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만개한 봄꽃이 빠르게 걷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하고, 향기를 맡아 봄을 느껴보기도 한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고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피어났을까?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어본다. 짧지만 강렬하게 피어나는 봄꽃이 지고 나면, 푸른 잎이 살아나 찌든 일상에 맑음을 더해 준다.
집 앞 정원에 핀 꽃들, 겨우내 우직하게 서있던 가로수, 저녁밥상에 올라오는 채소까지, 이 모두 우리의 하루를 함께하는 식물들이다. 그런 식물을 50년 넘게 관찰하고 함께 해온 작가의 '식물의 사생활 훔쳐보기'는 이 봄에 잘 어울리는 책이다. 작가의 사진과 삽화를 보고 있자니 봄을 가득 담아놓은 듯 아름답다.
식물은 언제나 우리 곁에 말없이 다가와 있어 아무 의미 없이 살아가는 것 같지만, 작가는 그들 또한 인간처럼 희로애락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식물의 사생활에서 인간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만큼 식물의 삶은 인간의 삶과 닮아있다. '동성동본', '중매쟁이', '첫날밤'과 같은 인간의 언어를 사용해 표현한 대목에서는 식물을 향한 작가의 사랑이 느껴진다.
말하지 않지만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는 식물을 관찰하고, 이를 인문학과 연결 짓는 작가의 해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인간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듯 식물의 세계도 다양함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삶의 태도와 교훈을 얻고 배워나가야 함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