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디킨스 : 밤 산책 위대한 생각 시리즈 4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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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킨스 시대의 영국에서 밤 산책. 그러고보면 유럽에서 유독 산책에 대한 책이 많은 것 같은 것은 착각일까? 여하간에 산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산책의 즐거움이 담긴 책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나라건 어느 시대건 산책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절대적으로 믿고 있다. 더불어 건강에도 도움이 될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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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밤 산책을 택하다니 훌륭하다. 안전만 보장 된다면 단호히 감행하고 싶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내 불면증엔 차와 책과 뜨개질이 함께한다. 이 정도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시각으로 만나기 위해선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장소가 필요하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밤 산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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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대한 사회에 대한 고민과 갈등은 모두에게 내려진 숙제다.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해당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무엇을 보고 어떤 것을 어디까지 생각하느냐는 각자 다르고 그 다른 것들이 모여 해답을 만든다. 좋은 답을 위해선 많은 다른 시각과 많은 다른 생각들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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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의 이 시리즈들을 하나씩 만나가야겠다. 우리에게 알려진 글들 외에 남은 부분들 구성하기에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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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숄 지음, 이재경 옮김 / 시간과공간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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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는 ‘나치에 저항한 독일 청년조직 ‘백장미단’의 실 제 이야기’다. 이 글을 통해 히틀러 집권 시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독일을 마주한다. 독일인의 시각에서 마주하는 것은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박해를 당한 자들의 입장이 아닌 그 당시 독일인의 현실을 확인하는 것은 처음이다. 일본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라 전쟁 시기의 일본에 대해서는 꽤 익숙한데, 과연 일본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있었던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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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 중 전쟁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알고 있다. 찬성하지 않는 것과 반대하는 것은 과연 같을까? 독일인들은 부끄러운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과거의 잘못을 사죄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왔고 그것들은 종종 일본과 비교된다. 독일에 박해당한 유대인들과 일본에 침략당한 한국인 사이의 차이도 분명 크다. 좋은 게 좋다고 넘어갈 수 있는 과거는 없다. 딛고 넘어서는 것과 묻고 모른체 하는 것은 크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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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생각이 많았다. 과연 인간이 추구해야하는 것은 무엇이며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신의 질서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다 보면 생각이 멈출 줄은 모른다. 부족한 생각을 그러모으면 신의 질서란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싶어진다. 종교를 막론하고 모든 종교의 가장 근본적인 진리는 사랑, 긍휼, 자비이고 모든 철학에서 인간의 수치와 측은지심에 대해 말하곤 한다. 내가 인간의 조건을 정의한데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인간다움을 지키나가야 한다. 그저 먹고 숨쉬는 것은 짐승과 진배없다.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동물의 세계에도 질서와 공감과 사랑이 있다. 최소 그보다는 나아야 만물의 영장이니 어쩌니 떠들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대단한 무엇, 대의를 위한 무엇이 아닌 스스로 인간답기 위한 노력은 너무 당연하고도 숭고하다. 그 심리적 간극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심리적 간극이 인간의 자긍심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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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연 인간다운가. 인간이기에 충분한가. 인간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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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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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익- 읽어버렸다. 다 읽어갈 때 쯤에야 꽤 두꺼운 것을 알게 되었다. 달릴 수 있다면 좋겠다 아니 하릴없이 한시간쯤 잰 걸음으로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 반복적으로 걷고 뛰면서 무언가 몰아내는 것은 꽤 중요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여타의 생각없이 혼자 오로지 걷고 뛰는 것만 생각하는 것. 그 외에 달리 말끔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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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단어의 나열이 주는 인상은 기묘하다. 그 비밀을 감추기 위한 노력, 그 비밀에 대한 고백 모두 의지가 필요하다. 말할 수 없는 정도의 비밀은 그저 잊어지거나 사라지거나 아무렇지 않아질 것이 아니라서 그 비밀과 어떻게 살아갈 건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그 이전에 그 비밀과 화해할 수 있다면 그 비밀 속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그리 쉽게 될 리 없다. 비밀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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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궁금하다. 가장된 삶에 대해 엄청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본심을 드러낼 수 없는 일상에 대해 만나고 난 후 얼굴 근육이 묘하게 틀어지는 관계에 대해 궁금해진다. 가식적이다. 음흉하다. 이전에 피곤하지 않을까가 궁금하다. 진짜 피곤하지 않을까? 적당한 처세술이 아닌 온통 작위인 일상이나 관계가 힘들지 않을까? 어느면에서는 대단하다 여겨진다. 평소 몹시 까칠한 성격이지만 서비스직에서 일할 때는 친절하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고 다정하다는(오해라 여겨지지만-) 말도 꽤 듣고 있다. 한 사람이 어느 한 면만 가진 것이 아니니 다양하게 보여질 수 있고 상황이나 상대에 따른 처신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상일 경우 지치지 않고 질리지 않을 수 있는걸까? 나처럼 본질에 집착하는 사람이나 그런걸까? 그럴싸한 세상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럴싸할 필요가 없던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들이 좀 안쓰럽지만 그들은 내가 좀 한심하거나 불쌍할지도?
