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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랑이랑 차를 타고 가면서 허리가 90도로 굽은 할머니를 봤다. 허리 굽은 할머니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하자 신랑은 알지도 못하는 할머니 말고 자신을 걱정해 달라며 피곤해서 부은 입술을 보여줬다. 어떻게 평생 힘들게 살아 온 삶이 그대로 담겨 있는 할머니의 굽은 허리와 고작 피곤해서 터진 입술 따위를 비교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말이 차갑게 나가자 신랑은 머쓱한지 하려던 말을 멈추고 운전에 집중했다.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 내 세계가 확장됐다는 거다. 나와 내 가족을 넘어서 타인의 고통에 예민해졌고,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의 고통에도 예민해졌다.


  가을이 되자 아파트 단지에 애기 고양이 2명이 나탔났다. 밥을 챙기던 고양이가 배가 부른 듯 싶었는데 그 고양이의 애기인지 그냥 추측만 할 뿐이다. 밥을 수북히 담아 놓는데도 다음 날 가보면 밥그릇이 텅 비어 있어 가끔 도대체 몇 명의 아이들이 밥을 먹으러 오는지 궁금할 때도 있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데 길에서 겨울이 날 아이들이 걱정이다. 애기 고양이들은 밥 얻어먹은 지 한달 정도 되가니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가끔은 손에 얼굴을 비벼 주기도 한다. 집에도 강아지2명 고양이2명 4명의 아이들이 있어 더는 데려다 키울 엄두는 나지 않고, 태어나 처음으로 추운 겨울을 밖에서 날 아이들이 걱정돼 밥을 주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늘 무겁다. 구조를 해서 입양처를 알아봐야 하나,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주말에 읽으려고 주문한 책. 세 명의 여성들이 한국 생추어리를 탐방하고 쓴 책이다. 최애 작가님 홍은전 작가님의 추천책이라 더 기대가 된다. 동물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과연 어디일까? 인간중심적 사고가 인간을 제외한 다른 많은 종들을 고통에 빠지게 했지만 나는 여전히 비건지향을 추구할 뿐이다. 장을 볼 때 깨끗하게 포장되어 나온 소고기, 돼지고기를 보면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래서일까? 동물 관련 책은 읽기가 늘 힘들었는데 [동물의 자리]는 조금은 따뜻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듯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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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한국사 - 우리는 무엇을 먹고 마시고 탐닉했나
김동주 외 지음 / 서해문집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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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쪽 관자놀이 뒤 깊숙한 곳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는 공포와 불안이라는 감정을 주관하는데, 편도체는 우리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은 이 세계에 내던져진 존재이기 때문에 항상 어떤 기분에 사로잡혀 있는데 이 기분이 우리들을 불안하게 만든다며 매순간 자기 자신을 사유하며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현존재에게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심리적 기제가 불안이라고 했다. 불안은 우주적으로 물려받은 본질적인 감정이며, 인간이라면 마땅히 느껴야 하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 성취도에 의해 계급이 나눠지면서다. 돈을 얼마나 벌었고, 얼마나 많은 것을 소유했느냐에 따라 계급이 달라지면서 우리는 외양 중심의 세계를 살게 됐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해지면서 세상의 눈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당하기 시작한 사회에서 소비는 너무나 당연한 행위가 됐다. 소비를 통해 남들이 보는 나를 더욱 더 가치있게 꾸며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기분이 드는데, 이런 기분과 함께 소비는 끝없이 반복된다.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상태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소비의 한국사]는 소비사회의 한국사적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 다섯 명의 연구자가 모여 쌀, , 라면, 커피, 부동산, 가전제품, 술처럼 생존에 필요한 생필품을 비롯해, 생필품이 아니었지만 사회 변화에 따라 일상적 소비재가 된 것들,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는 것들이었지만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되거나 중독에서 헤어 나오기 힘든 것들을 통해 근현대사 속에서 소비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욕망을 잠식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5당신이 꿈 꿔 온 강남의 탄생에서 중요한 소비재이자 투자의 대상이 된 의 소비역사를 다루면서 강남으로 대표되는 신도시 개발의 역사를 통해 정부와 기업이 금융기관의 지원 사격을 받아 만들어 낸 욕망을 파헤친다. 6, 느그 집에 냉장고 있냐?’에서는 근대화한 삶을 상징하는 몇 가지 가전제품-텔레비젼, 냉장고, 세탁기가 어떻게 중산층의 필수가전제품으로 불리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를 만들어냈고, 자긴 자는 우쭐대고 못 가진 자는 가진 자를 보며 그것을 욕망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7우리는 취하고 싶다에서는 한국인이 술을 마신 역사를 돌이켜 보며 한국의 알코올 소비 대중이 원한 건 알코올 그 자체가 아니라 쉼 없이 일하는 몸을 지탱하기 위해, 고된 현실을 잊어버리기 위해, 때로는 남에게 인정받으려는 정서적 욕구 때문이라며 근현대사를 지나온 기간 동안 한국인이 정서적으로 목마른 시간을 버텨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의 한국사]는 정부가 나서서 소비를 주도한 사례들도 다루고 있는데 세수 증대를 위해 복권, 경마장 등을 통해 도박을 권장하고 적당히만 하라는주의를 주는 척하며 합법적으로 카지노를 운영하고, 10판매와 소비 욕망의 용광로, 관광의 시간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섹스관광을 육성했던 정부, 부자나 상위 계층이라는 만족감과 중산층이라는 안정감, 이색적 경험이라는 쾌락을 사는 산업으로 관광 산업을 육성하는 등 정부나 국가는 대중의 욕망을 어

