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적 표현을 담은 간결한 문장이 적요한 풍경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포착해낸다. 그 문장을 읽다보면 묘사된 풍경이 고스란히 내 안으로 들어오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단 하나의 문장이 외롭게 적혀 있는 여백이 많은 페이지에서 조차 글로 풀어 쓰지 않은 무수한 풍경이 일렁여 한참 머물러 있어야 했다. 고독한 삶을 버텨내는 실존에 대한 성찰이 아름답게 수 놓인 작품 <다다를 수 없는 나라>를 작가가 스물 한 살의 어린 나이에 완성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금 부족해도 괜찮아 알이알이 명작그림책 35
베아트리체 알레마냐 글.그림, 길미향 옮김 / 현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금씩 부족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의 자잘한 단점들도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되어요.
그림도 글도 사랑스럽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 2013년 칼데콧 명예상 수상작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36
맥 바넷 글, 존 클라센 그림, 홍연미 옮김 / 길벗어린이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며칠 아이와 밤마다 함께 읽고 있어요.
애너벨만이 볼 수 있는 신기한 털실 이야기는 저와 아이 모두에게 흥미롭고 사랑스런 이야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쓸 때 그녀는 단단한 깃털 펜과 갈색 잉크를 사용했다.

푸른빛이 도는 종이를 좋아했으며, 무릎 위에 판자를 올려놓고 그 위에 종이를 두고 글을 썼다.

또한 다른 창문으로 새로운 바깥 풍경을 내다보고 싶은 마음에 가끔씩 책상의 위치를 바꾸기도 했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마음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천국이라고."

_버지니아 울프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글을 쓰기 위한 적당한 분위기였다.

"의자가 바닥 위에서 불안스럽게 삐걱거리는 소리", 집밖에서 들려오는 소음, 냄새......

그녀는 글쓰기에 필요한 이 요소들을 일컬어 "내가 환각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을 목격할 감각적 증인들"이라고 표현했다.

1950년에는 글을 쓸 때 자욱한 담배 연기, 핑크색 종이, 레몬수 한 잔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_엘리자베스 보엔




그녀는 전화기도 없는 방에서 손님을 맞지도 않고 은둔자처럼 글을 썼다.

가장 좋아한 시간은 이른 아침에 블랙 커피를 마시고 난 다음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영감의 원천이 고갈될 때까지 글을 썼다.

그러고는 다음날 아침을 기다렸다.

_캐서린 앤 포터




그녀는 이 인터뷰에서 새벽 4시부터 글을 쓰는 이유를 밝혔다.

처음 글을 쓰던 시절엔 두 아들이 어렸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글을 쓰려면 새벽 시간밖에 없었는데,

이 습관이 후일 혼자 살게 되었을 때도 지속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새벽 해 뜨기 전이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

"저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커피를 끓입니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지요. 그러고는 동이 트기를 기다립니다."

글쓰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건 이 새벽 의식을 거친 다음이었다.

_ 토니 모리슨



글을 쓰기 위해 특별한 장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자기만의 방이 없었던 여류 작가도 많았다. 그녀들은 부엌 식탁 위에서, 거실 창가의 작은 테이블에서, 혹은 침대에서 글을 썼다. 호텔 방을 전전하거나, 카페에서, 이곳 저곳 여행하는 길 위에서 글을 쓰기도 했다.

그저 자신에게 파묻히는 노력이 필요했을 뿐이다.


우울과 약물 중독과 같은 질환에서 글쓰기만이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끈이었던 작가도 있지만,

스스로 규율을 만들어 글쓰기라는 굴레 속으로 들어간 여자들도 있다.

그녀들은 대부분 이른 아침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시간을 틈타 블랙 커피 한 잔과 함께 고독의 방 속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잠든 시간, 서서히 동이 터오는 새벽, 온전히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여자들.

그녀들이 몰입했던 시간과 써내려갔던 글, 그리고 고독과 외로움, 혹은 열망과 희열이었을 무수한 감정들,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달뜬다.  





손택은 자신에게 글쓰기는 차가운 호수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즉, 처음에는 호수에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뛰어들고 나면 다시는 나오고 싶지 않게 된다는 말이다.

니체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글쓰기는 허공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는 나탈리 사로트의 말을 바꾸어 표현한 것이었을까?

그녀는 글쓰기에 뛰어들기 전이면 두려움과 걱정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_수전 손택




나는 나 자신이어야 하며, 내 안에 무언가 있어야 한다.

나는 진정한 내 것을 소유하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을 보여줄 무언가를 창조하고 싶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

_카렌 블릭센





보잘 것 없는 작은 책상 위, 혹은 서류더미들이 어지럽혀진 복잡한 책상 옆이나 부엌의 낡은 식탁 곁에서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무언가에 골몰히 빠져들어 있는 그녀들의 사진에서 아름다움을 본다. 

깊은 눈에선 알 수 없는 아우라가 풍기고, 빼어나게 아름답지 않지만 지적이고 세련된 외모가 눈길을 끈다.

당당하면서도 기품있는 태도와 도도함은 '진정한 내 것을 소유'한 여자들의 자부심일 것이다.

옷과 구두, 가방과 보석이나 화장으로 부족함을 채우지 않아도 스스로 온전히 자신을 채울 수 있는 자부심말이다.

그래서 글을 쓰는 여자는 언제나 동경심을 불러일으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사기의 아침시간 - 소소하지만 차곡차곡 쌓인 일상의 힘
남은주 지음 / 로지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3 이런저런 생각

평온한 아침의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특별한 일 없이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바뀐다.

가끔 그 시간과 계절 앞에 나 혼자만 멍하게 서 있는 기분이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무언가를 향해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건지

행복이라는 것을 지향하고는 있는 건지

이런저런 생각이 두서없는 내 주변을 맴돈다.

