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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이혼일지 - 지극히 사적인 이별 바이블
이휘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우리는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무례하지 말아야지‘라는 문장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처럼 굴면서도, 그 문장 뒤에는 시퍼런 칼 같은 마음도 함께 품고 있었다. 언제 서로에게 베일지 모르는 위험한 관계였다.”
“나는 8월에 남편에게 이혼하자는 간청을 했고, 그 후로 8개월을 더 같이 살았다. 그동안 우리의 장르는 코믹이었다가, 호러였다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예술영화였다가, 콩트였다가, 격한 액션이었다.”
완전한 타인의 이혼이야기에 이런 표현은 전혀 올바르게 보이지 않지만…재미있었습니다, 아니, 네, 재미있었습니다 !!!
연애 6년차 결혼 2년차 부부인 남의 이혼이야기가 무엇이 쫄깃하길래 이렇게 붙들고 읽었나 싶지만 ’이혼 일지‘라는 제목을 시작으로 사적인 일기를 읽는 기분이라 더 쫄깃했다.
저자가 책을 쓴 의도는 이혼을 한 이유보다 ‘어떻게’ 그 과정을 지나왔는지를 기록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 전, 결혼 후, 이혼 후로 시기를 나누어 그 과정을 밝혔다.
또한 위트있게 이별의 4단계로 목차를 나뉘어 저자의 다양한 변화를 이야기한다.
둘 사이 생활방식이 어떻게 달랐는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혼을 결심한 계기를 읽기까지 나도 험난한 과정이 있었기에 (아이들 밥주기, 설겆이, 청소, 빨래, 아이들 수발 등등) 더 흥미진진했다.
6년이란 세월을 알았기에 결혼을 했는데 결혼해보니 내가 알던 사람과 전혀 달라질 수 있다니… 결혼이란 참, 여러의미로 신기하다.
결혼을 해서 살아보니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춰가며 사는게 정말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뼈저리게 느겼다. 내가 생각하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해주는 것 보다 싫어하는 것을 안 하는 것‘이 배려라고 생각한다. 아마 저자도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제발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질 듯. 부부사이 존중은 정말 중요한 포인트다.
7년이 넘는 세월을 알고 지낸 사람, 한때 청춘을 바쳐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하는 것은 정말 힘들 것 같다. 저자의 힘들었던 이혼 과정을 재미있게(?) 읽었지만(죄송합니다🥲) 정작 진짜 이별의 과정은 슬펐다. 저자가 우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 이별 경험 有)
오늘따라 남편이 더 애틋해지고 애 셋 키운다고 고생하는 남편과 내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앞으로도 쭉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며 전우같은 이 관계 잘 유지하자 남편아🩵