_ 딱 달리는 정도의 속도감이었다. 러닝의 속도감. 가벼운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흙을 튀기며 바람이 시리든 볕이 따갑든 빗방울이 튀든 그대로 느끼게 되는 정도의 속도감. 그 달리기를 생각하면 머릿속에 단맛이 없는 민트를 잔뜩 뿌린 것만 같다. 그 민트향이 남아있는 동안은 분명 괜찮다. 잔향마저 사라지면 다시 민트를 뿌리러 나가야한다. 말끔히 정리하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드러난다. 하나씩 하나씩 쫓아가다보면 온전히 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어떤 진실이든 어떤 오해든 어떤 참담함이든 간에 달릴 준비가 되었다면 운동화 끈을 점검해야 하다. 중간에 넘어지는 것은 꼴사납기도 하겠지만 전의상실의 위험이 크다. 역시 달릴 수 있다면 좋겠다. 기왕이면 안전한 숲에서 제대로 숨을 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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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혜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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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모르는 유명한(심심찮은 고백들을 만나곤 하는-) 작가들이 있다. 편혜영 작가도 그런 경우였다. 언젠가는 읽어봐야할 것만 같은 그런 작가였달까? 작가의 글을 한 번쯤은 읽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 것이 그 때도 이 정도가 아니었나 싶다. 나쁘지 않고 썩 괜찮지만 아주 특별하진 않은 정도. 아마 작가의 다른 글을 더 읽다보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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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가 마주한 사건과 상황들이 아주 특별하거나 인상적이진 않았다. 사실 아주 특별하고 인상적인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렇다해도 내게 큰 자극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면에선 너무 뻔하기도 해서 그렇지 뭐.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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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의 관계는 많은 오해가 있고 그 오해가 다른 사건을 낳는다. 결국은 소통 방식의 문제라고 여겨지지만 당사자들은 쉽게 해결할 수 없다. 돌이켜 그 때 이렇게 저렇게 했더라면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어떤 작은 오해에서 거기까지 흘러갔는지 알 수 없게 되버리곤 한다. 가깝지 않거나 소중하지 않은 관계라면 오해를 가볍게 무시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오해가 어떤 사건으로 이어질까 두려워진다. 모든 것이 이미 벌어진 후에는 너무 늦다. 손 쓸 도리가 없다. 손가락하나 까딱할 수 없고 목소리를 내는 것 조차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늘 그런 두려움을 안고 산다. 걱정이 많은 탓이기도 하겠지만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갈등과 혼란과 사건을 너무 많이 마주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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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그럭저럭 굴러가다 어쩔 수 없게 되버린 오기의 삶과는 다르게 잘 읽히지 않았다. 지독한 환절기 감기 탓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오기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마지막 장면에서 오기가 느낀 것이 무엇인지 아무래도 상관없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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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온 삶이 나를 기만한다고 여기게 되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얼마나 강렬한 충격이냐는 다른 문제다. 그 기만에 모든 것을 잃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뒤를 돌아본다.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잃었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 때 포기하기도 되찾기도 한다. 그저 해결되는 것은 없다. 사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구멍에 빠지곤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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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에 대하여 - 불안과 함께하는 삶의 여정
앤드리아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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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겨울 아니 2학년 봄.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것에 대한 처방은 마음을 편히 가져라였다. 그 뒤로 방치되었다. 친구들은 내가 졸업 전에 죽을까봐 무섭다고 했고 나도 최소한 30살 이전에는 죽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에 대한 태도는 나를 극단적으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것을 할래. 그 다음은 포기하고 잊는 방법을 택했다. 한 2년 독하게 시달리다가 점점 좋아졌다. 하고싶은 대로 했다. 결과는 엉망진창이었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20년도 더 지난 지금 완전히 괜찮은 지는 알 수 없지만 대체로 괜찮다. 한 십년 나 자신에게 골몰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나는 왜 이런지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거듭 생각했다. 어느 정도 실마리를 찾은 후로는 타인에게 골몰했다. 