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랑 차를 타고 가면서 허리가 90도로 굽은 할머니를 봤다. 허리 굽은 할머니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하자 신랑은 알지도 못하는 할머니 말고 자신을 걱정해 달라며 피곤해서 부은 입술을 보여줬다. 어떻게 평생 힘들게 살아 온 삶이 그대로 담겨 있는 할머니의 굽은 허리와 고작 피곤해서 터진 입술 따위를 비교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말이 차갑게 나가자 신랑은 머쓱한지 하려던 말을 멈추고 운전에 집중했다.


  책을 열심히 읽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건 내 세계가 확장됐다는 거다. 나와 내 가족을 넘어서 타인의 고통에 예민해졌고,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의 고통에도 예민해졌다.


  가을이 되자 아파트 단지에 애기 고양이 2명이 나탔났다. 밥을 챙기던 고양이가 배가 부른 듯 싶었는데 그 고양이의 애기인지 그냥 추측만 할 뿐이다. 밥을 수북히 담아 놓는데도 다음 날 가보면 밥그릇이 텅 비어 있어 가끔 도대체 몇 명의 아이들이 밥을 먹으러 오는지 궁금할 때도 있다.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는데 길에서 겨울이 날 아이들이 걱정이다. 애기 고양이들은 밥 얻어먹은 지 한달 정도 되가니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가끔은 손에 얼굴을 비벼 주기도 한다. 집에도 강아지2명 고양이2명 4명의 아이들이 있어 더는 데려다 키울 엄두는 나지 않고, 태어나 처음으로 추운 겨울을 밖에서 날 아이들이 걱정돼 밥을 주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늘 무겁다. 구조를 해서 입양처를 알아봐야 하나, 마음이 편할 날이 없다. 


  주말에 읽으려고 주문한 책. 세 명의 여성들이 한국 생추어리를 탐방하고 쓴 책이다. 최애 작가님 홍은전 작가님의 추천책이라 더 기대가 된다. 동물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과연 어디일까? 인간중심적 사고가 인간을 제외한 다른 많은 종들을 고통에 빠지게 했지만 나는 여전히 비건지향을 추구할 뿐이다. 장을 볼 때 깨끗하게 포장되어 나온 소고기, 돼지고기를 보면 죄책감이 느껴지지만 어쩔 수 없이 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래서일까? 동물 관련 책은 읽기가 늘 힘들었는데 [동물의 자리]는 조금은 따뜻한 마음으로 볼 수 있을 듯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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