 사람의 회고록이면서 동시에 문화 비평이기도 하다. 여성 예술가들의 문장과 삶, ‘슬픈 소녀’ 이미지에 덧씌워진 사회적 시선, 여성 간 우정에 내재된 욕망과 애증, 그리고 경계 너머의 감정들. 여자들의 우정은 언제나 단정한 언어로는 담기지 않았다. 질투하고, 상처 주고, 안아 주고, 외면하고, 이내 사랑하고, 끝내 곁에 남는 감정. ‘동성애도 아니고, 연애도 아닌’ 그런 복합적인 관계.

읽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말 사랑했던 사람을 잃었을 때, 그 죽음을 어떻게 기억해야 할까?”
나는 아직 가까운 사람을 잃어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은 애도의 방식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했다.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을 끝까지 기억하는 일일까? 그 사람의 마지막 사건을 똑바로 바라보며 어떤 모습으로 생을 마감했는지 똑바로 마주해야 할까?
아니면 사랑하던 그 상태 그대로 놓아주는 일일까? 그 상태로 사랑하고 사랑하는 이를 기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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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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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허기진 날, 지치고 숨막힐 것 같은 날,
그럴 때 김밥천국 간판을 보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은 10편의 단편을 담았다.
각각의 이야기 속엔 각자 살아낸 인물들이 있고,
그들의 식판 위엔 김밥, 돈가스, 떡라면, 새우튀김, 오므라이스 같은 익숙한 음식들이 놓여 있다.
단단한 위로는 고급스러운 말이 아니라, 따뜻한 한 그릇에서 온다는 것.

김밥천국은 누군가에겐 잠깐의 피난처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다시 걸어 나가는 힘이 될 것 같다.
읽고 나면 문득 그곳으로 향해 원하는 음식 한끼 골라먹고 싶다.
그렇게 괜찮지 않은 하루에도, 나를 위로해줄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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