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시안을 밀어내는 장면에서, 어릴 적 부모에게 받은 상처는 쉽사리 치유되지 못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시온의 마음을 아는 듯, 시안은 '시간의 꽃집'앞에서 자신을 돌봐준 시온에게 줄 꽃 한 송이를 안고 쓰러져 있다. 그를 발견한 시온은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깨닫고 시안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마음의 상처는 마음을 다하면 치유될 수 있음을 작가는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이 각자의 인물들에게서 내일을 살게 하는 희망의 끈을 이어준 건 '편지'였다. 빨간 편지 통을 통해 전해지는 엄마의 편지, 시온이 엄마에게 쓴 편지, 시안이 시온에게 쓴 편지, 그리고 편의점 아줌마의 편지까지.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인물들은 편지라는 소통의 창구를 통해서 그들의 존재 의미를 일깨워 준다.
누군가는 죽고 싶은 오늘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치도록 살고 싶은 오늘일 수 있다. 그렇게 이 작품은 무의미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내일을 바라보게 한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부모를 부모의 틀로만 바라보지 말자'라고.
작가의 말은 부모를 향한 안타까움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많은 희생과 책임이 따르는 부모의 역할이 때로는 버거울 수도 있지만, 그 역할을 다했을 때의 존재감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내일을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소년 작가의 서툴지만 묵직한 주제의 소설에서 우리가 살아나가는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화려한 삶이 아닌 작은 것에 감사하며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인생은 내일이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보일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힘겨운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