떤 식으로 자극해 소비를 유도하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욕망은 미덕이자 숨길 필요 없는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소비를 하지 않으면 사회에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소비를 하지만 더 가지기 위해 또 소비를 하고 불안을 느끼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와 사회가 주도하는 소비의 수레바퀴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사유하고 내게 꼭 필요한 것인지를 되물어야 한다. 소비가 당연시 되는 사회에서 나는 소비를 할지 하지 않을지 선택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자유의지가 있으므로.


  불안은 우리를 소비에 빠지게도 하지만 강박과 향략에 빠지게도 한다. 14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우신영 작가님의 [시티뷰]에는 강박과 결핍, 트라우마를 겪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바다를 메워 만든 최첨단의 무국적 도시 송도에서 필라테스 센터를 운영하는 수미는 의사인 남편과 아이 둘을 키우는 워킹맘으로 날씬한 몸매와 아름다운 외모를 지키려는 강박을 가지고 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게 중요해서 국제학교 로고가 박힌 후드티를 입고 다니고 레인지로버를 탄다.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크게 불편은 없지만 이십대 헬스트레이너와 바람을 피운다.

  수미의 남편인 석진은 내시경을 담당하는 내과의사이다. 섬에서 가난하게 자란 석진은 자신에게 과분한 수미를 만나 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린다. 페이닥터의 삶을 정리하고 송도에 내과를 개원했지만 손님이 늘지 않자 아내 수미의 추천으로 주말 의료봉사를 나가게 된다. 의료봉사에서 페이덕터로 일하던 병원을 자주 찾던 환자 유화를 만나게 되고 유화에게 묘한 설레임을 느낀다.

  유화는 요거트 공장에서 일하는 조선족 여자로 두달에 한 번 정도 면도날을 삼키고 스스로 내과를 찾아와 내시경을 받는다. 5만원 저렴하게 받기 위해 비수면으로 내시경을 받는 유화는 작은 키에 마른 몸을 가지고 있고, 여기저기 갈라지고 뜯겨서 검정 테이프가 붙어 있는 국방색 장화를 늘 신고 다닌다. 주니는 수미가 다니는 헬스장의 헬스트레이너로 여자친구와 동거 중이지만 수미와 연애를 한다. 싹싹해서 단골 회원도 많고 헬스장에서도 나름 인정을 받고 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도 늘 열심히 한다.


