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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뉴욕의 맛
제시카 톰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읽으면서 혀를 차고 있었다. 쯧쯧- 그러다 문득 내 20대 초반이 떠올라서 아이쿠 싶어졌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더니 딱 그짝이다. 그 맘때, 현란한 것들에 미음을 빼앗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확실한 것을 잡지 못한 채 확실할 거라고 믿고 싶어지는 마음,
일종의 계시처럼 다가오는 기회를 놓기란 쉽지 않다. 눈 앞의 커다란 유혹에 뒷일을 미처 생각할 수도 없다. 번쩍거리는 빛은 다른 것을 집어삼키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는 나이. 괜한 조바심에 많은 것을 바로 보기 힘든 나이. 그만큼의 열정을 간직한 나이가 누구에게나 있다. 불혹이 되었다고 유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흔들림 없는 마음이 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지만 줄어든 열정 탓인지 의심하고 재고 따져보게 된다. 그때가 좋은가, 지금이 좋은가.
우리는 그럴 때 잘못된 길로 들어서곤 한다. 약간 수상하긴 하지만 나는 멍청하지 않으니 잘 대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심지어 거부할 수 없을만큼 유혹적이다. 점점 의심이 짙어지고 불편한 마음의 경고에도 이미 맛본 화려함을 내치기란 쉽지 않다. 현재의 내가 얼마나 근사한가- 상상도 못했던 지금이 얼마나 근사하고 매력적인가- 그래서 우리에겐 확고한 기준이 필요하다. 비겁해지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 함께 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사실 결말에 약간 반감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반드시 두번째, 세번째 기회가 필요하다. 그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절망하고 좌절해도 반드시 다음 기회가 있다는 것을 그 기회는 이 전의 번쩍거리는 유혹이 아닌 나를 성장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기다리면 된다. 현실이 어떻든 우리에게 다음 기회가 있다는 것을 문학은 알려줘야 한다. 그런면에서 해피엔딩을 바람직하다. 다 끝날 때까진 아직 끝난 게 아니지만 일단 바람직한 방향을 찾았으니 열심히 가면 된다. 가다보면 넘치는 열정이 부른 실수들을 농담으로 뱉어낼 날이 온다. 기대를 안고 열심히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