그 무수한 타인들은 어떻게 사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에겐 어떤 문제가 있으며 어떻게 극복해가는 지에 대해 거듭 생각했다. 그 동안 무수한 잘못된 선택을 하고 감당하며 살아왔다. 40살이 된 지금 앞으로 남은 몇 십년에 대해 천천히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를 향한 시간들에서 겨우 빠져나왔고 현재를 버틸 수 있게 되었고 슬금슬금 미래를 그리게 되었다. 지금의 나에 대해 완전히 만족할 순 없지만 그런대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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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도움이나 돌봄이 없이 시간을 들이고 잘못을 반복하며 내린 결과가 지금의 나다. 고통스럽고 괴롭고 불안해서 무엇이든 생각해야했고 원인을 찾다보니 나 자신으로 좁혀졌다. 잘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괜찮아지기 위한 노력이었지만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문제를 헤집고 확인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습관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나름의 해결에 효과적이라 믿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해결한다.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은 포기한다. 소거하고 집중한다. 어떤 부분들은 소거가 가능하고 어떤 부분들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것들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 과감해진다. 괜찮다, 없어도 살아갈 수 있다. 타인의 관습이나 태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법과 도덕을 기준으로 큰 문제만 없으면 된다. 그런 것들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다른 것과 틀린 것에 집착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안전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들 그렇게 살고, 살아가는 데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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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두려운 것은 문제를 직시할 수 없을 때이다. 영원히 매듭을 풀 수 없다면 그 문제가 나를 약간 괴롭히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모르는 나로서는 참담하다. 그러다보니 문제를 드러낼 수 없는(타인에게가 아니라 자신에게조차-) 사람들이 안타까워졌다. 오지랖이라해도 어쩔 수 없다. 그 고통과 불안을 아는데, 내가 아는 해결책은 하나 뿐이라서 자꾸 속상해졌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문제가 엄청난 것은 아니다. 아니 삶을 뒤흔들고 있으니 엄청나지만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다. 해결하려면 문제를 찬찬히 뚫어지게 들여다봐야한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않고 답을 기대할 순 없다. 치우고 미루고 덮어두는 것이 과연 해결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제대로 부딪히지 않은 채 포기가 되는 것인가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하게 여겨진다. 아마 타인에게 골몰해도 나는 타인이 될 수 없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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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을 불안장애와 함께 살아온 작가는 천천히 되짚어간다. 아마도? 어쩌면? 하고 시작점을 찾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원인과 증거를 찾아간다. 나 나름대로는 잘해왔다는 칭찬을 들은 기분이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혼자 다 해낸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도움은 아니라도 분명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 덕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도움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같은 문제가 아닐 뿐 나 역시 그들에게 약간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종종 가학적인 태도가 있는 것은 아니냐는 오해를 산다. 트러블메이커라고 비난받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그런 오해와 비난을 내가 애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받는 것이 속상할 뿐이다. 하지만 역시 입장의 차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내가 아는 방법이 한가지라서 안타까울 뿐이다. 나따위 개의치말고 자신의 방법을 찾으라고 천번쯤 말하고 싶다. 나는 모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백번쯤 덧붙이고 싶다. 당장은 눈가림이 가능해도 그것이 당신의 삶을 흔들고 괴롭힐 것이고 그것이 머릿속이 아닌 실재의 고통이 될 수 있고 당신의 모든 것을 앗아갈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의외로 별 것 아닌 문제일 수도 있다고 지금 눈 딱 감고 해결하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이래서 내가 문제다. 내가 좌우할 수 없는 것에 지나치게 관여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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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불안과 함께한 삶을 스스로 납득하고 확인하기 위해 최대한의 정보와 근거를 찾아다닌 게 아닌가 싶다. 다짐을 포함한 기록이다. 작가는 꽤 심각한 증상들과 함께 살아왔다. 해결되진 않았지만 요령이 붙었고 어느정도 감당하게 되었다. 작가의 그 고군분투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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