  시티뷰에 등장하는 네 명의 인물들은 각기 다른 계층을 이루고 있다. 수미는 변호사일을 하는 부모님을 둔 부잣집 딸이고, 석진은 지금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을 이루고 있지만 가난하고 암울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고, 주니는 지금은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위해 갓생 살고 있고, 유화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 놓여있는 조선족이다. 하지만 네 명의 인물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 불안에 잠식되어 있다. 혼불문학상 심사평에서 최진영 작가님은 자본과 계급이 존재 이유와 사랑의 의미까지 재단하는 현대사회에서, 욕망과 성취로 덮어버린 당신의 밑바닥에는 무엇이 있는지.”라고 했는데 그 밑바닥에 존재하는 것은 불안이지 않을까? 자신이 속해 있는 계층 상관없이 자신의 위치에서 불안을 느끼고 불안 때문에 각자의 상황에서 강박적인 행동을 하고 사소한 부도덕을 저지르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그런데 무서운 건 불안 때문에 소비하고 강박에 빠지고 향략에 빠지는 건 우리의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우리는 불안하게 만드는 기분이 지금 이 곳에서 자신의 삶을 염려하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묻는 본래적인 삶을 추구하게 된다고 한다. 매 순간 자신의 존재 의미를 묻고 자신의 삶으로부터 소외시키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자기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현하는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감정이 불안인 것이다. 즉 우리는 매일 불안이라는 중력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무의식의 영역을 바꿔 불안을 넘어서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사회 속에 살고 있지만 매순간 자신의 존재 의미를 묻고 자기 자신을 삶으로부터 소외시키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자기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결정하고 실현하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과정을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의 삶은 완성품이 아니라 수작업의 대상이다. 남들보다 오래 만져주면 분명히 남들보다 빛나게 되어 있고, 남들보다 정교해지게 되어 있다.

 

  [책방에 모여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동네책방 마그앤그래에서 한 명의 시인과 8명의 아마추어 작가들이 모여 매달 둘째, 넷째 금요일에 만나 각자가 써온 글을 발표하고 합평했던 글들을 모아 낸 에세이 선집이다. 글쓰기 모임이 있는 주의 요일은 월화수목토일인데, 그만큼 격주로 찾아오는 글쓰기 모임은 이들에게 특별했다. 글을 쓴다는 건 고독한 과정인데 평소 주부이자 워킹맘, 아내, 며느리로 살아온 9명의 여성들은 글쓰기를 통해 자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육아의 어려움, 성범죄에 노출됐던 공포스러운 기억, 여성들의 노동 등에 대한 진솔한 자기 이야기는 공감을 일으키고 나 역시글쓰기라는 고독한 과정을 통해 나의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거울반응이 일게 한다.


  인간은 매 순간 경계에 서서 선택을 한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하면서 신을 따라가지 말고 경계에 서라고 했다. 이원화된 모든 것의 경계에 서서 불안하고 흔들리더라도 매 순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라고. 그래야만 인간은 자유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삶은 확정형이 아니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지만 나 자신의 내부를 단단하게 가꿔 무의식의 영역을 예쁘게 잘 만들 수도 있다. 무의식의 영역이 잘 다듬어진다면 어떤 선택 앞에서도 자유의지를 가지고 선하고 좋은 결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소비에 중독되고 강박에 빠지고 향락에 빠지는 대신 독서를 하고 글쓰기를 하자. 독서와 글쓰기를 하면 를 상실하지 않고 를 돌보고 챙기며 한 번 뿐인 삶을 잘 살 수 있으리라. 인간의 삶이 과정이라면 이 과정을 독서와 글쓰기라는 행위로 채워 나가야지, 다짐했던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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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알라딘에서 산 책 언박싱 영상입니다.
신간 위주의 책으로 구매를 했는데, 빨리 읽어보고 싶어 당분간 주말에는 도서관에 박혀 있을 예정입니다.
날씨가 많이 습하고 덥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건강 잘 챙기시고 건강하게 여름철 장마 보내시길 바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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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기원 - 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서은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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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해져야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나? 


