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가 만연한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에도 혐오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혐오를 드러내기를 꺼려했던 것은 분명하다. 이 시대는 혐오를 온천하게 드러내고 조장하고 과시하고 휘두른다. 나는 그것이 두렵다. 점점 더 지독해져갈 이 무수한 혐오들이 두렵다. 그 혐오가 드러나는 모든 범죄와 언어가 두렵다. 혐오는 어떻게 성장하고 드러나게 되었나? 우리는 무엇을 혐오하고 어떻게 혐오하는가? 우리는 왜 혐오하는가? 혐오가 야기하는 것은 무엇인가? 확실한 정리가 필요했다. 막연히 혐오는 문제야, 난 혐오가 싫어!라고 하기엔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분명 과격하고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행동과 언어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 부분과 혐오의 위험에 대해 생각하면 복잡해진다. 범죄에 대한 악하고 그릇된 것들에 대한 혐오 뿐만이 아닌 어딘가에서 말도 안되는 이유로 조장되고 있는 혐오가 있다. 혐오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도 있다.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을 싫어한다. 참으면 좋은 날이 온다는 말도 헛소리다.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지게 하고 어쩔 수 없다는 합리화를 들이대는 것에 반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무수한 혐오가 불편하고 끔직하다. 바른 외침에 대해, 내가 낼 수 있는 목소리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저 팔짱끼고 쳐다보는 것은 동조를 넘어서 혐오에 대한 인정이 된다.싸움이 필요한 곳에서 어떤 태도로 어떤 목소리로 어떤 말을 뱉어내야 할까.내 갈등과 혼란을 끝내주진 못했지만 지금의 현실에 대해, 이 끔찍한 혐오에 대해 조금 더 반응할 수 있게 되었다.목소리를 내고 참지 않고 까다롭게 굴며 살고 싶다.기어이 틀렸다고 말하고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고 그것이 옳으냐고 물으며 살고 싶다.다만 나는 그것이 나를 좀먹지 않길 바란다. 그것이 우리에게 낙인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