그래도 제자리걸음이라도 하다 보면

언젠가 앞을 향해 걷고 있겠지.

 

「우사기의 아침시간」 남은주, p184

 

 

 

 

 

 

 

 

 

매일, 아침을 기다리던 날들이 있었다.

아침이면 거실로 몇 시에 해가 들어와서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보았고

잊어버렸던 기억의 조각들을 주섬주섬 모으기도 했다.

천천히 내린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가만히 앉아있기도 했다.

그러다보면 어김없이 엉킨 실뭉치같은 생각이 떠올랐고

조용히 보내는 시간 동안 실타래는 정돈되곤 했다. 

그 단상들을 잊어버릴까봐 끄적이곤했던 시간들.


그 아침 시간이 너무 좋았다.

당장 어딘가에 닿는 건 아니었지만 조금씩 어딘가를 향해가고 있다고 여겨졌다.

오늘은 제자리걸음이더라도 보잘것 없는 시간이 켜켜이 쌓이면 

언젠가 앞을 향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우사기의 아침시간」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덥석 사버렸다.

'아침시간'의 소중함을 알기에.

 

 

 

1/16 6시 30분 겨울 풍경

아침 6시 30분쯤 겨울의 아침 풍경은 밤의 한가운데와도 같다.

언제쯤 해가 뜰까.

이불 속에 있을 때면 가끔은 이대로 겨울잠이 들어 봄이 오면 깨어나고 싶다.

겨울은 따뜻한 봄을 기다리고 해가 길어지길 기다리는,

기다림이 반인 계절이라 정작 본연의 매력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겨울의 어두운 아침, 차갑지만 상쾌한 공기를 오롯이 만끽해야지.

그리고 내 삶도 그렇게.

 

 


 

언젠가부터 모호하게 흩어져버리는 밤보다 명료하게 맑아지는 아침이 더 좋았다.

그래서 밤을 놓치더라도 차라리 조금 더 일찍 일어나 고요한 아침을 누리고 싶었다.

그 아침에 아무도 모르게 나에게 찾아오던 것들,

그걸 모으면 반짝이는 무언가가 될 것 같았다.


일본에서 생활하며 여행과 요리 관련 책을 낸 이력을 가진 우사기님은 뜻하지 않은 시련을 만나 방황하던 차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과 함께 1년 동안 매일 아침의 소소한 기록을 모으기로 한다. 그렇게 매일 아침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예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내가 꿈꾸었던 일, 아침의 시간을 모아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누군가 실제로 이루었다는 사실에 마음 깊이 기뻤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작은 것을 모으는 꾸준함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축하한다고, 수고했다고, 전하고 싶었다.

그리고, 감사하다고도.

이 작은 책은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는 부담스럽지 않지만 진심어린 격려와 같았기에.


 

 

 

10/11 도쿄타워를 바라보며

도쿄타워를 바라보며 두서없이 머릿속을 헤집고 들어오는 생각들.

인생은 누구도 알 수 없다.

예상치 못한 일이 툭툭 튀어나오고

계획은 언제나 적당히 빗겨나간다.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문득문득 깨닫곤 한다.

오늘도 도쿄타워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도 내 자리를 묵묵히 지켜야지.

가을이다.

 

 

 

초심으로 새롭게 시작한 1월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던 2월,

봄방학같은 휴식이었던 3월,

새로운 배움을 시작했던 4월,

그리고 5월, 6월,

내리는 비처럼 마음에도 비가 내렸던 7월,

잠시 나를 위로했던 8월,

또 9월과 10월을 지나

반성을 마감하는 11월,

한 해의 끝에서 다시 계획을 세우는 12월까지

스스로 토닥이며 일상의 면면을 들여다보며 천천히, 꾸준히 걸어온 시간이었다.

그녀의 짧은 글과 감성어린 사진들 너머로 1년이 휘리릭 흘러간다.

지나간 나의 1년을 들춰보는 것 같기도, 다가올 1년을 예감하는 일 같기도 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손에 쥔 모래알처럼 스르륵 빠져나가지만

작은 모래 알갱이 하나 하나에 그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 

지난 1년이 문득 그리워졌고, 다가올 1년이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9/28 강가에서

천천히 산책을 하기에도, 잠시 강가에 앉아 쉬어 가기에도 좋은 날이다.

자그마한 도시락을 싸와 쪼르륵 물소리를 들으며 하얀 구름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보내고픈 시간.

다정해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에 작은 미소가 떠오른다.

 


매일을 어떻게 남길지는 온전히 나에게 달려있다.

누군가는 예쁘고 소중한 모습을 어김없이 주어모을테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 엉뚱한 곳으로 향해갈지도 모른다.

 

 

매일 매일을 더 예쁘게 만들어야지.

그리고, 어딘가로 향하는 마음을 영원히 멈추지 말아야지.

우사기의 소소한 기록은 이런 말들을 소곤거렸다. 

 

 

 

 

11/8 미래의 단상

욕실 창가에 베이지색 짧은 커튼을 걸고 자그마한 화분과 에펠탑을 놓아두었더니 목욕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쉬어 가는 이 시간이 좋다.

......

도쿄가 아닌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콘셉트로 오픈하는 프랑스 제과점. 그곳에서 처음부터

하나씩 만들어갈 새로운 이야기와 경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뛴다.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지 전혀 알 수 없다.

요즘 들어 그 알 수 없는 미래가 한동안 멍하니 멈춰 있던 나를 다시 조금씩 설레게 한다. 어떤 계획이든

꿈이든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아도 좋다. 결과보다 어떤 것을 향해 달려가는 그 과정이 중요하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