  25살에 사랑에 미쳐서 결혼을 하고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낳았다. 밥도 한 번 해보지 않고 시집을 갔더니 살림도 양육도, 생전 남이었다 가족이 된 시댁과의 관계맺기도 모든 게 힘들고 서툴렀다. 신랑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안되서 어린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겨가며 맞벌이를 했고 지금까지 둘째를 낳고 3개월 간 출산 휴가로 쉬었던 거 외에 단 한 번도 쉼 없이 일을 했다. 아이들 한 끼 끼니를 챙기고 그날의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한달 열심히 돈을 벌어 가계 경제가 구멍나지 않게 살림을 살고, 그저 하루, 일주일, 한달동안 해야 할 일을 잘 해내려 애써가며 살다 보니 아들은 21살이 됐고 딸은 고2가 됐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어느 정도 시간적 여유가 생겨 책을 읽기 시작했고, 좋아하는 반려동물을 들이다 보니 강아지2명, 고양이 2명 다견 가족이 됐고, 아들이 대학을 가고 딸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시간적 여유가 더 많아져 유튜브도 하고 명상 수업도 듣고 홈트로 요가도 꾸준히 할 수 있게 됐다.


  뭔가를 이루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나? 그저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시간 조율을 해가며 하루 하루 버티며 살다 보니 지금에 도착해있다. "불행하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행복해져야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처럼, 그저 최선을 다해서 살다보니 "불행"에 대해서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보통의 날들은 무탈하게 흘러갔고 가끔은 괴롭고 가끔은 기뻤다. 괴로움과 고통없이 평화로우면 다행이다 싶었고 가끔은 괴롭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은 평온한 일상이 행복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서은국 교수님은 [행복의 기원]에서 "인간은 행복해지기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행복을 도구로 이용한다."라고 하면서 우리는 생각보다 동물적인 본능에 의해 많은 것을 선택한다고 한다. 특히 생존에 위협을 느낄수록 본능에 더 이끌리게 되는데, 가끔 뉴스에 나오는 아이의 위험 앞에서 초증력자가 된 아빠나 엄마 역시 순간적인 본능에 이끌린 게 아닌가 싶다. 행복이라는 감정 역시 우리 뇌에 동물적으로 새겨져 있는데 특히 생존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했을 때 행복을 느낀다. 사냥을 해서 먹을거리를 확보하거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 짝짓기 대상을 찾거나. 자기 생존을 위해 자신보다 가끔은 더 힘이 센 상대와 싸움을 하기도 하고 미지의 땅을 찾아 나서야 하는데 두려워도 한 발 내딛게 하기 위해 우리에겐 강력한 보상이 필요하고 우리의 뇌는 쾌감이라는 감정, 행복이라는 감정을 선물로 준다. 행복은 거대한 이상이나 가치, 도덕적 지침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일 수밖에 없다. 


  대신 만족감이 오래 지속되면 다시 사냥에 나서거나 미지의 땅을 찾지 않기 때문에 만족감, 행복이라는 감정은 금방 소멸되고 우리는 또 다시 보상을 받기 위해 한 발을 내딛는다. 그래서 서은국 교수님은 행복은 아이스크림과 같다고 한다.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있으면 금방 녹아 흘러내리듯이 행복이라는 감정 역시 내가 움켜 잡았다고 느끼는 순간 사라지고 만다는 것. 평생 원했던 일을 이루더라도 그 행복감은 아이스크림처럼 금방 흘러 내린다는 것. 로또에 당첨되고 주식이 대박나고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고 원하는 집을 사더라도 행복감은 금방 사라지고 우리는 또 다른 행복에 대한 갈망으로 불안해 하고 두려워한다.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행복을 위해 내 인생을 모두 투자하고 사는 건 그래서 허무하다. 차라리 사소하고 작은 행복감, 기쁨을 여러 번 자주 반복적으로 느끼며 살 때 행복하다,는 감정은 훨씬 더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소확행'이야말로 서은국 교수님이 말하는 행복의 기원이지 않을까?

