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조우형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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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아동학대.

그 의미만으로도 무겁고 꺼내기 어려운 주제를 작가는 온 마음을 다해 써 내려간다.

가정폭력으로 부모를 잃고 자살을 시도하는 시온과 아동학대로 마음 둘 곳 없어 자살을 마음먹은 시안. 이름부터 닮아있는 둘은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자살이라는 어려운 단어를 생각하게 되지만 그것 또한 쉽지 않다. 그 둘이 만나 서로에게 마음을 나누며 존재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주인공 시온은 자살을 시도하다 편의점 주인에게 발견되어 생명을 연장하게 된다. '죽고 싶다면서 밥은 또 챙겨 먹고······.'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시온의 마음에서 우리는 죽고 싶으면서도 간절히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이 모순된 감정은 작은 것에서 내일을 살아갈 희망을 찾았으면 하는 작가의 마음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내가 더 살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고민할수록 죽어야 마땅한 존재였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니까.

결국 오랜 고민 끝에 내일 자살하기로 결정했다.

오늘이 아닌 내일 자살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래도 나의 삶에서,

사람처럼 살았다는 기억 하나쯤은 갖고 있는 상태로 눈을 감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p.32


시온이 자살을 결심하기 전날 '사람처럼 살았다는 기억 하나쯤은 갖고 있는 상태로 눈을 감고 싶었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에서도 느껴지듯 그는 자신이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가 찾은 존재의 의미는 화려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작은 희생과 헌신을 고마워하는 시안에게서였다. 매 끼니 밥을 챙겨주고, 함께 목욕탕을 찾아가 머리를 감겨주는 등 서로의 도움을 주고받으며 세상에 필요한 존재임을 깨달아 간다. 하지만 시온은 부모에게 받은 상처로 인해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마주할 때면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괴로워한다.


꺼지라고!! 아직도 상황 파악 못 하겠어?

너랑 나랑은 둘 다 비슷한 처지야.

부모님한테 버림받은 존재라고.

그런데 이제 와서 제대로 살아보자고?

참 웃기네.

우리는 그냥 둘 다 살 가치가 없는 존재들이야.

아직도 현실 파악을 못하겠어?

네가 지금 살 가치가 있을까?

널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널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없어! p.157


시온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시안을 밀어내는 장면에서, 어릴 적 부모에게 받은 상처는 쉽사리 치유되지 못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시온의 마음을 아는 듯, 시안은 '시간의 꽃집'앞에서 자신을 돌봐준 시온에게 줄 꽃 한 송이를 안고 쓰러져 있다. 그를 발견한 시온은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깨닫고 시안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마음의 상처는 마음을 다하면 치유될 수 있음을 작가는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이 각자의 인물들에게서 내일을 살게 하는 희망의 끈을 이어준 건 '편지'였다. 빨간 편지 통을 통해 전해지는 엄마의 편지, 시온이 엄마에게 쓴 편지, 시안이 시온에게 쓴 편지, 그리고 편의점 아줌마의 편지까지.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인물들은 편지라는 소통의 창구를 통해서 그들의 존재 의미를 일깨워 준다.


누군가는 죽고 싶은 오늘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치도록 살고 싶은 오늘일 수 있다. 그렇게 이 작품은 무의미해 보이는 삶일지라도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내일을 바라보게 한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부모'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부모를 부모의 틀로만 바라보지 말자'라고.

작가의 말은 부모를 향한 안타까움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많은 희생과 책임이 따르는 부모의 역할이 때로는 버거울 수도 있지만, 그 역할을 다했을 때의 존재감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내일을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소년 작가의 서툴지만 묵직한 주제의 소설에서 우리가 살아나가는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화려한 삶이 아닌 작은 것에 감사하며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인생은 내일이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보일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힘겨운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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