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 - 50년 식물학자의 비밀노트 더 생각 인문학 시리즈 24
강현구 지음 / 씽크스마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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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만개한 봄꽃이 빠르게 걷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향기를 맡아 봄을 느껴보기도 한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피어났을까?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어본다. 짧지만 강렬하게 피어나는 봄꽃이 지고 나면, 푸른 잎이 살아나 찌든 일상에 맑음을 더해 준다.


집 앞 정원에 핀 꽃들, 겨우내 우직하게 서있던 가로수, 저녁밥상에 올라오는 채소까지, 이 모두 우리의 하루를 함께하는 식물들이다. 그런 식물을 50년 넘게 관찰하고 함께 해온 작가의 '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는 이 봄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작가의 사진과 삽화를 보고 있자니 봄을 가득 담아놓은 듯 아름답다.


식물은 언제나 우리 곁에 말없이 다가와 있어 아무 의미 없이 살아가는 것 같지만, 작가는 그들 또한 인간처럼 희로애락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식물의 사생활에서 인간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만큼 식물의 삶은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 '동성동본', '중매쟁이', '첫날밤'과 같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해 표현한 대목에서는 식물을 향한 작가의 사랑이 느껴진다.


말하지 않지만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는 식물을 관찰하고, 이를 인문학과 연결 짓는 작가의 해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간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듯 식물의 세계도 다양함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태도와 교훈을 얻고 배워나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


식물의 삶과 위대함을 이해하고, 편협한 인식에서 비롯된 부정적 단어가 사라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물과 함께하는 삶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자연을 더 사랑하게 되길 바란다.

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 강현구 지음, P.12


작가는 '식물국회', '식물인간' 같은 부정적 단어에 대해 안타까움을 이야기한다. 움직이지 않고, 생각도 없으며,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식물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생명의 가치를 보았으면 하는 작가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다.


어릴 적 동네 놀이터에서 토끼풀로 팔찌와 반지를 만들며 식물과 함께 했던 기억이 난다. 내 몸과 마음을 만들어준 것이 식물인 것이다.

고로쇠 수액을 무분별하게 채취해 자연을 훼손시키는 인간의 모습에서, 책 속에 소개된 '생태계 교란 식물'을 떠오르게 한다. 동행해야 할 자연을 곁에 있을 때 지켜주지 못하면, 결국 인간도 함께 무너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 같다.


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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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추억을 요리하다 - 돌아갈 수 없기에 더 빛나는, 추억 한 접시
김상수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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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코스요리를 차려내듯 자신의 70년 인생을 하나하나 회상하며 글로 써 내려간다.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 친구나 동료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고마움을 전하는 모습은 아버지의 일기장을 꺼내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다가온다.


ROTC 시절부터 군대 생활, 제일은행 은행원에서 지점장으로 퇴직하기까지, 그리고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는 지금까지. 그의 인생은 큰 굴곡 없이 평탄해 보인다. 그 이유는 살아온 여정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성실하게 임하는 자세와 인간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는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거라 짐작된다. 그의 자산은 가족, 친구, 동료였다. 또한 노인복지센터를 차리기 전 구입했던 가방을 '반려 가방'이라 칭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작가의 인생이 엿보인다.


군대를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군 생활을 실감 나게 기록한 부분이 흥미를 끌었다. 그 시절의 군 생활이 지금과는 다를 테지만 앞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할 아들을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자리에서 항상 감사하며 자부심을 갖고 사셨던 작가의 인생은 앞으로 내 인생행로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된다.



협찬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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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기류 지나 드디어 착륙!
김은영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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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부피를 늘려 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다'

양귀자 작가의 『모순』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문장이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길 원한다. 그 행복이라는 것은 불행을 마주한 뒤에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난기류 지나 드디어 착륙』에서 작가는 한 번의 실패 없이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화려하게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다. 하지만 동료의 죽음, 교통사고, 반지하 방에서 만난 도둑, 그리고 승무원을 그만두고 꿈을 좇아 선택한 애니메이터의 삶에서 인생의 쓴맛을 겪게 된다. 이어 찾아온 암 선고와 항암치료 과정은 작가 인생의 부피를 더욱 늘려준다. 거기에 알코올중독의 남편과 ADHD의 아들까지.

충격과 공포, 두려움 속에서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작가에게 종교는 큰 힘이 되었던 듯하다. 그 모든 난기류를 긍정의 언어와 종교의 힘으로 이겨내고 착륙한 작가의 이야기는 불행을 마주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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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조우형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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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아동학대.

그 의미만으로도 무겁고 꺼내기 어려운 주제를 작가는 온 마음을 다해 써 내려간다.

가정폭력으로 부모를 잃고 자살을 시도하는 시온과 아동학대로 마음 둘 곳 없어 자살을 마음먹은 시안. 이름부터 닮아있는 둘은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자살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생각하게 되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 그 둘이 만나 서로에게 마음을 나누며 존재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시온은 자살을 시도하다 편의점 주인에게 발견되어 생명을 연장하게 된다. '죽고 싶다면서 밥은 또 챙겨 먹고······.'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시온의 마음에서 우리는 죽고 싶으면서도 간절히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이 모순된 감정은 작은 것에서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찾았으면 하는 작가의 마음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내가 더 살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고민할수록 죽어야 마땅한 존재였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니까.