 


  결혼해서 아이들을 키우는 2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저 무탈하게 하루가 지나가길 바라면 순간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행복감을 느꼈을까. 돌이 되도록 걷지 못하던 아들이 첫 발을 내딛고 나를 향해 걸어오던 순간, 돌잔칫날 멜빵 청치마를 입고 분홍 모자를 쓰고 뛰어 다니던 딸이 다른 아이보다 빨리 걷는다며 자랑하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들이 너무 많아서 나열을 할 수가 없을 정도다. 내 인생의 무탈하다고 느꼈던 모든 순간에는 이런 작은 행복들이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난 늘 그런 감정을 느끼며 산다. 작고 하찮아 보이지만 확실한 기쁨, 만족감, 행복. 홈트로 요가를 하면서 처음 머리서기를 성공했던 순간, 12층까지 계단을 타고 올라와 숨이 찰 때의 성취감, 어려워서 도저히 못 읽을 것 같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유튜브를 보고 한 샐러드 파스타를 딸이 너무 맛있다며 엄지를 들어 올리며 먹어줄 때, 그리고 늘 내 옆에 머무르는 뽕이봉구초울이칠봉이. 

  서은국 교수님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인생의 갑이 되라고 말한다. 남들의 잣대에 신경쓰지 말고 작고 하찮아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보석처럼 빛나는 행복이 되어줄 일들을 하며 40대 후반 내 인생 갑으로 앞으로도 잘 살아나가고 싶다.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은 다른 것 같지만 뇌는 동일한 부위에서 이 둘의 고통을 똑같이 느낀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타이레놀을 먹으면 이별의 상처가 조금 나아지기도 한다는데,  이십대 때 이 사실을 알았다면 사랑에 미쳐 시집을 일찍 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듯. 






  

행복의 핵심을 사진 한 장에 담는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의 내용과 지금까지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총체적으로 생각했을 때, 그것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장면이다.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모든 껍데기를 벗겨 내면 행복은 결국 이 사진 한 장으로 요약된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 한 마디 덧붙인다면 "The rest are details." 나머지 것들은 주석일 뿐이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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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4 - 조정래 대하소설, 등단 50주년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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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백산맥4권]에서는  빨치산 염상진이 율어면을 점령하고 해방구로 삼으면서 계엄군과 본격적으로 대립하게 된다. 염상진은 울어면에서 굶는 사람이 없게 넉넉하게 쌀을 배포하고, 벌교를 기습 공격해 지주들에게서 쌀을 빼앗아 다리위에 쌓아 두고 쌀을 고루 나누어 설을 세라는 종이를 붙여둔다. 농민들을 착취하면서도 더 많을 차지하기 위해 교활한 짓을 꾸미는 지주들과, 비록 이념 때문이긴 하지만 농민들의 굶주림에 가슴 아파하며 쌀을 나눠 주는 염상진의 행동이 대비되면서 좌파를 미화하는 소설로 보이기도 한다. [태백산맥] 연재 당시 좌파소설이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던 책이었다.


