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정 내 속에서 저절로 우러나오는 것, 바로 그것을 살아 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 P8
"인간은 언제나 질문하고 언제나 의심을 풀어야 해, 하지만 문제는 배우 간단하지. 예를 들어 나방 이야기로 돌아가서, 나방이 벌이나 그의 엉뚱한 대상에 의지를 집중시킨다 해도 그것은 될 수 있는 힘이 아니야. 물론 나방은 그런 짓을 결코 하지 않지만, 나방이 바라는 바는 자기에게 값어치가 있는 것, 의미 있는 것, 자기에게 필요한 것, 어떻게 해서든 소유해야 하는 것에 국한되어 있어. 그렇게만 하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조차 할 수 있게 돼. 그래서 마침내 불가사의한 육감을 터득하는 거야. 그런 감각은 나방 외의 어떤 동물도 갖고 있지 못해. 물론 인간은 더 넓은 활동 범위를 지녔고, 동물 따위보다 관심 범위도 넓지. 그런데 그런 인간이 상대적으로 매우 좁은 테두리에 얽매여 거기서 뛰쳐나가지 못하고 있는 거야." - P87
나는 여러 일을 상상하곤 해. 예를 들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극에 가겠다고 공상할 수 있지. 그러나 정말 실행 가능하고 맹렬한 의욕을 가질수 있는 일은 욕망이 내 몸속에 자리 잡고, 진실로 내 온몸이 욕망으로 응어리져 있는 경우에 한정돼. 그런 경우라면, 즉 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명령을 그야말로 전심전력으로 부딪혀 실행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당장 성취될 수 있어. 너는 자신의 의지를 잘 훈련된 말을 다루듯 잘 조정할 수 있지." - P87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이다. - P138
"...앞서 제시한 아프락사스의 가르침이 그렇다. 학자들 중에는 이 이름을 그리스 주문과 관련시켜 제시하고, 미개 민족이 오늘날도 가지고 있는 어떤 마귀 이름쯤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프락사스는 좀 더 깊은 뜻을 지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는 이 이름을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결합한 상징적인 사명을 띤 신의 이름쯤으로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 - P140
"당신은 음악이 도덕적이 아니라서 좋다고 말했어요. 그건 아무래도 좋아요. 그러나 당신 자신이 도덕가가 되어서는 안 돼요. 남과 자기를 비교하는 짓 따위를 해선 안 되지요. 자연이 당신을 박쥐로 태어나게 했다면 당신은 그런 자신을 타조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당신은 때로는 자신을 괴짜로 여기면서 보통 사람들과 갈 길이 다르다고 자책하곤 해요. 그런 짓은 하지 말아요. 불을 보고 구름을 보세요. 그리하여 예감이 솟아나 당신 영혼의 목소리가 말을 하면 그것에 몸을 맡기세요. 그것이 선생님이나 당신 아버지, 또는 어떤 흠모하는 신의 뜻에 맞는지 아닌지를 문제 삼지 마세요. 그런 문제는 자신을 해칠 뿐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은 극히 일반적인 길을 걸으며 화석화될 뿐이에요. 알겠지요. 싱클레어? 우리 신은 아프락사스예요. 그는 신인 동시에 사탄이기도 하지요.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한몸에 지니고 있으니까요." - P165
"태어난다는 것은 언제나 쓰라린 일이랍니다. 알겠지요. 새가 알을 깨고 나올 때 얼마나 애쓰는지를 돌이켜 생각해 보고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그 일이 그렇게 쓰라렸는가, 쓰라렸을 뿐이었는가, 아름다운 때는 없었는가. 당신은 그보다 더 아름답고 안락한 길을 알고 있었나요?" - P213
"누구나 자기 꿈을 발견해야 해요. 그럼 가는 길도 편해지거든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꿈은 없어요. 어떠한 꿈이든 꿈을 꾼 당사자는 그것에 집착해서는 안 되지요." - P213
"당신의 운명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이 등지지 않는 한 운명은 언젠가는 당신이 꿈꾸는 대로 고스란히 당신의 것이 될 거예요." - P214
"사랑은 자기 내면의 확신에 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해요. 그럼 사랑은 이끌리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는 것이 되지요." - P224
"이봐, 싱클레어, 잘 들어, 나는 여기서 나가게 될 거야. 너는 언젠가 또 내가 필요해질 테지. 크로머나 그 밖의 일로 말이야. 그때 나를 불러도 그렇게 간단히 말을 타거나 기차를 타고 달려올 수는 없을 거야. 그럴때는 네 내면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러면 네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거야. 알겠니? 그리고 또 하나. 에바 부인의 전언인데, 네 몸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에게 함께 보내 준 그분의 키스를 대신 해 주라고 하셨어. 자, 눈을 감아 싱클레어!" - P247
하지만 나는 현실이란 우리가 가장 관심을 받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아름답고, 좀 더 필요한 사물들이 우리에게 주의와 관심을 요구하는 반면, 현실은 싫증 나고 귀찮을 정도로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우리가 결코 만족해서는 안 되고, 우리가 결코 숭상하지나 존중해서도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이란 우연이자 삶의 쓰레기이기 때문이다. 이 보잘것 없고 언제나 환멸을 느끼게 하는 황량한 현실을 변환시킬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현실을 부정하고, 우리가 현실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길밖에 없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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