결국 오랜 고민 끝에 내일 자살하기로 결정했다.

오늘이 아닌 내일 자살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래도 나의 삶에서,

사람처럼 살았다는 기억 하나쯤은 갖고 있는 상태로 눈을 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p.32


시온이 자살을 결심하기 전날 '사람처럼 살았다는 기억 하나쯤은 갖고 있는 상태로 눈을 감고 싶었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에서도 느껴지듯 그는 자신이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가 찾은 존재의 의미는 화려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은 희생과 헌신을 고마워하는 시안에게서였다. 매 끼니 밥을 챙겨주고, 함께 목욕탕을 찾아가 머리를 감겨주는 등 서로의 도움을 주고받으며 세상에 필요한 존재임을 깨달아 간다. 하지만 시온은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마주할 때면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꺼지라고!! 아직도 상황 파악 못 하겠어?

너랑 나랑은 둘 다 비슷한 처지야.

부모님한테 버림받은 존재라고.

그런데 이제 와서 제대로 살아보자고?

참 웃기네.

우리는 그냥 둘 다 살 가치가 없는 존재들이야.

아직도 현실 파악을 못하겠어?

네가 지금 살 가치가 있을까?

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널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없어! p.157


시온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시안을 밀어내는 장면에서, 어릴 적 부모에게 받은 상처는 쉽사리 치유되지 못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시온의 마음을 아는 듯, 시안은 '시간의 꽃집'앞에서 자신을 돌봐준 시온에게 줄 꽃 한 송이를 안고 쓰러져 있다. 그를 발견한 시온은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깨닫고 시안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마음의 상처는 마음을 다하면 치유될 수 있음을 작가는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이 각자의 인물들에게서 내일을 살게 하는 희망의 끈을 이어준 건 '편지'였다. 빨간 편지 통을 통해 전해지는 엄마의 편지, 시온이 엄마에게 쓴 편지, 시안이 시온에게 쓴 편지, 그리고 편의점 아줌마의 편지까지.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인물들은 편지라는 소통의 창구를 통해서 그들의 존재 의미를 일깨워 준다.


누군가는 죽고 싶은 오늘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치도록 살고 싶은 오늘일 수 있다. 그렇게 이 작품은 무의미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내일을 바라보게 한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부모를 부모의 틀로만 바라보지 말자'라고.

작가의 말은 부모를 향한 안타까움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많은 희생과 책임이 따르는 부모의 역할이 때로는 버거울 수도 있지만, 그 역할을 다했을 때의 존재감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내일을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소년 작가의 서툴지만 묵직한 주제의 소설에서 우리가 살아나가는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화려한 삶이 아닌 작은 것에 감사하며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인생은 내일이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보일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힘겨운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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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원의 두근두근 - 동물수상록
박찬원 지음 / 라의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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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기대, 설렘, 불안, 떨림, 긴장? 

작가는 어느 지점에서 시선이 멈추었을까?

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사진 속에 'picture 2. 끊어지지 않는 탯줄'을 보는 순간 울컥한다. 

그곳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나도 두 아이의 엄마였구나.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아들 덕분에 동물이 있는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

인간과 다른 생명체의 신비함에 빠져든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불편한 감정이 밀려온다.

'너희는 어떤 연유로 여기까지 흘러와서 이곳에 갇혀 있는 거니?'

그들은 인간의 언어로 답하지 않는다.

작가는 내가 듣고 싶었던 질문의 답을 사진으로 들려준다.




사진 찍는 시간은 생각하는 시간이다.

나를 돌아보고 인간을 생각한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대화한다.

돼지 속에 엄마가 있다.

참회하고 속죄한다.

새로운 결심도 굳힌다.

마음이 깨끗해지고 단순해진다.

돼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숨을 교환한다.

탄생을 보고 죽음을 보고 본능을 본다.

생명의 의미를 찾는다.

박찬원의 두근두근, 라의 눈, 동물 수상록, p.015


서른 살에 혼자가 된 작가의 엄마는 아들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엄마는 죽지 않았다. 생명의 마지막 끄트머리까지 다 쓰고 서서히 사라져 갔다. 

마른 낙엽처럼 물기를 다 소진하자 바람 타고 날아갔다.' p.166


작가는 돼지와 말, 젖소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본다. 

인간에게 길들여진 그들은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인간들이 원하는 것을 내어줄 뿐이다.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여긴다.



인간은 자신들이 누구보다 특별하고 위대한 존재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이 영원할 것이라 착각한다.

작가는 동물들의 생로병사를 따라가며, 인간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엄마돼지와 아기돼지를 이어주고 있는 탯줄, 어미젖 냄새에 파묻혀 자고 있는 아기돼지들, 사랑의 키스를 나누는 말, 죽어가는 말의 눈빛까지.


동물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본능에 충실할 뿐이다.

오직 인간만이 자연을 거스르며, 자신의 입맛대로 쓰고 버린다.

책을 다 읽고도 내려놓기가 힘들어진다.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나눌 줄 아는 존재였는지 묻게 된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눈을 마주친다.

모든 것을 포기한 눈이다.

반쯤 감고 있다.

힘이 하나 없다.

슬픈데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아픈데 소리도 못 지른다.

얼굴 주름이 아래로 쳐졌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빌고 또 빈다.

그러면서 사진을 찍는다.

내가 밉다.

박찬원의 두근두근, 라의 눈,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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