  역사학자 정병준 선생님은


  '일본의 패배로 해방되고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할 통치된 것이 이유이기도 하지만 수 많은 세력들, 정파들, 파벌, 기독교 세력 등등 한국인도 스스로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


  라고 해방 이후 3년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태백산맥4권]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수많은 세력들, 정파들, 기독교 세력 등등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친일을 하다 해방이 되자 도망 다녔던 사람들이 미군정이 찬일 세력을 다시 채용하자 친일 순사들이 친미반공 세력으로 재등장하고, 소작농을 착취하는 지주, 좌파에 가담한 가족에게 소작을 주지 않겠다고 하자 다른 소작인들은 뒤로 연줄을 이용해서 소작을 받아내고, 수도권은 교회가 너무 많아서 더 이상 수익창출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벌교까지 내려와서 교회를 짓겠다는 목사, 자신들의 이익대로 군대를 움직이려고 하는 지주 세력 등 해방 이후 나쁜 놈들이 얼마나 득실댔는지, 그들이 우리 사회 기득권층을 형성했음에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반면 착취당하는 농민들의 굶주림 삶과 울분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내용들이 많아 가슴이 먹먹해서 책을 읽어 나가는 게 두렵기도 했다. 먹을 게 없어 술도가 앞에서 술찌꺼기를 얻어 먹고 술에 취해 돌아다니는 아이들, 쌀이 얻어 밥 대신 진달래꽃을 따먹고 설사를 하는 아이들. 언제나 가난과 같은 재난은 제일 취약한 아이들에게 제일 큰 상처를 남긴다.


  1. 피할 수 없는 맞섬


  염상진 부대는 율어면을 장악하고 거점지역으로 삼고 세력 확장을 노린다. 외서댁은다행히 목숨을 건지지만 염상구와 동네 사람들의 입소문을 피해 장흥 이모집으로 떠난다. 


  2.그것은 이긴 싸움


  심재모는 염상진이 율어면을 장악했을 거라는 판단으로 정찰대를 율어로 보내고 염상진의 부대에는 부상병이 발생하자 염상진은 심리적으로도 타격을 받는다. 강동기, 노덕보, 지삼봉, 김복동, 마삼수는 정사장에게 땅을 산 서운상에게 소작을 붙이게 해달라고 사정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방에 모여 고민을 나눈다. 


  3.평행선


  정부는 음력설 말고 양력설을 세라고 강요하지만 민중들은 양력을 설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염상구는 자기 대신 청년단장 자리를 차지한 유주상을 찾아가 난장판으로 벌이고 집안 여기저기에 칼을 뿌린다.낙안댁은 정하섭에게 돈을 전해준 죄로 구속된 정사장을 위해 동네 유지들에게 보증서에 도장을 받으려고 하지만 사상 문제라는 이유로 아무도 도장을 찍어 주지 않는다. 정사장에게 돈을 받아 정하섭에게 전해준걸로 말을 맞추기로 했지만 함께 구속되어 있는 소화는 낙안댁에게 돈을 전해줬다며 말을 맞추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낙안댁은 소화를 찾아가 말을 맞춰 달라고 사정한다. 소화는 낙안댁이 자신의 석방을 위해서도 애를 쓸 것을 약속받고 정사장에게 돈을 전해 준 걸로 말을 맞춘다. 울어면을 장악한 염상진은 농민들에게 쌀을 고루 나눠준다. 염상진은 조성을 공격하지만 심재모는 군대의 일부는 조성으로 보내고 일부는 율어로 보내 양면 공격을 한다. 율어를 지키고 있던 염장진의 부대원 세 명이 죽고 다섯 명이 부상을 당하는 큰 타격을 받게 된다.


  4. 야학의 여선생


  이지숙은 서민영 선생의 야학에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후일을 도모한다. 벌교에는 염상진이 율어면 사람들에게 쌀을 배급해줘서 율어면 사람들 모두 흰쌀밥을 먹는다는 소문이 돈다. 벌교의 지주들은 반란사건에 가담했거나 연루된 사람들에게는 일체 소작을 주지 않기로 하고 심제모는 서민영 선생을 찾아가 방법을 모색하지만 서민영 선생은 그냥 두라며 심재모를 돌려 보낸다. 


