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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 -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과 프로파일러 김경옥의 프로파일링 노트
이수정.김경옥 지음 / 중앙M&B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범죄의 시작은 대체 언제일까? 인류의 시작과 거의 같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때부터 지금까지 점점 증가했을까, 감소했을까? 어떤 범죄가 증가하고 어떤 범죄가 감소했을까?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아니- 범죄란 과연 무엇이고, 범죄자는 대체 어떤 자들일까? 에서 범죄자는 과연 어떤 자들인가에 대한 글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회에 깊이 개입하고 관심을 가질수록 두렵다. 잔인하고 끔찍한 범죄가 나날이 늘어가는 것만 같다. 고개만 돌려도 범죄자와 부딪힐 것만 같아 움츠러든다. 대체 그들은 누구인가, 우리가 그들을 구분할 수 있기나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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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어릴적부터 피해자가 되는 것보다 가해자가 되는 것이 두려웠다. 점점 더 나쁜 사람이 되면 어쩌나. 내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면 어쩌나. 의도치 않았대도 누굴 다치게 하면 어쩌나. 몹시 두려웠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적은 없지만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았다. 내가 가진 충동과 어둠이 더 크고 잔인해지는 것이 두려웠다. 아직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지만(앞으로도 없을 것 같지만-) 범죄자들의 심리를 이해한 적은 많다. 그렇다해도 납득하고 용납할 순 없었다. 충동과 어둠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것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선 바른 가치관이 필요하고 쉼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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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말이 과거엔 칭찬이었고 지금은 조롱.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이렇게 사소한 범법에 익숙해지고 당연시한다. 에이, 그정도는으로 지나치고 눈감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자유 아닌 방종을 허락하고 융통성있고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칭찬한다. 점점 더 그렇게 되어가는 것이, 그 정도쯤이라고 눈감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잊는다. 전혀 의식조차 않는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된다’는 속담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겠지만, 바늘쯤이야 괜찮다고 웃고 넘어가는 사람은 많은 것이다. 장난으로 개구리를 돌로 쳐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홧김에 몇 대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농담으로 가벼운 희롱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 조금씩 더 용인하게 될 것이다. 결코 가벼이 해서는 안된다. 피해자가 되는 것이 두려운 만큼 가해자가 되는 것 역시 두려워해야한다. 나는 절대 그럴리 없다고, 내 친구가 그럴 리 없다고, 내 가족이 그럴 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의심하고 경계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바늘 도둑일 때 고칠 수 있도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그들과 딱히 다르지 않다. 범죄자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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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적으로 약자인 경우 범죄에 노출되기 쉽다. 범죄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려면 범죄의 그늘을 줄여나가야만 한다. 범죄자를 줄여나가고 범죄를 줄여나가야 한다. 법과 제도, 인식과 태도 조금씩 바뀌지 않으면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장담하기란 어렵다. 어떤 것도 그저 비켜갈거라고 믿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오늘의 안전이 내일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늘 퀭한 눈으로 두리번 거리고 움츠리며 지낼 순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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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화와 공감능력에 대해 생각한다. 점점 그것을 잃어가는 다음 세대를 마주한다. 앞으로는 무엇보다 인성이 가장 귀한 능력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그것이 안타까우면서도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