  5. 누가 묵어도 묵을 떡인디


  친일 경찰로 일하던 남인태는 해방 이후 피신했다가 미군정에 의해 경찰로 다시 채용되어 일하다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다. 반란사건에 가담한 사람들에게 소작을 부치지 않겠다는 소문은 급속도로 퍼져 간다. 


  6. 술찌끼를 먹고 취한 아이


  설날이 다가오지만 농민들은 설을 맞을 쌀이 없고 아이들은 굶주림에 술도가 앞에서 술찌끼를 얻어 먹고 술에 취해 돌아다닌다. 심재모는 그런 아이들을 보며 마음 아파한다. 


  7. 쑥떡뿐인 설


  염상진은 야밤에 부대를 동원해 벌교를 치고 지주들에게 쌀을 빼앗아 횡계다리 위에 쌓아둔다. 이 쌀로 설을 보내라는 문구를 적어두는데 이를 본 농민들의 마음은 염상진에게로 기운다. 부녀자들은 떡을 만들 쌀이 없어 쑥으로 쏙버무리를 만들어 설을 지낸다.


  8. 어두운 정월 대보름 


   김범우는 염장진에게 빼앗겼던 쌀을 서민영 선생에게 기부하고 서민영 선생은 쌀로 떡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눠준다. 정하섭은 소하를 찾아오고 고문으로 상처입은 소화의 몸을 위로해주고 다시 떠난다.


  9.머시여, 벌거지!


  반민특위 활동이 공개되고 민중들은 친일 세력을 응징하고 공평한 새 나라가 세워지기를 기대한다.손승호를 찾아온 노파는 빨갱이가 된 아들이 율어에 있다며 며느리를 율어로 보내 대를 잇게 해달라고 사정한다. 손승호는 김범우에게 이를 의논하고 김범우는 심재모를 찾아가 부탁한다. 여자가 율어로 들어가 임신하면 나오는 것으로 결정한다. 강동기, 마삼수, 김복동은 소작을 붙이게 해달라고 서운상을 찾아가 사정하지만 서운상은 버러지라고 욕하며 거절하고 이 말에 강동기는 흥분에서 삽으로 서운상을 내리 찍는ㄷ다. 강동기는 도망가고 마삼수, 김복동은 잡혀간다.


  10.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 11. 미운 진달래


  서울에서 목사와 찾아와 벌교에 교회를 짓고 싶다고 하지만 서민영 선생은 이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한다. 지주들은 강동기가 서운상을 가해한 사건에 흥분하고 조성지구좌익척결위원회 결성을 서두른다. 3월 진달래가 피자 아이들은 배가 고파 진달래를 따먹고 밤새 설사를 하기도 한다. 이 경험을 시로 쓴 아이는 야학 수업 시간에 시를 발표하고 아이들 모두 공감한다. 


  12. 율어의 왕복길 


  이지숙은 소화를 찾아가고 김범우는 염상진을 찾아가 노파의 사연을 전한다. 염상진 역시 노파의 며느리가 율어로 들어왔다가 임신하면 돌아가는데 동의하고, 이 사건을 계기로 심재모에게 위험이 닥칠 듯한 분위기를 암시하며 4권은 끝난다.

그건 표본적인 제국주의적 지배방식이었고, 인민들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목에 걸린 노예들이 되었다. 선거가 임박해서 전에 없이 많은 배급표가 나돌았던 것은 그게 쌀이 아니라 독약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굶주림에 지친 인민들은 그게 독약인지 무엇인지 구별할 겨를이 없었다. 우리 민족이 사회주의를 선택하든 자본주의를 선택하든, 그것은 오로지 우리 민족 전체의 총의에 따라 결정하고 선택되어야 할 문제였다. 그런데 그들은 제국주의 폭력과 간악을 앞세워 우리 민족의 삶을 파괴하고 자주를 강탈했다. 그들과의싸움은 필연적인 것이고, 아무리 앞길이 험난하더라도 기필코 수행하지 않을 수 없는 싸움이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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